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교통사고가 나서 자동차보험 회사에 사고접수를 했다. 전화하고 기다린 지 30여 분 만에 도착한 사고처리 담당자가 탑승자들이 다쳤는지 살펴보고, 병원치료 방법을 안내해 주고, 다음 과정으로 보험처리를 넘겨주는 등 일사천리로 과정을 진행했다.

노동자가 일하는 현장에서 사고가 났을 때 바로 달려와서 사고 수습을 해주고,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해주고 처리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나? 회사는 다치거나 병든 노동자에게 치료비 몇 푼 주고 쉬라면서 산재를 숨기고 산재보상을 도와주지 않는다.

노동조합이 있는 현장은 노조가 산재신청을 도와준다. 아무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대다수 노동자는 힘든 상황에서 스스로 절차를 알아보고 자료를 챙겨 산재신청을 한다. 초조하게 승인 여부를 기다리며 제대로 치료를 하지 못한다.

노동자가 산재를 당하면 산업재해보상보험에 의해 치료비, 임금, 후유장해 등에 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산재보상의 원칙은 간단하다. 산재가 업무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입증하면 된다.

현장에서 노동자는 산재를 당하고도 산재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보상을 포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애매하더라도 우선 산재를 의심하자. 절차나 내용은 극복할 수 있다. 포기하지 말자.

 

출퇴근하다 다치면 산재보상

현장 밖 공간에서 재해를 당해도 보상받을 길이 열렸다. 2018년부터 출퇴근 시 사고를 산재로 인정하고 있다. 2018년 전까지 회사의 통제 안에서 통근차량을 이용한 출퇴근 시 사고만 산재로 인정했다.

▲ 산재신청은 ▲산재보험에 가입돼 않더라도 ▲재해자의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사업주의 날인이 없어도 ▲일용직․계약직․아르바이트 등 고용형태에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4월 25일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마치고 명동 신세계 백화점까지 행진하고 있다. <자료사진>

개정 산재보상보험법은 ‘통상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를 산재로 인정한다. 지하철, 버스, 자가용 등 회사 출퇴근 중 발생한 재해에 관해 산재를 인정한다. 산재보상보험법이 규정한 출퇴근재해는 업무에 종사하기 위해, 업무를 마침에 따라 이뤄지는 출퇴근 행위 중 이동 경로상에서 발생한 행위를 말한다. 도로상의 공사, 시위, 집회, 카풀을 위해 우회하는 경로도 포함한다.

통상 출퇴근 경로를 일탈하거나 중단하던 중 발생한 사고는 산재 처리하지 않는다. 예외는 있다. 일탈 또는 중단의 사유가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다. 법이 규정한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는 일상생활용품 구입, 직무관련 교육, 훈련수강, 선거권 행사, 아동․장애인의 등하교, 위탁, 진료, 가족간병 등이다.

‘출퇴근 재해관련 근로복지공단 지침’이 명시한 사례를 보자. ▲퇴근길 마트에 들려 식료품을 구입하기는 인정 ▼백화점에 들러 명품가방을 사는 행위는 불인정 ▲용접기술을 배우기 위해 퇴근길에 직업훈련 교육기관에서 훈련받는 행위는 인정 ▼퇴근길에 취미로 요가를 배우는 행위는 불인정 ▲출근길에 국회의원 보궐선거 투표를 하는 행위는 인정 ▼탁구동호회 회장 선거 투표 행위는 불인정 ▲출근길에 미취학 자녀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는 행위는 인정 ▼아르바이트를 마친 고등학생 자녀를 데리러 가는 행위는 불인정 ▲고혈압약을 처방받기 위해 퇴근길에 병원에서 진료받는 행위는 인정 ▼피부과에서 미용 목적 보톡스를 맞는 행위 불인정 ▲퇴근길에 병원에 입원 중인 부모님을 돌보는 행위는 인정 ▼부모님 집에서 저녁식사를 같이하는 행위는 불인정 등이다.

사고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퇴근길에 백화점에 들러 명품가방을 사고, 지하 식품매장에서 식료품을 사서 나오다 사고를 당한 경우는 어떻게 해석할까. 업무와 관련한 자기 계발을 위해 영어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같은 건물에서 필라테스를 하고 나오다 사고를 당하면 인정을 할까.

통상 출퇴근 시간에 사고가 발생했는지가 중요하다. 퇴근의 경우 두 시간 이내에 귀가하면 통상 경로에 따른 사고로 처리하지만 이 경우도 개인별로 업무개시시간, 종료시간, 주거지의 거리, 사고 발생 시간 등을 고려해 처리해야 한다.

노동자로서 출퇴근재해 산재 범위가 넓어진 사실은 환영할 소식이다. 출퇴근 산재 적용 기준이 완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출퇴근 시 일상생활’이라는 애매한 산재 처리 기준 때문에 산재 인정에 다툼이 생길 수 있다. 개선이 필요하다.

 

산재신청, 할 수 있다

현장의 안전사고 방지와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법이 산업안전보건법이라면 노동자가 입은 산업재해를 보상하고 재해자의 재활과 사회복귀를 돕기 위한 법이 산재보상보험법이다. 사회 안전망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한국에서 산재보험은 산재 노동자들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법 제도다.

정부와 근로복지공단이 이 법을 제정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면서 많은 산재노동자가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분명히 일하다 다친 산재임에도 사업주가 일정한 금액을 직접 보상해주는 공상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사측은 의해서 재해 자체를 은폐하는 경우가 많다.

일하다 다치지 않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해야 최선이다. 노동자가 만에 하나 업무 중 사고를 당하면, 노동조합은 재해를 당한 노동자가 회사의 공상이나 산재은폐에 놀아나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당당하게 신속하게 제대로 치료받도록 보호해야 한다.

산재신청은 ▲산재보험에 가입돼 않더라도 ▲재해자의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사업주의 날인이 없어도 ▲일용직․계약직․아르바이트 등 고용형태에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자.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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