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2월 18일부터 22일까지 32차 정기대의원대회를 열었다. 노조 현대차지부는 2019년 32년 차 사업계획과 예산을 확정했다. 지부는 특히 사측이 정년퇴직자 T/O 관련 단체협약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2월 말부터 단협과 노사합의, 고용안정 달성을 위해 촉탁직 불법계약 연장 저지와 정규직 충원 투쟁을 전개하기로 결의했다.

<금속노동자>는 정기대의원대회를 마친 하부영 지부장의 소회와 결의를 들어봤다.

 

- 현대자동차지부 32년 차 정기대의원대회를 마쳤다. 소회를 밝혀달라.

현대자동차지부 역사가 32년이다. 수 없는 투쟁의 역사이다. 다섯 명의 열사와 헤아리기 어려운 구속, 해고, 징계 등 희생을 치르며 민주노조운동을 펼쳐왔던 역사를 많이 생각했다. 이 역사를 유지할 막중한 책임과 의무감을 염두에 두고 대의원대회를 진행했다.

32년 지부 역사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과감히 고쳐야겠다는 각오를 했다. 지부는 현재 32년의 낡은 관행으로 민주노조와 조합원 고용을 지킬 수 없는 한계에 부딪혔다. 이번 정기대대 핵심의제는 조합비 감소에 따른 긴축예산 편성과 불법파견과 불법 촉탁직 해소를 위한 ‘정년퇴직자 T/O 단체협약 위반에 따른 투쟁 결의’였다.

조합비를 아껴 쓰고, 결의한 사업을 최선으로 집행하겠다. 현대차지부 대의원들의 성숙한 회의 진행 협조로 힘찬 단결과 투쟁을 결의하는 장이었다. 537명의 대의원과 전체 조합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 “현대차지부는 2019년 투쟁에 이 투쟁을 전진배치 하여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취임식 약속대로 다 이룰 수 없지만 32년의 잘못된 관행을 180도는 아니지만 5도라도 바꾸겠다는 약속을 지켜서, ‘실리보다 운동성을 위해 노력한 지부장’이라는 역사의 평가를 받고 싶다.” <자료사진>

 

- 지부 대의원들은 32년 차 대대에서 ‘정년퇴직자 T/O 단체협약 위반에 따른 투쟁 결의 건’을 두고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집행부가 이 안건을 상정한 진정한 의도는 무엇인가.

말 그대로 단체협약과 노사합의를 지키자는 안건이다. 현대차 현장에서 정년퇴직자가 대량 발생하고 있다. 사측은 그 자리에 신규충원을 하지 않고 촉탁직으로 대체하고 있다. 비정규직 공장이 돼가며 고용불안이 시작되고 있다.

32년 동안 인원충원에 관한 단체협약과 노사합의가 있었지만, 인원충원 협상 권한이 사업부 대의원들에게 위임돼 조합 내부에서 각개약진하며 정규직 충원에 대한 통제와 규율을 놓쳤다.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32년의 낡은 관행으로 조합원 고용을 지킬 수 없는 한계에 왔다.

지부 집행부 책임으로 인원충원 협상을 통합관리 하고, 정년퇴직자 T/O는 단체협약대로 정규직 충원 원칙을 내부 결의하자는 안건이다. 이번 정대에서 단체협약과 노사합의를 위반하고 상시·지속 정규직 공정에 비정규직, 촉탁직 투입을 합의하면 징계하겠다는 내부 규율과 민주적 통제장치를 만들었다.

32년 차 대대 결정으로 불법파견, 불법 촉탁직 등 현대차의 비정규직 오남용 15년 역사를 깨고, 제조업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만들었다. 현장 적용에 어려움과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난관을 뚫고 우리 내부 모순을 극복하자.

 

- 지부장은 이번 대대에서 전기차와 4차 산업혁명 시대 조합원 고용안정이 최우선 과제라고 역설했다. 자세히 설명해달라.

기술의 변화와 발전으로 조합원 고용이 영향받는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현장에서 여유 인력 발생에 겁을 먹고, ‘비정규직 고용안정 방패막이론’이 재등장하며, 혼란과 혼돈이 시작되고 있다.

고용불안은 말대로 심리전이다. 노동자 스스로 심리전에 밀리거나 말리면 안 된다. 사측의 공세를 떨어내는 공세 대응이 필요하다. 2025년 현대차가 전기차 50만대를 생산한다는 가정으로 일자리 감소치를 추정해보니 크게 잡아 5,000개 일자리가 준다. 2025년까지 은퇴하는 베이비붐 세대 조합원은 17,500명이다. 주는 것으로 추정하는 5,000개 일자리를 빼더라도 10,000명 이상 신규충원을 해야 공장이 돌아간다.

이런 근거 등으로 자신 있게 고용안정을 달성하자는 차원에서 ‘정년퇴직자 T/O 단체협약 위반에 따른 투쟁 결의 건’을 상정했다. 현대차 경영이 시원치 않고, 경영실패로 인한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지만, 잘못된 경영을 올바른 경영으로 바로 세우는 역할이 노동조합의 순기능 가운데 하나이기에 공세적 돌파를 결의했다.

