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10기 집행부가 1년 3개월의 1년 차 임기를 마무리하고 2년 차에 접어들었다. 노조 기관지 <금속노동자>는 김호규 위원장을 만나 단도직입으로 사회적 대화와 노정 교섭에 대한 생각부터 물어봤다. 김호규 위원장은 “현 상황 참가는 반대”라고 분명히 밝혔다.

-민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가 문제 등 사회적 대화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현 상황에서 경사노위 참여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반대한다.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가하려면 문재인 정권이 최소한의 신뢰를 보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개악한 2019년 최저임금, 탄력 근로제 도입 시도, ILO 핵심협약 비준을 핑계로 시도하는 노동법 개악 등 노동권 침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가 줄곧 노동자에게 불리한 법 제도를 만들려고 하는데 경사노위 참가가 시기상 적절한지, 안에 들어가서 노동자가 공정한 논의를 진척시킬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노동존중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면서 제대로 보여준 게 없다.

▲ “현 상황에서 경사노위 참여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반대한다.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가하려면 문재인 정권이 최소한의 신뢰를 보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개악한 2019년 최저임금, 탄력 근로제 도입 시도, ILO 핵심협약 비준을 핑계로 시도하는 노동법 개악 등 노동권 침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가 줄곧 노동자에게 불리한 법 제도를 만들려고 하는데 경사노위 참가가 시기상 적절한지, 안에 들어가서 노동자가 공정한 논의를 진척시킬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사진=신동준

 

-노조 안에 노정 교섭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경사노위에서 노동자들이 양보하거나, 자본과 주고받기를 통해 현안을 정리하자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현안을 정리하면 노동조합은 입장을 정하기 어려워진다. 경사노위를 진행한다면 논의할 담론을 형성하고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이런 과정을 뺀 채 미리 그림을 그려 놓고 따르라고 한다.

물론 법과 제도를 논의하려면 단위사업장이 아닌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이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생각하는 노사정 대화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확고하다. 노동자들은 정권과 자본이 노사정 대화를 앞세워 정리해고제, 비정규직 확대 등 법 제도를 통과시킨 기억이 있다. 노사정 대화의 이미지는 노동자가 당하고 뺏기는 이미지일 수밖에 없다.

노정 대화는 다르다. 내버려 둘 문제가 아니다. 조건과 상황을 고려해서 노정 교섭을 진행하고, 산업별 요구 등 금속노조의 요구를 들고 당당하게 교섭에 나서야 한다.

노동조합 관점에서 정부와 정책으로 정리해야 할 주제들이 있다. 예를 들어보자면, 금속산업 안에 임금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서로 인정한다. 이 모순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나 임금체계를 만들고, 무엇을 보완할지 논의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논의하려면 적어도 정부가 사용자 쪽으로 기울지 않을 거라는 신뢰가 필요하다.

 

-금속노조는 노정 교섭 과정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교섭을 열어놓고 가만히 있으면 파도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산업의 변화와 국가정책은 사업장별로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다. 노조는 정부와 사용자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대화를 해보자고 얘기했다. 일단 자동차산업 노사정 포럼을 제안했고, 논의를 시작했다. 노조와 정부, 사용자가 자동차산업 유지와 발전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는 회의체다.

노사정이 특정 주제를 두고 쉽게 합의할 수 없겠지만, 노사정 모두 공감대를 넓혀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노조가 능동적으로 대응했으면 한다. 노조 실력이 부족하다는 비 객관적인 판단으로 나서면 안 된다. 금속노조가 제조업에 대한 명확한 전망을 세우고, 대안을 논의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전체 노동자 계급 운동의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

<금속노동자>는 김호규 위원장에게 2018년을 돌아보고, 2019년 금속노조가 나아갈 방향을 물었다. 금속노조는 미조직 노동자의 노동조합에 대한 갈망과 열린 광장의 효과로 18만 조합원을 달성하는 등 지표로 보면 성장했다. 산별교섭은 노조 출범 이래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고, 여전히 뿌리내리지 못했다. 기업별 노조의 관행은 아직 금속노조의 발목을 잡고 있다.

