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철폐의 함성이 서울역 광장에 울려 퍼졌다. 24일 13시 서울역 광장에 모인 1천500명의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비정규열사 추모제 및 전국비정규노동자대회’를 열고 ‘비정규직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결의했다.

“열사를 우리 마음 속 불꽃으로 만들자”

이용석, 유희수, 안동근, 하중근, 정종태, 김춘봉, 김태환, 류기혁, 박일수, 주민칠, 정해진, 이병렬, 김동윤, 박상준, 최복남, 한승훈, 박종태 열사까지 총 열일곱 분의 비정규 열사 소개와 함께 영정이 무대에 올려졌다.

 

언론노조 KBS계약직지부 홍미라 지부장은 추모사를 통해 “소중한 생명을 바쳐 비정규직 철폐를 외친 열사들의 바램이 아직 실현되지 않아 열사들에게 죄송하다”면서 “비정규직이란 단어이 없어지는 날까지 강고하게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운수노조 철도본부 조합원 서성민 동지는 허준영 전경찰청장이 사장으로 온 뒤 수천 명을 인원 감축 계획을 발표하는 등 사업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용불안 현실을 폭로했다. 또한 “우리는 노동조합이라도 있어서 이 자리에 나오지만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자리가 있는 것조차 모르고 있다”며 비정규직 조직화의 절실함을 강조했다.

학습지산업노조 재능지부 유명자 지부장은 정종태 열사의 단식투쟁을 떠올리며 “최근 노동조합이 많이 힘들지만 반드시 승리해서 다음에는 꼭 제대로 된 제사를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추모제 마지막 순서로 김성만 동지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하는 추모공연이 있었다.

비정규직 조직화와 투쟁은 “민주노조 운동의 미래”

추모제에 이어 전국비정규노동자대회가 시작됐다. 대회사에 나선 민주노총 정의헌 수석부위원장은 “이 땅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의 삶을 자본가와 정권에게 맡기고 노예처럼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며 IMF 이후 민주노총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문제가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음을 토로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는 절대로 굴할 수 없다”며 “비정규직 문제가 비정규직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뛰어넘어 민주노총으로 단결해 싸우자”고 호소했다. 다음으로 특수고용 비정규직, 사내하청 비정규직, 공공부문 비정규직, 이주노동자를 대표하는 투쟁사가 이어졌다.

한 해 동안 모범적으로 비정규직 투쟁을 전개한 동지에게 수여하는 ‘이용석열사 노동자상’은 공공노조 서울경인서비스지부 학교비정규직분회 정수은 조합원이 시상했다. 비정규직노동자대회 마지막 순서로 ‘비정규직 조직화-권리보장 선언문’을 낭독이 있었다. 참가자들은 선언문을 통해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조직과 투쟁 없이는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문제를 돌파할 수 없다”며 “미조직-비정규 노동자 조직화를 주요한 일상 사업으로 배치하고 중요성에 걸맞는 인력과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비정규직 조직화와 투쟁은 민주노조운동의 미래를 규정하는 핵심적인 과제”라며 ▲비정규직법-최저임금법 개악 저지 및 비정규직 구조조정 저지, ▲중소영세 사업장에 대한 조직화 투쟁 본격화, ▲ 일상적이고 집중적인 비정규 사업을 통한 민주노조운동의 조직사업문화 혁신 완수를 결의했다.

임성규 위원장, “민주노총이 용산 투쟁에 제 역할을 다하자”

전국비정규노동자대회가 끝나자 16시부터 ‘용산참사 해결 촉구 노동자 결의대회’가 이어졌다. 첫 순서로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의 대회사가 있었다. 임 위원장은 “그간 용산 학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투쟁에 민주노총이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했다”며 참석한 조합원들이 적극적인 연대에 나서줄 것를 호소했다. 이어 “11월8일 전국노동자대회와 민중대회를 열고 용산 문제를 포함해 이명박 정부에게 선전포고를 하겠다”며 “11월 말~12월 초 간부파업이 아닌 총파업에 조합원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현장을 준비할 것”을 다짐했다.

용산 참사로 돌아가신 故양회성 열사의 아내 김영덕 여사가 유가족을 대표해 연단에 올랐다. 김 여사는 “정운찬 총리에게 대화가 필요하다고 했더니 아직 대화할 때가 아니라는 답이 왔다”며 “우리들 앞에서 눈물 흘린 것은 가식이었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단식투쟁 중 의식을 잃은 문규현 신부님을 안타까워하며 “하루빨리 쾌차하셔서 유가족 품으로 돌아와 주실 것”을 기원했다. 참가자들은 행사 마지막 순서로 ‘용산참사 해결 정부가 나서라!’라고 써진 풍선에 소원지를 달아 하늘로 날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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