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삼성그룹의 노조 탄압에 항의해 2014년 5월 1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염호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장의 시신을 탈취하고 장례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이 삼성의 개 노릇을 충실히 한 대가로 받은 금품은 고작 양복 열네 벌과 고깃집 회식이었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가 5월 14일 경찰청 기자실에서 지난해 9월 10일부터 올해 4월 20일까지 ‘고 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사건’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이 삼성그룹의 사주를 받아 고 염호석 열사의 시신을 탈취하고, 모친의 장례 주재권 행사를 방해하는 등 삼성의 의도에 따라 위법하게 공권력을 행사했다”라고 공식 확인했다.

▲ 2014년 5월 20일 밀양 공설화장장에 출동한 경찰 기동대는 열사의 분골만이라도 달라는 열사 어머니와 조합원들에게 최루액을 난사하며 진압했다. 경건해야 할 화장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열사의 어머니는 경찰의 완력에 막혀 분골에 접근도 못했다. 아버지라는 자가 분골함을 빼돌려 지금도 열사가 어디에 잠든지 알지 못한다. 사진=부산양산지부

진상조사위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열사의 장례와 화장 과정에 모친의 장례 주재권 행사와 화장장 진입 방해에 대한 사과 ▲경찰의 노사관계 객관 의무 위배 등에 유감 표명 ▲경찰 정보활동 범위 개정과 중립성 담보 ▲경찰 정보 내용 객관 분석 방안 마련과 사후 평가, 통제 방안 마련 등을 권고했다.

진상조사위가 확인한 내용을 보면 경찰은 삼성의 사주를 받고 염호석 열사 유지에 따라 노조에 위임한 장례를 가족장으로 바꾸도록 개입했다. 경찰은 유족에게 삼성이 원하는 가족장을 종용하며 삼성그룹에 수시로 정보를 제공하고 친부라는 자에게 삼성 측 돈을 대신 전달했다.

경찰은 병력을 동원해 서울의료원에 모인 조합원들에게 캡사이신을 쏘며 폭행한 뒤 열사의 시신을 폭력으로 탈취했다. 경찰은 시신 탈취에 항의하는 조합원 25명을 불법 체포해 한 명을 구속하고 24명은 불구속했다. 경찰 주도로 몰래 밀양화장장으로 운구한 열사의 시신은 삼성그룹의 재촉을 받으며 서둘러 화장했다. 이 과정에서 친모와 동료들은 접근조차 차단당했다.

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진상조사위 발표 결과에 대해 “지난 2014년 5월 17일부터 20일까지 경찰이 삼성의 직원처럼 움직인 사실을 밝혔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라면서 “열사의 억울함을 풀기에 부족하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지회는 “열사 시신 탈취를 기획한 경찰과 삼성그룹 간 공모 등에 대한 의혹은 밝히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지회는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장례방해로 형사처분 받은 조합원들에 대한 사과와 명예회복 ▲관련 책임자의 위법, 월권행위에 대한 수사와 징계 ▲노동쟁의 대응한 최후·보충적 경찰력 투입 원칙 확립과 투명한 객관 절차 마련 ▲지난 10여 년간 경찰의 부당한 노사관계 개입 전수조사와 이에 따른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성명을 내고 “천인공노할 염호석 열사의 시신 탈취는 무소불위 삼성 재벌과 뒤틀린 공권력이 공모한 범죄”라고 규정했다. 노조는 “이번 진상조사를 통해 드러나 관계자 전원에 대한 수사와 그에 따른 처벌”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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