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현장에서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노동자 건강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가 직접 안전보건 예방 활동에 참여하는 방법이다.”

민주노총과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신창현 의원,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은 4월 19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노동자 참여제도 현장실태 증언대회와 토론회’를 열었다. 금속노조는 토론회에서 제조업 현장의 산업안전 보건 활동 노동자 참여 실태에 관해 증언했다. 학교와 건설 현장 등의 노동 안전보건 실태에 대한 증언이 이어졌다.

다스아산지회, 노동자 참여로 현장 안전문제 개선

이준우 금속노조 충남지부 다스아산지회 노동안전보건부장은 지회가 노·사 공동으로 진행한 위험성 평가 과정과 내용을 소개했다. 지회는 부서별로 위험성 평가 실행위원을 구성하고 기초자료 준비, 예비조사 등 6단계의 사전 준비 과정을 밟았다. 실행위원들은 현장을 돌며 준비한 점검표에 맞춰 각 공정과 작업 현장의 유해 위험 요인들을 파악했다.

다스아산지회 위험성 평가는 금속노조가 만든 기준과 방법, 관리카드로 진행했다. 실행위원들이 발견한 유해 위험 요인들은 부서 전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통해 개선안을 마련했다. 1차로 현장을 개선하고 평가를 통해 개선 적합 여부를 판단한다. 만약 개선되지 않았거나 미흡할 경우 추가 개선 작업을 했다.

다스지회는 2017년부터 노·사 공동으로 위험성 평가를 벌이고 있다. 2018년 단체협약에 “노동재해의 근본 예방을 위해 노·사 공동으로 연 1회 위험성 평가를 시행하다”라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지회 위험성 평가 실행위원 24명의 회의참여와 활동 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 이준우 금속노조 충남지부 다스아산지회 노동안전보건부장이 4월 19일 ‘노동자 참여제도 현장실태 증언대회와 토론회’에서 지회가 노·사 공동으로 진행한 위험성 평가 과정과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신동준

이준우 노안부장은 “사업을 시작할 때 개선해야 할 유해 위험요인이 많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비교적 간단한 문제부터 하나씩 해결하다 보니 조합원들이 수시로 현장 위험요인에 대해 개선 의견을 내는 등 적극적으로 참했다. 사업 시행 이후 지난해에 조합원 근골격계 질환이 많이 줄었다”라고 밝혔다.

소수노조, 투쟁으로 노동자 안전 지킨다

2013년 한국타이어 산업재해율은 금산공장이 0.99%, 대전공장이 0.74%였다. 절반 규모의 금호타이어 공장들보다 산재율이 1/5도 안 되는 ‘놀라운’ 산재 발생 비율이었다.

오동영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한국타이어지회 부지회장은 한국타이어의 낮은 산재율의 비밀은 “일하다 아프거나 다쳐도 산재를 신청할 수 없는 구조 때문이다”라고 꼬집었다.

오동영 부지회장 증언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사측은 노동자가 산재 신청을 하면 인사고과 D등급을 준다. 근골격계 질환으로 산재 신청하면 아예 출근하지 말라고 한다. 근골격계로 산재 승인을 받는데 최소 2~3개월이 걸리고, 불승인 시 행정소송을 통해 위법판결 처분을 받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악용해 이 기간 노동자의 생계를 압박, 산재 신청을 막으려는 꼼수이다.

오동영 부지회장은 “회사는 치료를 마치고 복귀하는 노동자들을 공상과 산재로 구별해 차별한다. 산재 승인을 받아 치료를 마치고 복귀하는 노동자들만 회사가 실시하는 체력장을 통과해야 업무에 복귀할 수 있게 한다”라고 폭로했다.

지회가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투쟁하자 2017년 고용노동부 대전지청은 산업안전 보건 문제 해결과 산업재해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노사정 TFT를 제안했다. 지회는 수차례 논의 끝에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전문가위원회 구성을 전제로 노사정 TFT에 참여했다.

그러나 노사정 TFT는 형식적 운영으로 파행하고 급기야 또다시 금산공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회는 즉각 전면 작업중지와 해제 기준을 만들라고 요구하며 노동부 앞 농성에 들어갔다. 사측 환경안전 실무자와 노동부, 산업안전공단, 교섭 대표인 한국노총 고무노련 산하 노조와 지회로 구성한 노사정TFT를 다시 꾸렸지만, 아직 구체적인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오동영 부지회장은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소수노조라는 이유로 사측과 노동부가 많은 제약을 가해 활동에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지속해서 현장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라고 결의를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배제된 노동자들

정유정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국특수분과장은 “장애 학생들의 교육 활동을 지원하는 특수교육 지도사들은 산업안전보건법을 제대로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산업안전 보건 활동 노동자 참여는커녕 특수교육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안전사고, 사고 예방 지침 등 업무설명서조차 없는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함경식 건설노조 경기도 건설지부 노동안전위원장은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의 근본 원인으로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지적했다. 함경식 위원장은 “발주자와 종합건설업체, 그 밑으로 많은 전문건설업체가 작업팀장(일명 십장)을 고용하고 그 밑에 다시 하청노동자들을 고용하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인해 98%에 이르는 건설 현장 하청노동자들은 산업안전 문제에 참여할 통로가 전혀 없다”라고 증언했다.

▲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등이 4월 19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노동자 참여제도 현장실태 증언대회와 토론회’를 열고 있다. 신동준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2만 6570건의 산재가 발생했고, 554명의 건설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건설노조는 노동부 통계 외에도 공상 처리한 산업재해까지 포함하면 통계치는 수십 배 넘게 올라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안전보건위 설치 사업장 0.25%에 불과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산업안전공단 연구보고서 ‘근로자 참여와 산재 발생 관련성 연구’에 따르면 산재 예방 활동에서 외생 잠재요인에 의한 감소율은 –0.01인데 비해 노동자가 참여할 경우 산재 발생률은 –0.09로 감소한다”라고 설명했다. 산재 예방 활동에 노동자가 참여하면 효과가 아홉 배 증가한다는 결과이다.

사업장의 안전보건체계와 산재 발생률의 관련성 연구 결과를 보면 유럽연합 EU 등 다른 나라의 경우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은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보다 재해율이 24% 낮게 나타났다. 노사 공동으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활동을 하는 경우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재해율이 50% 낮았고, 노조가 없는 사업장은 40%가 낮았다.

유럽연합 안전보건청이 유럽 31개국 안전 보건관리자와 노동자 대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근로자들이 안전보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산재 발생률과 직업 위험도가 낮아진다”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최명선 총연맹 노안실장은 “한국기업들은 여전히 노동자를 부속품으로 여기는 전근대 인식을 하고 있어 노동자를 관리통제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노동자를 현장 위험요소를 찾아내고 개선하는 주체로 세우기는커녕 모든 사고 보고서에 ‘근로자의 불안정 행동’을 꼬리표처럼 붙여 스스로 면죄부를 주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최명선 노안실장은 산업재해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산보위)를 실질화 하는 방법으로 ▲본사 차원의 산보위 설치 제도화 ▲산보위 심의 의결 안건 실질화 ▲하청노동자가 참여하는 원·하청 산보위 구성 등을 제시했다.

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전국 236만 7천 186개 사업장 가운데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한 사업장은 6,646개로 전체 사업장의 0.25% 수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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