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5월 24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천안함 피격을 북의 군사도발로 규정하고 북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천명함으로서 한반도 정세를 극단적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국민 다수가 천안함 진상결과에 대하여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막가파식 대북압박정책을 대통령이 발표함으로서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대북 대응 기조로 ▲북한의 추가 도발 및 대남 위협 행위를 선제 관리하는 안보태세 구축 ▲북한이 영해, 영공, 영토 침범 시 즉각 자위권 발동 ▲남북 경협 및 대북 지원은 상호 정치군사적 신뢰 구축과 연계 고려 등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북의 추가적 군사 도발에 즉각 무력 대응과 남북 간 경협 사업 및 대북 지원 중단, 남북해운합의서에서 합의한 우리 영해의 북한 선박 통과를 불허한다고 못을 박았다. 이에 따라 대통령 담화문 발표 다음날인 5월 25일 우리 측 수역으로 진입하는 북한 선박을 처음으로 퇴거 조치시켰으며 개성공단 사업의 축소를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또한 천안함 공격에 대한 북의 공식 사과와 관련자 처벌을 촉구했으며, 천안함 피격 사건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할 계획도 밝혔다. 북 정권을 향해서는 “무엇이 진정 북한 정권과 주민의 삶을 위한 것인지 현실을 직시해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라”라고 촉구했다. 끝으로 국민들의 안보 의식 제고와 국민 통합을 주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 국방부가 제시한 북한체 '1번'. 천안함 침몰원인을 조사해온 민군 합동조사단이 5월20일 오전 10시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조사결과를 공식 발표하는 가운데, 백령도 사고지역 근해에서 쌍끌이 어선이 수거한 뒤 '결정적 증거물'이라며 공개한 어뢰 추진체 한 부분에 매직으로 '1번' 이라고 써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제공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대북압박정책의 결정판이 ‘북한=주적’ 개념의 부활이다. 이는 2004년 노무현 참여정부 때 폐기된 이래 수구세력들의 엄청난 저항에 부닥치며 안보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던 문제였다. 대통령 담화문 발표에 맞추어 국방부는 대비태세 강화 지침을 내렸고, 비무장지대에서 대북 선무방송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통령 담화 첫머리에서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말한 것이 이 같은 막가파식 고강도 대북압박정책을 펴는 것이라면 이는 국민의 정서를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담화문 발표 이틀 뒤인 5월 26일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방한하여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회담을 통해 ‘천안함 동맹’을 공식 확인했다. 천안함 사태를 한미동맹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국제공조를 바탕으로 강력한 대북제재 조치를 위해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하고 전의를 불태우는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클린턴 장관은 한미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국정부가 취한 천안함 대응조치들은 적절한 조치로 미국은 이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 “미국은 북한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추가적인 대응조치들을 검토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미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기조가 북에게 실질적 고통을 가하는 방향으로 전방위적 대북압박정책을 구사하겠다는 뜻이다.

이 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앞으로 취할 대북압박정책의 구상이 드러났다. 우선 미국은 한국 측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방침을 적극 지지하고, 독자적으로는 고강도의 대북압박정책을 구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과거 부시 행정부 때 완화하거나 해제했던 ▲적성국 교역법 재적용 ▲테러지원국 재지정 ▲ 애국법(Patriot Act) 301조 적용방안 등 다양한 금융, 경제재제 조치를 검토 중이다. 특히 북 최고위층과 군부에게 흘러들어가는 돈줄을 차단하는 고강도 금융제재 조치가 중점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이에 질세라 미 의회도 오바마 정권의 대북압박정책에 맞장구치고 나섰다. 미 상원은 금융제재법안을 추진 중이고 하원은 대북 규탄결의안을 채택한다고 하니 이쯤 되면 막가자는 것이다.

또한 한미 양국이 연합군사훈련의 강화조치를 검토 중임을 밝혔다. 이는 북에게는 상당한 위협으로 될 것이며 한반도 정세를 급격히 얼어붙게 만들 것이다. 이러한 조치에 따라 한미 양국은 ▲올 하반기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따른 역내외 차단훈련 ▲6월말 또는 7월초 한미 연합 대잠수함훈련 ▲팀스피리트연습과 유사한 대규모 한미연합 야외기동훈련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한미당국의 대북압박정책에 맞서 북은 5월 26일 남측이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할 경우 “서해지구 북남관리구역에서 남측 인원, 차량에 대한 전면 차단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경고는 심리전 재개 시 사실상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는 뜻이다. 남북 장성급회담 북측 대표단장은 남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확성기 설치는 북남 군사합의에 대한 노골적인 파기이자, 우리에 대한 군사적 도발”이라면서 “확성기가 설치되는 족족 조준 격파사격으로 없애버리기 위한 군사적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실로 작금의 정세는 미친 운전기사가 승객을 가득 태운 채 인도로 돌진하는 양상이다. 우리는 한미당국에게 묻는다. 정녕 한반도를 냉전시대로 되돌리려 하는가? 우리 민족의 생사여탈권을 쥐락펴락하는 한미당국의 막가파식 행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미친개에게 몽둥이가 약이다’란 말이 있다. 이제 노동자 민중이 몽둥이 하나씩 준비하여 전투5분대기조로 전의를 가다듬어야 할 때다.

김종일 /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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