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슈에서 홋카이도로 들어오는 현관인 하코다테는 150년 홋카이도 개척사와 함께하는 도시다. 하코다테는 일본 최초의 개항도시이기도 하다. 1854년 3월 31일 맺은 미일 화친조약으로 일본 정부는 시모다와 하코다테를 개항했다. 그 뒤로 하코다테는 외국 선박의 기착지이자 외국인들이 머무는 도시로 성장했다.

일본의 홋카이도 개척과 함께 홋카이도에 철도를 깔았다. JR 하코다테역(이하 하코다테역)은 홋카이도 남단에 있는 주요 역이다. 철도로 본토인 혼슈에서 홋카이도로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역이기도 하다.

하코다테 역에 도착해 플랫폼에 내려서 보면 역의 선로가 기묘하게 바다 쪽을 향해 열려있다. 역위치가 반도 가운데 돌출한 곳이다. 특이하게 선로가 바다를 향해 열려있는 구조다. 이렇게 설계한 이유는 철도 연락선이 실어온 열차를 배에서 뭍으로 끌어 올렸던 곳이 이곳 하코다테역이기 때문이다.

▲ JR홋카이도 하코다테역 전경. 성민규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지만, 해협을 사이에 두고 열차를 배에 실어 건너편으로 보내는 일은 철도 수송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이다. 철도 연락선은 갑판 한가운데에 철로를 설치해 기차를 통째로 실어 나른다. 혼슈의 아오모리(靑森)역과 홋카이도의 하코다테(函館)역을 잇는 113Km의 바닷길을 일본 국유철도 소속의 세이한 연락선이 왕복하고 있었다.

하코다테역 인근에 도착한 기차를 내리던 선로는 사라져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고, 부두 자리에 과거 혼슈의 아오모리와 하코다테를 왕복하던 철도 연락선인 마슈마루가 해상공원으로 남아 양 도시를 오가던 연락선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더는 철도 연락선은 기차를 싣고 양 도시를 오가지 않는다. 혼슈와 홋카이도를 잇는 해저터널인 세이칸 터널이 1988년 27년의 공사를 거쳐 개통하면서 기차는 터널을 지나 하코다테역에 들어온다.

 

태풍에 가라앉은 연락선

하코다테역 맞이방에서 사진전이 열렸다. 하코다테와 아오모리를 잇는 철도 연락선 도야마루 침몰 당시의 사진과 신문지면을 전시한 사진전이었다. 1945년 재일조선인들을 태우고 부산으로 돌아가던 중 교토 마이츠루 앞바다에서 폭침당한 우키시마마루 폭침 사건으로 5천여 명이 사망했다. 이 사건 이후 일본에서 두 번째로 인명피해가 많이 낸 해난사고다.

하코다테와 아오모리를 연결하는 철도 연락선 도야마루는 1,314명을 태우고 1954년 9월 26일 밤 태풍에 가라앉았다. 승선자 중 1,150명이 죽고 159명만 살아남은 대참사다.

홋카이도와 혼슈 북부는 당시 태풍 15호 마리의 영향권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도야마루는 26일 오후 2시 50분 출항예정이었지만 거센 태풍으로 출항을 연기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바람이 잦아들고 운항관리자인 선장의 결정으로 오후 6시 40분 출항한다. 그리고 그 날 밤 하코다테 앞바다에서 강한 비바람을 맞아 전복된 뒤 그대로 침몰했다.

4,000t에 레이더를 장착한 최신형 연락선인 도야마루호에 대한 믿음. 이 배는 절대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침몰로 이어지는 도화선이 됐다. 도야마루 침몰과 대량 인명피해는 일본 정부가 아오모리와 하코다테를 잇는 해저터널 건설에 나서도록 하는 계기가 됐고, 1988년 세이칸 터널이 개통하면서 철도 연락선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코다테 여행 1번지

하코다테역은 하코다테 여행의 시작점이다. 역 바로 옆에 새벽부터 아침까지 여는 ‘아침 시장’이 열린다. 홋카이도 어선들이 잡아 온 해산물과 수산물 가공품, 해산물 요리를 파는 시장이다. 성게, 게, 연어 알을 올린 해산물 덮밥을 맛보려는 관광객들이 새벽부터 찾는 곳이다.

▲ 하코다테산에서 바라본 하코다테시 야경. 성민규

일본 전국의 JR 역 대부분이 그렇듯이 JR 하코다테역도 지역 내 교통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역 앞으로 나가면 버스센터와 노면 전차 역이 있어 시내 어디든 이동하기 편리하다. 일본 역사상 유일한 공화국 ‘에조 공화국’의 지휘부가 있던 고료가쿠, 유노카와 온천, 아카렌가 창고와 개항장 등을 대중교통으로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

일본의 대중교통비는 거리비례로 무지막지하게 올라가기 때문에 JR 하코다테역 앞 관광안내소에서 1천 엔에 살 수 있는 버스+노면전차 1일권을 이용하기를 추천한다. 1일권으로 하코다테산 등산 버스도 탈 수 있다. 하코다테산에서 야경을 볼 거라면 무조건 1일권이 이득이다. 간혹 1일권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관광객들이 600엔짜리 노면전차 1일권을 구매해 등산 버스를 타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왕복 800엔의 추가금을 내야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하코다테산을 오르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하코다테산을 돌아 올라가는 등산로를 이용해 걸어 올라가는 방법이다. 왕복 2시간 정도 걸린다. 두 번째 방법은 산 밑에서 로프웨이를 타야 한다. 왕복 1,200엔의 요금이 들고 관광객이 많으면 탑승시간이 오래 걸린다. 세 번째, 18시 40분부터 하코다테 역 버스센터에서 하코다테산 정상을 향하는 버스를 타는 방법이다. 버스는 산 능선을 따라 낸 옛 군용도로를 오르는데, 버스 차창으로 보이는 경치가 일품이다. 요금은 왕복 800엔이다.

해발 334m의 하코다테산에 오르면 하코다테 만과 쓰가루 해협의 곡선을 따라 늘어선 도시의 빛을 볼 수 있다. 오목하게 들어간 지형을 보면 한눈에 봐도 이곳이 요충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왜 서양세력이 이곳 하코다테를 개항장으로 요구했고, 항구로 이용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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