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대의원들은 ‘혼란’보다 ‘안정’을 불가피하게 원했다. 23일 노조 25차 임시대의원대회 때 대의원들은 조직편제를 둘러싼 논란을 잠시 접고 노조 조직을 일단 안정화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날 대의원들은 기업지부를 올 9월까지 한시적으로 둘 수 있도록 돼 있던 규약부칙 11조를 삭제하고 기업지부를 2011년 9월까지 2년간 더 둘 수 있도록 규약부칙조항을 신설했다. 대신 기업지부 해소방안 및 지역지부 편제방안을 한 해 앞당긴 내년 가을에 개최될 6기 2년차 정기대의원대회 때 결정키로 규약문구에 추가해 담았다. 또 기업지부 해소 전이라도 각 지역의 기업지부 소속의 간 단위(지부, 지역위원회, 지회, 분회 등) 대표자는 지역지부 운영위에 참가하도록 규약문구를 구체화하기도 했다.

▲ 한 대의원이 규약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 신동준 편집부장

12월에 조발특위 구성…내년 가을 광범한 규약규정 개정

아울러 이날 대의원들은 향후 1년간의 기업지부 해소를 위한 실행방안을 더불어 결의했다. 이날 대의원들이 결의한 이른바 실행방안의 요지는 이렇다. 일단 올 12월까지 기업지부와 지역지부에서 두루 결합한 조직발전전망 마련을 위한 특별위원회(아래 특위)를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이 특위는 내년 6월까지 금속노조 조직진단을 광범하게 실시하여 <조직발전전망 토론용 보고서>를 제출하게 된다. 이 보고서에는 △기업단위 조직체계 해소전망 △지역의제 및 지역지부 발전전망 △노조-지역-사업장 사업영역 및 영역별 교섭구조 등을 담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보고서가 제출되면 이후 중집과 중앙위 등의 회의와 현장토론과 공청회 등을 진행한 뒤 내년 가을 노조 정기대의원대회 때 조직운영, 교섭, 투쟁, 재정 등과 관련한 광범한 규약규정을 손보겠다는 것이다.

지역과 기업 2%씩 지역공동사업비 분담

이와 관련해 대의원대회 의장으로 회의를 진행했던 박유기 노조 위원장은 “기업지부해소에 따른 소속 사업장의 불안심리를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사업을 차분히 거치면서 조합원 전체의 동의과정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내가 특위 위원장을 자임하겠다”고 말해 노조 조직재편을 둘러싼 조합원 토론과 설득을 직접 지휘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 11월23일 열린 25차 임시대의원대회에 참석한 대의원들이 규약개정안에 대해 투표하고 있다. 신동준 편집부장

이날 노조 대의원들은 기업지부 해소가 사실상 2년 더 연기시켰지만 지역에서 기업지부와 지역지부가 지역공동사업을 펼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추가로 결의해 눈길을 끌었다. 지역지부과 기업지부가 각각 자기 예산 2%씩을 의무로 떼어 내 지역공동(투쟁)사업비를 별도 운영해보자는 것. 노조도 사업비 2%를 떼어 내 장기투쟁대책기금(아래 장투기금)으로 돌린다. 장투기금은 장기파업, 구조조정, 직장폐쇄 등으로 인해 6개월 이상 임금을 받지 못한 조건에서 투쟁하고 있는 조합원에게 노조가 생계비 조로 주기 위해 모아둔 기금이다. 현재 이 기금은 거의 고갈상태다. 

▲ 11월23일 열린 25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박유기 위원장이 규약개정안이 79.5% 찬성으로 통과했음을 선언하고 있다. 신동준 편집부장

위와 같은 결의에 따라 노조 대의원들은 금번 지역지부 선거에 대해 기업지부 조합원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주자고 돼 있던 규약부칙조항도 삭제했다. 이에 따라 금번 지역지부 선거는 기존처럼 지역지부 소속 조합원들에게만 참정권이 주어진다.

대의원 79.5%의 찬성

노조는 이같은 내용들이 종합적으로 담긴 규약개정안을 참석 대의원의 무기명 찬반투표를 물었다. 이와 관련한 수정동의안은 없었다. 찬반토론도 사실상 없었다. 2년 가까이 진행된 조직편제 논의에서 나올 이야기들 다 나왔기 때문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었다. 결과는 투표참가 대의원 3백94명 중 3백13명의 찬성(찬성률 79.5%)이었다. 지난 13일 노조 중앙위에서 모처럼만의 만장일치 단일안으로 제출되었던 내용이 최종 승인됐다. 앞으로 조직재편 논의 시간을 1년 더 번 셈이다. 향후 금속노조가 조합원들과 토론하고 소통할 일이 많아졌다.

한편, 이에 앞서 노조 대의원들은 민주노총에 파견할 중앙위원과 대의원선출기준을 노조 중앙위원회로 위임하기도 했다. 금속노조에 배정된 민주노총 중앙위원과 대의원은 각각 52명과 3백12명이다.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