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가 산재 사망자의 유가족을 우선 채용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위법이라고 판결한 하급심의 판단을 대법원이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3월 2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산재 사망유가족 우선 채용 단체협약 대법원 합법 판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은 산재로 사망한 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의 유가족이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노조가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지 3년이 다 됐지만, 대법은 판결을 내릴 기미가 없다.

▲ 금속노조가 3월 26일 대법원 앞에서 ‘산재 사망유가족 우선 채용 단체협약 대법원 합법 판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성민규

해당 산재 사망 조합원의 유가족이 사측에 노조와 맺은 단협에 따라 유가족을 채용하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법원은 판결에서 해당 단협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당시 박근혜 정권과 보수언론은 ‘산재 사망유가족 우선 채용 단체협약’에 ‘고용세습’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노조 갑질로 몰았고, 정부는 해당 조항을 고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부영 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은 “산재 사망자 유가족 채용이 사회질서를 어지럽힌다는 법원의 판결이 우리 사회질서를 허무는 판결이다”라며 “정부도 나라를 위해 일하다 죽으면 국가유공자로 지정하고 자녀를 챙기고 고용을 우대한다. 이것도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인지 묻고 싶다”라고 비판했다.

하부영 지부장은 “현대차에서 50여 산재 피해 가족의 대체 채용이 미뤄져 고통받고 있다. 지부는 이 가족들을 구제하고 평범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싶다”라며 “대법원이 박근혜 정권의 정치판결을 바로잡는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 유가족들의 고통을 줄여달라”라고 요청했다.

▲ 하부영 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이 3월 26일 ‘산재 사망유가족 우선 채용 단체협약 대법원 합법 판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산재사망 유가족 우선 채용 단협의 정당함을 설명하고 있다. 성민규

김상은 법무법인 새날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산재로 사망한 유가족을 채용하는 단협 조항이 사회질서를 해치는 조항인지 의문이다”라며 “하급심은 수십 년 동안 해당 조항 사례가 20여 건밖에 없기에 사문화됐다고 했다. 이 판결문은 일반 채용자의 고용 기회를 빼앗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다혜 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노사가 대등한 위치에서 자율적으로 정한 단체협약의 효력을 부인하려면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대법원이 노사 자율교섭의 원칙에 들어맞는 판결을 내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산재 사망자 유가족 우선 채용 단체협약은 단순한 고용을 위한 조항이 아니라, 기업이 산재 사망의 책임에서 사실상 자유롭고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한국의 현실을 반영한 사회적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대법원에 서울고등법원 판결 이후 2년 7개월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는 판결을 조속히 내려달라 요구하고, 산재 사망자 유가족 우선 채용 조항 무력화 시도를 막기 위해 3월 28일부터 매일 대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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