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가 성폭력을 예방하고 사건 시 대응 방법과 피해자 지원 방법 등을 담은 매뉴얼을 제작해 현장에 배포했다. 금속노조 여성위원회는 2월 19일 <성폭력 예방과 사건 대응 매뉴얼> 5,500여 부를 인쇄해 노조 360여 개 사업장에 배포를 완료했다.

노조 여성위는 “성 평등에 대한 사회 인식이 높아지는 추세와 제조업 생산직 노동자가 중심인 금속노조에서 여성 조합원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매뉴얼을 제작했다”라고 발간 배경을 설명했다.

노조 여성위는 “현장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도 관련 규정이 없거나, 사건 해결 경험이 없는 사업장의 경우 해결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성폭력 사건을 예방하고 근절하려는 조합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 <성폭력 예방과 사건 대응 매뉴얼>. 금속노조 여성위원회 발행.

매뉴얼은 모두 여섯 개 장으로 구성했다. 1장 성평등한 조직문화에서 “조직문화가 권위적이고 성차별적이라면 그것이 성폭력 형태로 발현될 수 있으므로 성폭력 문제는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문제가 아닌 조직 전체의 문제로 보고 해결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2장에서 성폭력을 ▲시각적 성폭력 ▲언어적 성폭력 ▲육체적 성폭력 ▲기타 성폭력과 불이익 조치로 구분해 정의하고 구체적 예를 들고 있다. 특히 가해자가 피해자와 접촉을 시도하는 행위, 가해자에 동조하는 언동, 사건을 축소·은폐·왜곡하기 위한 언동, 피해자를 음해하는 언동 등은 피해자에게 다시 한번 피해를 주는 2차 가해라고 적시했다.

3장은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취할 수 있는 대응 방법과 절차를 소개한다. 4장에서 노조와 주변인들이 현장에서 성폭력 사건을 인지했을 때 취해야 할 자세와 방법 등을 안내한다.

5장은 노조로 성폭력 신고가 접수되면 담당자가 취해야 할 절차와 방법을 실었다. 마지막 6장은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성폭력 규정, 관련 법제도 장치에 관해 설명한다. 이밖에 피해자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연락처를 실었다.

민주노총은 오는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연다. ▲채용, 전환, 배치, 훈련, 승진 모든 고용과정 성차별 해소 ▲성별 임금 격차 해소 ▲성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 ▲#ME TOO 성폭력과 괴롭힘 없는 일터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을”이라는 요구를 내걸었다.

▲ 노조 서울지부 동부지역지회 레이테크코리아분회 조합원들이 2018년 3월 8일 ‘3.8 세계 여성의 날 전국여성노동자대회’를 마치고 임태수 사장의 해고 갑질을 규탄하며 행진하고 있다. 2019년 3.8 세계 여성의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노조 서울지부 레이테크코리아분회가 성 평등 모범조직 상을 받는다. 모범조합원 상은 이노이 노조 한국지엠지부 조합원이 받는다. 사진=임연철

이번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노조 서울지부 레이테크코리아분회가 성 평등 모범조직 상을 받는다. 모범조합원 상은 이노이 노조 한국지엠지부 조합원이 받는다.

이노이 조합원은 한국지엠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유일한 여성조합원이다. 1985년 한국지엠에 입사해 2000년도 해고됐지만, 투쟁 끝에 복직했다. 이후 계속된 부당배치와 임금 차별에 맞서 투쟁해 지난해부터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쟁취했다. 노조 레이테크코리아분회 여성 노동자들은 임태수 사장의 폭언·폭행과 부당노동행위에 맞서 굽힘 없이 투쟁하고 있다.

김현미 노조 부위원장(여성위원장)은 “세계 여성의 날은 111년 전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투쟁한 여성들을 기리는 날이다. 오늘 우리 여성 조합원들은 성별 임금 격차 해소와 성폭력, 괴롭힘 없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싸우고 있다”라고 여성의 날 의미를 설명했다.

김현미 부위원장은 “각 사업장 조건을 뛰어넘어 금속노조 조직문화를 보다 평등하게 만드는 데 여성 조합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3.8세계 여성의 날을 축하하며 함께 투쟁하자”라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1908년 3월 8일 미국 여성 노동자 1만 5천 명이 모여 정치적 평등과 노동조합 결성,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유엔은 이날을 기려 1975년부터 매년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지정했다.

한국 여성들은 독재정권의 탄압 속에 몰래 여성의 날을 기념해 오다 1985년이 돼서야 비로소 세계 여성의 날을 공개적으로 기념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양성평등기본법을 개정하고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법정 기념일인 ‘여성의 날’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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