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제를 개악하려는 국회의 시도를 막아냈다. 하지만 국회가 4월 임시국회에서 노동법 개악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혀 여전히 불씨가 살아있다.

임이자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 고용노동소위 위원장이 4월 3일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와 최저임금 제도 개악 등 쟁점 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발표하고, 고용노동소위 산회를 선포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소위원회에 이어 열기로 한 전체회의도 취소했다.

▲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4월 3일 오후 국회 앞에서 ‘노동법 개악 저지, 노동기본권 쟁취, 민주노총 확대간부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임연철

금속노조 등 민주노총 가맹 산별노조와 산하 지역본부 간부와 조합원들은 4월 3일 아침 8시부터 출근 선전전을 시작으로 온종일 노동법 개악 법안 논의를 중단하라며 투쟁을 이어갔다.

이날 국회 환노위가 고용노동소위를 시작하자 민주노총과 산별노조 임원과 간부들이 국회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은 이날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신승민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 엄강민 노조 부위원장, 정주교 노조 부위원장 등 스물다섯 명을 연행했다.

▲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4월 3일 국회 고용노동소위원회가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제 관련 법 개악안 논의하자 참관을 요구하며 국회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임연철

민주노총은 이어 오후 2시부터 ‘노동법 개악 저지, 노동기본권 쟁취, 민주노총 확대간부 결의대회’를 열었다. 정혜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김명환 위원장과 산별노조의 임원까지 연행한 문재인 정권을 규탄한다. 촛불 정권을 자칭한 저들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썩은 싹이었다는 게 드러났다”라고 비판했다.

정혜경 부위원장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품은 대가를 오늘에서야 치르고 있다. 투쟁을 더 일찍 시작하지 못해 후회한다. 간부들부터 각오를 새로이 하고 국회에 맞서 더욱 강력한 투쟁을 조직하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4월 3일 경찰이 국회 고용노동소위원회 참관을 요구하며 국회에 들어가려던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연행하고 있다. 임연철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결의대회를 마치고 국회 고용노동소위에 노동자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국회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대규모 병력과 철제 방호벽으로 조합원들의 이동을 가로막고 몸싸움을 벌였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세 시간 넘게 경찰과 대치하며 국회 고용노동소위 참관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17시 20분쯤 고용노동소위가 합의 없이 산회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무리집회를 연 뒤, 국회 법안 처리 상황에 맞춰 투쟁을 준비하겠다고 결의했다.

▲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4월 3일 국회 고용노동소위원회가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제 관련 법 개악안 논의하자 참관을 요구하며 국회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임연철

국회 고용노동소위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문을 닫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에 대해 허용 기간의 차이를 빼고 대체로 법안 처리에 뜻을 모으고 있다. 최저임금법 개악에도 두 당이 비슷한 입장을 보인다. 국회가 4월 중하순 임시국회를 열면 노동법 개악 안을 우선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4월 3일 오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만나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 통과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문재인 정부가 노동법 개악 법안 통과를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이 4월 3일 국회 앞 ‘노동법 개악 저지, 노동기본권 쟁취, 민주노총 확대간부 결의대회’에서 “국회가 노동법을 개악하면 노동법 체계와 노동 3권이 무너져 노조가 있으나 마나 한 현실이 온다. 간부들부터 신발 끈을 제대로 매고 다시 한번 조합원들을 만나 조직해보자”라고 호소하고 있다. 임연철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3일 결의대회에서 “오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투쟁하는 4월을 예고하고 있다. 여유 부릴 틈이 없다. 지금부터 준비해 다음 싸움에 제대로 맞서야 한다. 금속노조부터 조직하겠다. 다른 산별노조연맹도 함께 준비하자”라고 당부했다.

김호규 노조 위원장은 “국회가 노동법을 개악하면 노동법 체계와 노동 3권이 무너져 노조가 있으나 마나 한 현실이 온다. 간부들부터 신발 끈을 제대로 매고 다시 한번 조합원들을 만나 조직해보자”라며 “이미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의 이익과 생존을 넘어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익과 생존을 함께 지키는 민주노총을 만들어보자”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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