민주노총이 조합원 100만 명 시대를 열었다. 금속노조는 2017년 1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지회설립과 조직형태 변경으로 102개 사업장, 조합원 2만 6천여 명이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전국에서 노조가입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할 정도로 많은 노동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있다.

여전히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낮은 상태다. 모든 노동조합을 합쳐 따지면 10%, 민주노총만 놓고 보면 5% 남짓이다. 이 통계는 여전히 더 많은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 금속노조가 5월 10일 노조 4층 회의실에서 ‘지역 조직화 사업 현실과 과제 좌담회’를 열고 있다. 노조 미조직전략조직실은 이날 간담회를 시작으로 지역과 각 산별의 신규사업장, 미조직 활동 간부를 만나 조직 사업 사례를 수집하고 정리한다. 미조직전략조직실은 올해 10월까지 ‘신규조직화 실무지침서(가제)’를 만들어 현장에서 이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임연철

영세 중소사업장이나 대기업의 하청노동자처럼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활동하기 어려운 노동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해 자신의 권리를 누리도록 조직하는 사업은 여전히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큰 과제다.

촛불이 일으킨 노조가입 바람, 최저임금 개악이 부채질

금속노조는 5월 10일 노조 4층 회의실에서 ‘지역 조직화 사업 현실과 과제 좌담회’를 열어 미조직 노동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촉진하기 위해 금속노조가 해야 할 일을 고민했다. 최근 중소영세사업장과 전통 제조업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 노동자들을 어떻게 노조로 끌어들이고, 노조에 가입한 뒤 어떻게 일체감을 줄 것인지가 좌담회의 핵심 주제였다.

이기만 경기지부 수석부지부장, 이승호 경남지부 미조직비정규사업부장, 최일영 대구지부 미조직비정규사업부장, 성세경 대전충북지부 사무국장, 정홍형 부산양산지부 수석부지부장, 최상천 서울지부 교육선전부장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노조 조직화 사업의 상황과 과제를 진단했다.

우선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난 조합가입 문의에 원인에 대해 짚었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대체로 같은 진단을 내렸다. 노동자들이 촛불 정세를 겪으며 권리의식이 올라갔고,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부담감을 떨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또, 자본이 최저임금 제도 개악과 함께 상여금을 본봉에 포함하는 등 임금을 깎은 것도 노조가입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기만 경기지부 수석부지부장은 “통상임금과 최저임금 문제가 가입 결심에 크게 작용한 게 사실이다. 경제적으로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라며 “노동자들이 이 과정에서 고민과 결심을 하고, 노동조합에 가입하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갖고 상담을 요청한다”라고 설명했다.

▲ 이기만 경기지부 수석부지부장이 5월 10일 ‘지역 조직화 사업 현실과 과제 좌담회’에서 “관성적으로 회의만 참가하는 식으로 돌아가는 노동조합이 많아지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결국, 조합 문화가 중요하다”라며 “초동주체가 보통 조합의 주요간부로 활동하는 현실을 고려해 초기 교육 프로그램과 커리큘럼에 관한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라고 제안하고 있다. 임연철

이승호 경남지부 미비부장은 “지난해 연말부터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노조 상담 문의가 늘었다. 영세사업장은 노조를 만들어도 사업주 지불능력이 부족해서 활동이 쉽지 않다”라며 “최근 자본의 술수로 받던 수당을 뺏기고 이리저리 뜯기다 앉아서 죽을 수 없다며 이판사판으로 나서는 분위기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최일영 대구지부 미비부장은 “노조가입 바람을 확실히 느낀다. 대구지부는 지난해 6월부터 11개 사업장 1천여 명이 늘었다”라며 “한국노총의 무기력과 비리로 인한 조직전환, 상여금 삭감에 저항하고 싸우려는 사업장들이 중심이다. 불법파견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을 위해 조직한 사례도 있다”라고 상황을 밝혔다.

미조직 노동자 어떻게 조직 할 것인가

노동자가 왜 노동조합에 가입하려고 할까? 금속노조가 노동조합 가입을 고민하는 노동자에게 어떤 매력을 풍기며 다가가야 할지 생각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활동가들은 젊은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이 경제 실익과 함께 노동자의 존엄과 인권을 지킬 수 있는 조직이라는 인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상천 서울지부 교육선전부장은 “노조가 신규 조직 사업을 위해 근본부터 변화해야 한다. 요즘 노동자들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라며 “노조가입에 대한 거부감이 줄었다. 노조에 빠르게 다가온다. 갑질이나 부당함에 대한 민감성이 크다. 돈 문제가 아니더라도 노조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최상천 교선부장은 “금속노조가 어떤 매력을 줄지 고민해야 한다. 서울지부에 산업 변화에 따라 서비스직과 연구직 조합원들이 가입했다”라며 “해당 직종 노동자들이 금속노조 가입 전 자신과 어울리는 조직인지 논쟁을 할 정도다. 금속노조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직 이후 늘어난 서비스, 연구직 노동자를 어떻게 품을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 최상천 서울지부 교육선전부장이 5월 10일 ‘지역 조직화 사업 현실과 과제 좌담회’에서 “노조가 신규 조직 사업을 위해 근본부터 변화해야 한다. 요즘 노동자들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노조가입에 대한 거부감이 줄었다. 노조에 빠르게 다가온다. 갑질이나 부당함에 대한 민감성이 크다. 돈 문제가 아니더라도 노조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다”라고 분석하고 있다. 임연철