김호규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금속노조의 원칙은 유지하되, 노조도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별노조 완성을 위해 산별교섭을 끈기 있게 밀고 나가면서, 해보지 않은 다양한 시도와 사업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 “노정 대화는 다르다. 내버려 둘 문제가 아니다. 조건과 상황을 고려해서 노정 교섭을 진행하고, 산업별 요구 등 금속노조의 요구를 들고 당당하게 교섭에 나서야 한다. 노동조합 관점에서 정부와 정책으로 정리해야 할 주제들이 있다.” 사진=신동준

 

-금속노조 10기 위원장 임기가 1년 이상 지났다. 개월 수로 따지면 15개월이다. 1년 차 활동을 돌아본 소회를 말해 달라.

금속노조가 한 번에 바뀌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했다. 조직운영과 전망, 예산 측면에서 10기 집행부는 금속노조 발전을 위한 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욕심과 바람대로 되진 않았다. 뜻은 세웠지만, 이 뜻으로 조합원과 간부를 모으는 과정이 여러모로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2018년을 지내면서 정세 인식을 어떻게 해야 할지, 금속노조의 위치에 대해 어떻게 진단해야 할지 자유롭게 소통되지 않아 답답함이 있다. 이러다 보니 머뭇거리는 측면이 있었다. 금속노조 중앙에 금속산업연맹 사무처장, 6기 부위원장, 10기 위원장으로서 세 번 올라왔다. 그때마다 비슷한 고민을 했다. 현안을 조합원들과 어떻게 함께 풀어낼지 항상 고민했다.

 

-2018년 임단협 투쟁을 평가해 달라.

금속노조는 산별노조라는 개념을 중심에 두고 임단협 교섭과 투쟁을 벌였다. 기업 단위의 임단협 투쟁을 극복하기 위해 중앙, 지부, 사업장 삼중 교섭 체계가 들어섰지만, 교섭들이 하나로 모이지 않고 있다. 금속노조는 줄곧 이를 돌파할 전술을 고민했고, 중앙교섭, 재벌사 교섭, 업종교섭 요구를 내놨다. 문제는 노조가 교섭을 요구했지만 교섭상대인 재벌이 교섭에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는 태생 상 초기업 단위 교섭을 뚫어야 자기 모습을 갖출 수 있다. 산별교섭 정착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우리의 조건과 상황을 드러내놓고 다양한 토론을 해야 금속노조의 교섭전략을 제대로 만들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야 조합원과 공감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2018년 금속노조는 산별교섭을 위한 노사공동위와 하후상박 연대임금안을 제시했다.

산별교섭으로 가기 위한 전 단계로 두 가지 축을 세웠다. 두 가지 축 가운데 하나로 대공장 임금 인상분이 하청, 부품사, 중소영세업체, 비정규 노동자에게 흘러가도록 하후상박 개념을 제시했다. 노조 의사 결정단위에서 취지와 내용에 공감해 요구안으로 결정했지만, 결과적으로 제도화하는 데 실패했다. 한편으로 산별교섭을 해야 하는데 하루아침에 교섭을 시작하기 어려우니 재벌사를 포함한 사측에 노사공동위를 해보자고 제안했고, 일부 성과를 거뒀다. 조합원 대중의 눈높이에서 이 두 가지 요구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꾸준히 제안해야 할 요구이다.

▲ “위원장으로서 금속노조 10기 2년 차는 노조의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이라고 규정하겠다. 2019년 노조의 사업계획안을 보면 청년 사업 등 새롭게 시도하는 사업들이 있다. 저부터 새로 조직한 사업장, 젊은 조합원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젊은 고민을 조직운영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 사진=신동준

 

-자동차 등 제조업 산업의 변화와 노동자 세대교체로 일자리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노조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속노조가 세대 충돌을 걱정하고 있으면 안 된다. 신구세대의 연결을 고민해야 한다. 반등의 기미는 있지만, 제조업 경기가 하강국면이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경향이 보인다. 현대차 상황을 보면 향후 10년 동안 2만 명의 노동자가 정년퇴직으로 떠날 예정이다. 금속노조와 현대자동차지부가 이 자리에 젊은이들이 정규직으로 들어설 수 있도록 방안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정년퇴직을 맞는다. 활동가들도 많이 퇴직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금속노조의 포스트 전략이 필요하다.