▲ “지부 집행부 책임으로 인원충원 협상을 통합관리 하고, 정년퇴직자 T/O는 단체협약대로 정규직 충원 원칙을 내부 결의하자는 안건이다. 이번 정대에서 단체협약과 노사합의를 위반하고 상시·지속 정규직 공정에 비정규직, 촉탁직 투입을 합의하면 징계하겠다는 내부 규율과 민주적 통제장치를 만들었다. 32년 차 대대 결정으로 불법파견, 불법 촉탁직 등 현대차의 비정규직 오남용 15년 역사를 깨고, 제조업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만들었다. 현장 적용에 어려움과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난관을 뚫고 우리 내부 모순을 극복하자.” 하부영 지부장이 32차 대의원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지부 제공

 

- 자동차산업 생태계를 넘어 제조업 전반의 위기를 부를 수 있는 광주형 일자리 정책을 문재인 정권이 강행하고 있다. 현대차지부는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와 함께 광주형 일자리 저지 3년 투쟁을 선언했다. 투쟁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지 밝혀달라.

광주형 일자리는 남의 일거리를 빼앗아 가는 치킨게임이다.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내부로 현대차지부는 사측에 고용안정위원회를 소집을 요구해 원하청 총고용보장, 광주에 현대차 물량 빼가기 차단, 다른 지역형 일자리 참여 중단 약속 등 특별협약으로 조합원 안정을 도모할 것이다.

외부로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연대해 문재인 정권과 프레임 전쟁을 벌이겠다는 선포가 3년 투쟁 선언이다. 한국의 경제와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기술경쟁력의 한계에서 왔다. 이런 원인이 분명한데도 문재인 정권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이어 노조 탓, 고임금 탓으로 국민을 속이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노조 탓이라는데 노조가 없는 사업장은 왜 망하는가. 고임금 탓인데 왜 저임금 사업장이 망하는가. 문재인 정권은 말로는 소득주도 성장이라고 선전하지만, 임금삭감으로 저임금 하향 평준화 정책을 위장하며 거짓말을 하고 있다. 한국경제 파탄의 시작은 재벌 중심의 경제정책이고, 재벌의 기술경쟁력이 한계에 부닥치며 발생한다.

현대차지부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함께 한국경제 파탄의 원인과 본질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 프레임 전쟁을 3년 동안 벌이겠다. 3년 뒤 불법협약 광주형 공장을 가동한다면 현대차지부가 직접 노조설립으로 대응하겠다.

 

- 하부영 지부장 임기는 2019년까지다. 남은 임기 동안 무엇을 하고 싶은가.

‘민주노조 재건’이라는 구호를 걸고 달려왔지만, 생각보다 힘들더라. 32년의 낡은 관행과 함께 조합원 중심의 노조 활동은 거의 사라진 상태였다. 조합원이 만들어 준 권력을 간부들이 독식하고 있다는 반성을 기반으로 조합원 중심의 노조운영을 꿈꾸었지만, 현장의 반대와 저항에 부딪혀 좌절과 실패를 경험했다. 퇴근파업 하지 않고 현장 분회토론 도입, 촛불집회 방식처럼 조합원 5분 자유발언으로 집회의 주인으로 조합원을 세우고 싶었지만 익숙지 않아 잘되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 10분의 1도 하지 못하고 있어 매우 아쉽다. 올해 말까지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에서 조합원 고용안정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았다. 불법파견, 불법 촉탁직 등 비정규직 오남용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각오로 이번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단체협약 사수를 위한 ‘인원 협상 규칙’ 제정이라는 신종무기를 만들었다.

현대차지부는 2019년 투쟁에 이 투쟁을 전진배치 하여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취임식 약속대로 다 이룰 수 없지만 32년의 잘못된 관행을 180도는 아니지만 5도라도 바꾸겠다는 약속을 지켜서, ‘실리보다 운동성을 위해 노력한 지부장’이라는 역사의 평가를 받고 싶다.

▲ “자신 있게 고용안정을 달성하자는 차원에서 ‘정년퇴직자 T/O 단체협약 위반에 따른 투쟁 결의 건’을 상정했다. 현대차 경영이 시원치 않고, 경영실패로 인한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지만, 잘못된 경영을 올바른 경영으로 바로 세우는 역할이 노동조합의 순기능 가운데 하나이기에 공세적 돌파를 결의했다.”노조 현대차지부가 2월 22일 32차 정기 대의원대회를 마치며 결의문을 채택하고 있다. 지부 제공

 

- 여기저기서 하부영 지부장은 ‘돈키호테’, ‘고집쟁이’라고 부르거나 평하고 있다.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안다면 별명에 대한 생각은 무엇인가.

사측이 하부영 지부장이라는 사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고, 폄훼하기 위해 유포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정기 대의원대회 회기 중에 현장 여론인 양 이런 별명이 SNS에 나돌았다. 선거출마 시기 항상 따라다니던 이름이라 금방 알아챘다.

나를 돈키호테에게 빗대어 몽상가, 이상주의자로 각인시키기 위한 이미지 만들기라고 생각한다. 나는 돈키호테를 세 번 읽어 보았다. 나는 돈키호테를 구시대의 거악과 싸우는 혁명가로 해석하고 있다. 시각에 따라 바보로 보이겠지만, 미련하게, 고집스럽게 혁명을 위해 싸우는 투사로 읽었기에 싫지 않다.

나는 스스로 ‘실사구시파’라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사실을 통해 근거를 확보하고, 정확한 판단과 해법을 찾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세상 변화의 시작은 지구 어딘가의 한 사람의 생각에서 출발해 시행착오와 오류를 거치며 일파만파가 되었을 때 현실화하고, 진실이 된다. 괴로워하는 나를 보고 동반자가 “당신의 생각을 10년만 늦게 시간을 맞추라”라고 한다. 고집을 부릴 때는 확고한 신념으로 남을 설득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나도 힘들고 피곤하다. 하지만 평생 이렇게 살아왔기에 이대로 계속 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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