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서울지부 K Car지회 조합원들이 노동력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받기 위해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노조 K Car지회 조합원들은 본래 SK엔카에서 일했다. SK엔카는 중고차를 파는 온라인 홈페이지와 ‘직영’이라고 불리는 중고차매장을 운영했다. SK는 SK엔카를 쪼개 오프라인 매장들을 한앤컴퍼니에 팔았다. 한앤컴퍼니는 기업을 사고팔아 이익을 추구하는 투기성 사모펀드다. 한온시스템 등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사업장을 여러 개 인수했다.

서울 영등포에 있는 K Car지회 사무실에서 만난 지회 간부들은 서울지부 공동투쟁에 결합하고, 서울 중구에 있는 한앤컴퍼니 본사 앞에서 선전전을 벌이는 등 바쁜 와중에 시간을 냈다.

지회 조합원들은 SK 시절부터 이어진 낮은 임금과 높은 업무 강도가 자본이 바뀐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얘기했다. 회사를 인수한 한앤컴퍼니는 ‘윤리경영’이라는 명목으로 조합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사측의 기준에 맞지 않는 조합원들을 해고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지회는 이제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선언했다.

구자균 서울지부 K Car지회장은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SK 대기업 소속 직원이었으니 연봉이 높고, 복지가 좋을 거로 생각하는데, 현재 조합원 대부분이 살림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임금이 낮다”라고 털어놨다. 구자균 지회장은 “SK엔카 시절부터 연차휴가 등 그나마 명목상 존재하는 복지혜택을 쓰지 못하고, 보상받지 못하고 휴일에도 나와서 일을 해야 했다”라고 상기했다.

“사람이 회사의 자산, 사람에 투자해야”

K Car지회 조합원들은 중고차량을 파는 일을 한다. 차를 알아보고, 사들이고, 수리하고, 평가하고, 판매하고, 사후 고객 관리 경험을 갖춘 인력이 있어야 회사가 돌아갈 수 있다. 지회는 회사를 유지하고 키우려면 사측이 조합원들에게 적절한 임금과 업무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회는 조합원들의 임금 수준이 신입사원 기본급 기준으로 연봉 2천만 원 초반대라고 밝혔다. 연차에 따른 임금 상승 폭도 적다. 과장 직함을 달아도 연봉이 3천만 원 초반대에 불과하다. 성과에 대한 보상은 고객을 만나 매출을 창조하는 현장부서 조합원들이 지원부서 간부들보다 현저히 차별을 받고 있다. 사측은 분배 기준과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 금속노조 서울지부 K Car지회 간부들은 “누구나 다니고 싶어 하는 자동차 판매회사를 만들고 싶다. 그러려면 회사 안에서 노동조합이 튼실하게 뿌리내리고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전제하고, “K Car지회 조합원들의 힘만으로 힘들지만, 금속노조와 함께라면 어려운 길이라도 당당히 걸어갈 수 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 왼쪽부터 장문교 부지회장, 구자균 지회장, 김주환 사무장, 이태성 부지회장. 사진=신동준

지회는 현안 가운데 신규 지점 출점과 인력 배치에 관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한앤컴퍼니 인수 이후 사측은 덩치를 키우기 위해 신규 매장을 늘리면서 기존 매장에 있는 조합원을 새 매장에 전환배치 했다.

새 매장은 당연히 기존 매장보다 매출이 작을 수밖에 없다. 매출 성과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현 체제에서 새 매장으로 옮기는 조합원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신입 직원이 아닌 연차가 쌓인 직원은 매장 이전으로 큰 타격을 입는다. 지회는 사측이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바꾸거나 보상해주지 않아 능력 있는 판매 조합원들이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구자균 지회장은 “회사의 허리가 되어야 할 근속 10년 차 수준의 조합원들이 빠져나가면 회사 조직 구성상 타격이 크다.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과 경쟁 업체들이 진입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구자균 지회장은 “차를 알아보고 평가하고 고객에게 소개하는 일은 기계나 컴퓨터가 대신할 수 없는 일이다.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다. 현장 매장에서 이 역할을 하는 사람이 빠져나가는 현상은 장사밑천을 잃는 일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구 지회장은 “제조업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투자하듯 우리 회사는 교육프로그램에 돈을 투자해야 한다. 사측은 당장 이직률을 줄이는 대책을 세우고 시행해야 한다”라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장문교 K Car지회 부지회장은 “지회는 회사에 신입사원 교육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업무 특성상 자동차에 관한 상당 수준의 지식이 필요하다”라며 “2014년까지 신입사원 교육이 있었다. 합숙교육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 굉장히 미약한 수준으로 진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장 부지회장은 “SK엔카 시절 자동차를 전공한 인재를 중심으로 판매사원을 뽑기도 했지만, 사측은 지금 팔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채용하고 있는 듯하다”라고 꼬집었다.

“회사가 약속 지켜야 노사 화합 가능해”

한앤컴퍼니가 인수 뒤 K Car에 윤리경영실이라는 부서가 생겼다. 임직원 비위를 조사해 뿌리 뽑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경영진과 비조합원의 잘못은 눈감고 조합원이 과거 저지른 잘못은 샅샅이 조사해 중징계하고 있다. 회사와 지회가 상생 협약을 맺고 함께 노력해 깨끗한 회사를 만들기로 한 합의는 공허해졌다.

한앤컴퍼니가 K Car에 지적한 열한 건 가운데 비조합원 조사와 징계는 두 건에 그쳤다. 형사 처벌 대상인 배임 혐의 임원은 사직처리에 그쳤다. 윤리경영을 추구한다는 한앤컴퍼니의 칼끝은 지회 조합원에게 집중된 셈이다. 지회는 한앤컴퍼니가 차별을 중지해야 한다며 본사가 있는 을지로 페럼타워 앞에서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구자균 지회장은 “회사와 조합원들은 아직 K Car가 더 커지고 발전하길 원한다는 공통의 인식을 하고 있다. 한앤컴퍼니가 K Car를 누구보다 잘 아는 우리 조합원의 의견을 경영에 반영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구자균 지회장은 “노동조합을 적대하기 전에 회사의 허리 격인 중견 노동자들이 퇴사하는 현실을 뼈아프게 봐야 한다. 회사가 노조와 함께 헤쳐나갈 마음이 있다면 지회는 화답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서울지부 K Car지회는 올해 임금 요구안으로 기본급 40% 인상을 요구했다. 지회는 “비율로 보면 많아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동종업계 다른 회사나 노동자 평균을 고려해 임금을 책정해달라는 요구이다”라고 설명했다. 지회는 현장직과 지원 직군의 인센티브 책정 구조에 대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보자고 요구하고 있다.

K Car지회 간부들은 “누구나 다니고 싶어 하는 자동차 판매회사를 만들고 싶다. 그러려면 회사 안에서 노동조합이 튼실하게 뿌리내리고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전제하고, “K Car지회 조합원들의 힘만으로 힘들지만, 금속노조와 함께라면 어려운 길이라도 당당히 걸어갈 수 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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