성세경 대전충북지부 사무국장은 “조직한 노동자들을 어떻게 뭉치게 할 건지 고민해야 한다. 젊은 노동자들은 어떤 면에서 이해타산만 따진다고 볼 수 있다. 집단화가 힘들고, 조직과 교육이 쉽지 않다”라고 봤다.

성세경 사무국장은 “권리의식에 눈뜨게 해 주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사업장에서 투쟁을 어색해하는 조합원들이 파업하며 정규직 대체투입 막아내고 자신감이 생겼다. 내 현장, 내 권리, 내 자리를 인식시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홍형 부산양산지부 수석부지부장은 “노동자들은 대체로 금속노조가 강한 노조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나쁜 사장과 상대하려면 이 정도 노조에 가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금속노조의 이런 이미지는 이를 이용해 이익을 챙기는 도구로만 쓰려는 경우가 있지만, 금속노조에 사람을 찾아오게 하는 자산이기도 하다.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지역, 공단 조직사업에 집중할 때

간담회에 참석한 지부 조직담당자들은 대부분 지역이나 공단을 중심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전충북지부는 원남산업단지에서 지역조직화 사업, 부산양산지부는 강서녹산과 동부산지역의 영세노동자 조직사업, 경기지부는 안산, 평택 등지의 초동주체 조직사업, 대구지부는 대구지역지회를 만들어 조직사업을 벌이는 등 지역의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을 사업장이 아닌 지역 울타리로 담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각 지역에서 조직사업을 담당하는 활동가들은 노조가 지역, 공단 중심 조직화 사업을 벌이고, 이에 맞는 체제로 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일영 대구지부 미비부장은 “경산이나 성서공단처럼 금속노조의 힘이 약한 지역에서 지역지회를 조직한 뒤, 예산과 인력을 집중해 효과를 봤다”라며 “지역에서 한국노총의 민·관·정 합동체제를 뚫는 과정에서 기존의 조직한 사업장을 바탕으로 금속노조의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시도했다”라고 전했다.

▲ 이승호 경남지부 미조직비정규사업부장이 5월 10일 ‘지역 조직화 사업 현실과 과제 좌담회’에서 “삼성테크윈지회가 오래 버틸 수 있겠냐는 걱정이 많았다. 더구나 복수노조 상황이다. 여전히 민주노조 대오를 잘 유지하고 있다. 해법은 교육이다. 지부가 5강짜리 교육을 배치하고, 지회 전 조합원에게 교육했다. 교육 효과로 삼성테크윈지회가 어려운 상황에서 잘 버티고 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임연철

최일영 미비부장은 “성서공단에 신규사업장이 생겼을 때, 사업장 단위로 대응하면 회사의 탄압으로 분명히 무너진다고 봤다”라며 “지역 단위로 인력과 예산을 집중했다. 결국, 인근 금속노조 사업장의 도움으로 탄압을 버티고, 안정화에 성공했다”라고 사례를 설명했다.

지역지회 형태가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을 품기에 적절한 조직형태라는 데는 참가자 모두가 공감했다.

이승호 경남지부 미비부장은 “금속노조의 산별노조 정신에 비춰보면 지역지회가 조직형태로 가장 바람직한듯하다. 열 명, 열다섯 명이 일하는 작은 사업장을 개별 지회로 인가해주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라고 진단했다.