저도 몇 년 후면 정년퇴직을 한다. 지금의 상황에서 정년을 더 늘리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두 번째 인생을 살기 위한 교육 훈련 등 다양한 준비가 필요하다. 사회와 국가는 퇴직자가 공동체를 위해 노력한 만큼 퇴직자에게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정년퇴직자의 빈자리를 촉탁직이나 비정규직이 아닌 젊은 청년이 정규직으로 일하도록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노동조합이 청년 문제를 고민하고, 퇴직 이후 조합원의 삶을 고민하는 사업을 벌이자고 주문하고 있다. 10기 2년 차 노조가 이런 사업들이 출발하는 계기를 만들겠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광주형 일자리 정책 반대를 노조 기득권 지키기로 몰아가는 보수언론 보도가 있다. 이 문제를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갈등, 지역갈등으로 몰고 가는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과잉 중복 투자가 되기 뻔하므로 반대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새 일자리와 기존 일자리 사이에 심각한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상황은 동의할 수 없다. 3,000만 원대의 연봉을 고정하는 하향 평준화에 반대한다. 임금 낮추기로 접근하는 일자리 정책은 기존 노동자와 임금경쟁 구도를 만들겠다는 얘기다. 일자리 문제는 이렇게 풀 문제가 아니다.

답은 명확하다.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 줄인 노동시간만큼 일자리를 만들면 된다. 일자리 나누기로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얘기를 꼭 하고 싶다. 세상이 많이 변했지만, 근무형태는 10시간, 12시간, 맞교대를 유지하는 사업장이 아직 많다. 공장 규모와 지역에 따라 노동조건이나 임금이 차이 난다. 여러 사람이 할 일을 억지로 한 사람에게 몰아주면서 수당을 추가로 주고 있다. 노동자가 수당에 얽매이게 하는 구조를 깰 생각을 해야 한다. 현장에 사람을 늘리고 노동시간과 강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간다면 임금에 관해 판단할 여지가 있다.

노동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청소하는 사람은 왜 돈을 적게 받아야 하나? 의사나 변호사와 청소노동자의 임금이 10배 이상 차이 나는 한국사회 모순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누군가 청소를 하지 않으면 한국사회가 돌아가겠는가. 사회에 이바지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이바지한다는 점은 모두 똑같다. 노동의 가치에 대해 한국사회가 다른 판단을 내릴 때가 왔다. 금속노조 조합원이라면 한국사회에서 모두 함께 살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10기 2년 차 금속노조를 어떻게 이끌지 포부를 밝혀달라.

노조가 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조직에 주고 싶다. 변화를 두려워 말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고 제안하겠다.

4만 금속노조 시절 으뜸 구호는 ‘한다면 한다’였다. 조합원들은 강한 지도력을 요구했고, 단순명쾌한 사업과 집행을 좋아했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같은 구호와 사업방식으로 조직을 유지, 확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설득과 공감으로 조직을 움직이는 지도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화형 지도력이 필요한 시기다.

46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규약개정안이 부결되는 과정에서 보듯이 금속노조의 지도력은 현장과 조합원들의 동의가 없으면 발휘하기 어렵다. 무조건 집행부가 따르라고 해서 따르는 상황은 생기지 않는다. 집행부는 조합원들에게 자신이 벌이려는 사업을 투명하게 제시하고, 조합원들은 집행부가 제시하는 사업을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조합원들이 이 과정을 보고 일단 “우리가 해야 하는 게 뭐지?”라는 질문을 던졌으면 한다.

위원장으로서 금속노조 10기 2년 차는 노조의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이라고 규정하겠다. 2019년 노조의 사업계획안을 보면 청년 사업 등 새롭게 시도하는 사업들이 있다. 저부터 새로 조직한 사업장, 젊은 조합원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젊은 고민을 조직운영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