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기아차 여섯 개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현장순회를 벌이던 기아차비정규직지회 간부들을 가로막고 집단 폭행한 기아자동차 관리자들과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을 서울 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현대·기아차비정규직지회 공동투쟁위원회와 <비정규직 이제 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은 2월 19일 대검찰청 앞에서 ‘기아자동차 원청의 비정규직 집단테러 고소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수억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장과 지회 간부들은 2월 18일 조합원들을 만나기 위해 화성공장 PDI 공장을 찾았다. 회사는 관리자 300명을 동원해 지회 간부들의 현장순회를 가로막았다. 지회 간부들이 항의하고 공장에 들어가려 하자 관리자들은 김수억 지회장의 허리를 낚아채 넘어뜨리고, 발로 밟고 차는 폭행을 저질렀다. 김수억 지회장과 지회 조합원 한 명이 다쳐 병원에 실려 갔다.

▲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 공동투쟁위원회가 2월 19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기아차 원청 비정규직 집단테러 고소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성민규

양기창 노조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지회 간부들을 폭행한 자들을 고소·고발하겠다”라며 “정몽구와 정의선의 범죄행각에 검찰과 법원이 눈 감고 있는 와중에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장순회를 하던 간부를 폭행했다. 누구라도 분노할 상황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명노 기아자동차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지회 간부와 조합원 열다섯 명을 300여 회사 관리자들이 집단폭행해 심각한 상처를 입혔다”라며 “이대로 물러설 수 없어 지회는 오늘 중식집회를 열고 현장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불법파견 판결을 미루고 있는 대법원과 불법파견 범죄 고소·고발에도 수사를 미루고 있는 검찰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이병훈 현대차 전주 비정규직지회장은 “현대차가 15년 동안 불법파견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데, 벌을 받지 않고 있다. 구사대를 동원한 폭력에 노동자만 죽어가고 있다”라고 규탄했다. 이병훈 지회장은 “지난해 10월 서울노동청 단식투쟁으로 불법파견 문제에 대한 직접교섭 협의를 쟁취했지만 다섯 달이 넘도록 아무 진전이 없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병훈 지회장은 “현대차가 저렇게 버티는 배경은 불법파견 범죄에 대해 조사와 처벌에 나서지 않는 검찰 때문이다”라며 “노동부와 검찰이 직접고용 시정 명령을 관철할 의사가 없다면 노동자가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불법파견 사건은 2017년 서울고등법원 판결 이후 2년째 대법원에 묶여 있다. 조합원들은 대법원이 하루빨리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고등법원은 2017년 사내협력업체 노동자가 파견법에 정한 ‘파견노동자’, 현대·기아차가 ‘사용사업주’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직접고용의무 발생 시점 이후 발생한 정규직 노동자와 사내협력업체 노동자 임금 차액을 ‘임금 또는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라는 판결도 내렸다.

노조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여섯 개 지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대차가 비정규직지회의 교섭 공문을 받고 기아차처럼 교섭에 나서지 않는다면, 원청인 현대·기아차 압박 투쟁과 대정부 투쟁을 강화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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