이승호 부장은 “노조 활동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진주나 통영 같은 곳에서 매번 창원에 오가기 어렵다. 지역마다 독립 실천 활동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지역지회로 묶는 시도가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자원 확보는 숙제

최상천 서울지부 교선부장은 “서울지부에 세 개 지역지회가 있다. 지역지회가 어렵다는 얘기를 한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지역지회에 들어가 어려운 게 아니라, 어려워서 지역지회로 조직하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지역지회에 대한 지원과 조직 안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 정홍형 부산양산지부 수석부지부장이 5월 10일 ‘지역 조직화 사업 현실과 과제 좌담회’에서 “현재 미조직 사업에 조합예산의 3%도 집어넣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10%는 되어야 한다. 노조 미조직전략조직실이 전국의 조직사례를 모아 모범사례를 소개하고 매뉴얼을 만드는 작업을 벌여 전국 사업장에서 공유해야 한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임연철

최일영 대구지부 미비부장은 “대구지역 공단에서 한국노총이 구청과 시청을 끼고 협의회를 운영하고, 가장 좋은 노동복지회관을 차지하고 있다”라며 “한국노총이 공단 안에 순환 버스를 돌리면서 지역 안에서 영향력을 드러낸다. 금속노조의 지역 영향력을 높이는 방법이 필요하다”라고 봤다.

최일영 미비부장은 “대구지부는 올해 지역 노동복지회관 운영에 개입을 시작하려 한다. 장기로 봤을 때 의미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간담회 참가 간부들은 사업장별로 미조직위원회를 구성해 미조직 담당자를 선임하고, 선전전 중심의 미조직 활동에서 벗어나 조금 더 적극적인 방법을 고민해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이미 여러 지부, 지회가 미조직위원회를 구성해 활동 중이다.

한편, 노조 미조직 담당 임원과 사업 담당자의 전문성을 확보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조합의 사업집행척도를 보여주는 예산 배정에서 과감한 전환을 이뤄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정홍형 부산양산지부 수석부지부장은 “현재 미조직 사업에 조합예산의 3%도 집어넣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10%는 되어야 한다”라며 ”노조 미조직전략조직실이 전국의 조직사례를 모아 모범사례를 소개하고 매뉴얼을 만드는 작업을 벌여 전국 사업장에서 공유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운동성 유지하는 조직 만들어야

단순히 노동자를 가입시켜 조직의 세를 불리는 활동이 아니라, 노동자의 세계관으로 운동성을 유지하는 조직을 만들어 사업장에 안착시키는 활동이 중요하다. 조합원 가운데 현장을 주도하는 역할을 할 초동주체들에게 어떤 활동을 할지 방향을 제시하는 사업이 노조가 할 역할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간담회 참가자들은 초동주체와 조합원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기만 경기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신규조직을 만들 초동주체의 학습이 관건이다. 교육해서 명확한 견해를 갖고 집단으로 문제를 토론하게 해야 한다. 민주노조를 이식해야 한다는 얘기다”라고 강조했다.

▲ 성세경 대전충북지부 사무국장이 5월 10일 ‘지역 조직화 사업 현실과 과제 좌담회’에서 “조직한 노동자들을 어떻게 뭉치게 할 건지 고민해야 한다. 젊은 노동자들은 어떤 면에서 이해타산만 따진다고 볼 수 있다. 집단화가 힘들고, 조직과 교육이 쉽지 않다. 권리의식에 눈뜨게 해 주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사업장에서 투쟁을 어색해하는 조합원들이 파업하며 정규직 대체투입 막아내고 자신감이 생겼다. 내 현장, 내 권리, 내 자리를 인식시켜야 한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임연철

이승호 경남지부 미비부장은 “삼성테크윈지회가 오래 버틸 수 있겠냐는 걱정이 많았다. 더구나 복수노조 상황이다. 여전히 민주노조 대오를 잘 유지하고 있다”라며 “해법은 교육이다. 지부가 5강짜리 교육을 배치하고, 지회 전 조합원에게 교육했다. 교육 효과로 삼성테크윈지회가 어려운 상황에서 잘 버티고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기존 조합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활동가들은 노조 미조직활동에 자발성과 확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현장의 문제는 현장의 조합원이 주체로 서서 해결함이 기본이고, 민주노조의 기풍을 다른 조직에 이식하는 활동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기만 경기지부 수석부지부장은 “관성적으로 회의만 참가하는 식으로 돌아가는 노동조합이 많아지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결국, 조합 문화가 중요하다”라며 “초동주체가 보통 조합의 주요간부로 활동하는 현실을 고려해 초기 교육 프로그램과 커리큘럼에 관한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이기만 경기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지인과 가족에게 노동조합에 가입하자고 권해야 한다. 과거엔 아끼는 사람일수록 보호하려고 하지 노조가입을 권하진 않았다. 최근 기류가 바뀌었다”라며 “노조로 이미 조직한 조합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단순히 월 1~2회의 선전전이 미조직 사업의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주변을 돌아보자”라고 당부했다.

노조 미조직전략조직실은 이날 간담회를 시작으로 지역과 각 산별의 신규사업장, 미조직 활동 간부를 만나 조직 사업 사례를 수집하고 정리한다. 미조직전략조직실은 올해 10월까지 ‘신규조직화 실무지침서(가제)’를 만들어 현장에서 이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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