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군사독재정권 시절 자식을 빼앗긴 어머니들은 소복을 입고 투쟁에 나섰다. 사악한 정권을 내쫓았다는 촛불 정부 아래서 악덕 업주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여성 노동자들이 소복을 입고 투쟁에 나섰다. 이 노동자들은 “고용 참사에 맞서 죽을 힘을 다해 싸우겠다는 의미”로 소복을 입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서울지부는 3월 13일 ‘성진씨에스, 레이테크, 신영프레시젼 순회투쟁’을 벌였다. 꽃샘추위와 사나운 강풍 속에 소복을 입은 여성 노동자들은 원청사인 LG전자와 코오롱글로텍을 찾아 원청의 책임을 추궁했다. 이어 서울지방노동청에 임태수 사장 처벌을 촉구했다.

▲ 금속노조 서울지부가 3월 13일 여의도 LG 본사 앞에서 ‘성진씨에스, 레이테크, 신영프레시젼 순회투쟁’을 벌이고 있다. 임연철

 

▲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가 3월 13일 노조 서울지부 투쟁사업장 대표자들에게 투쟁기금을 전달하고 있다. 임연철

정찬희 노조 서울지부 부지부장은 대회사에서 LG전자의 이중성을 폭로했다. 정찬희 부지부장은 “착한 기업으로 포장한 LG전자는 하청업체 노조를 내버려 두면 원청까지 불똥이 튈까 두려워 신영프레시젼 청산을 사실상 결정했다”라고 폭로했다.

최진숙 신영프레시젼분회 조합원은 투쟁사에서 “신창석 회장은 노조가 골프장 말고 시설과 기술에 투자하라고 요구했더니 노조를 없애려고 위장 청산했다”라며 청산 철회와 고용보장을 촉구했다.

정영희 성진씨에스 분회장은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라며, 노조 만들었다고 물량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노조를 파괴하려는 코오롱글로텍을 규탄했다.

▲ 금속노조 서울지부가 3월 13일 여의도 LG 본사 앞에서 ‘성진씨에스, 레이테크, 신영프레시젼 순회투쟁’을 벌이고 있다. 임연철

 

▲ 금속노조 서울지부가 3월 13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코오롱글로텍 앞에서 ‘성진씨에스, 레이테크, 신영프레시젼 순회투쟁’을 벌이고 있다. 임연철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남희자 레이테크코리아분회 조직부장은 임태수 사장이 조합원들을 모욕하는 문자를 하루에 열 통 넘게 보냈다고 폭로하며 노동부가 임태수의 부당노동행위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금속노조 서울지부 신영프레시젼분회, 성진씨에스분회, 레이테크코리아분회 여성 노동자들은 일자리가 있는 게 어디냐며 최저임금을 받으며 10년, 20년 묵묵히 일만 했다. 이 회사들은 여성 노동자의 장시간 저임금 노동 덕분에 성장했다.

LG전자 1차 하청업체인 신영프레시젼 신창석 회장은 여성 노동자들이 만든 이익으로 기술개발이나 설비투자를 하지 않고 골프장 사업에 퍼부었다. 2017년 처음 적자가 났다. 회사는 곧바로 노동자들을 해고하기 시작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 판결을 내리자 누적 순이익 1,400억 원, 순 자산만 700억 원인 회사는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여성 노동자들은 공장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코오롱글로텍에 자동차 시트 커버를 납품하는 성진씨에스 여성 노동자들은 화장실 다녀올 시간을 아껴가며 재봉틀을 돌렸다. 손가락뼈가 휘었다. 최저임금 인상을 핑계로 회사는 수당을 삭감하고 기본급은 동결했다. 비용을 절감한다고 쉬는 시간에 화장실 청소를 시켰다. 여성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자 회사는 이들을 해고하고 폐업했다. 노조파괴를 노린 명백한 위장폐업이다.

▲ 금속노조 서울지부가 3월 13일 서울 중구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성진씨에스, 레이테크, 신영프레시젼 순회투쟁’을 벌이고 있다.

 

▲ 금속노조 서울지부가 3월 13일 서울 중구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성진씨에스, 레이테크, 신영프레시젼 순회투쟁’을 벌이고 있다. 레이테크분회 조합원들이 해고 예고 통지서를 찢기 전에 들어보이고 있다. 임연철

사무용품을 만드는 레이테크코리아 임태수 사장의 폭언 폭행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노동부는 아무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포장부 여성 노동자들을 영업부로 강제 발령한 인사는 부당배치라고 판정하고 임태수 사장 본인을 징계하라는 ‘셀프 징계’ 명령을 내린 게 전부다. 임태수 사장은 임금 체납도 모자라 지난 2월 22일 여성 노동자들에게 ‘경영상 이유’라며 해고 예고통지를 보냈다. 레이테크의 경영 위기 원인은 임태수 사장이다.

이날 순회투쟁 상징의식으로 여성 노동자들은 레이테크 임태수 사장이 보낸 해고 예고 통지서를 찢어서 공중에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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