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법률원의 법은 창과 방패다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조합의 힘으로[법은 창과 방패다 42] 자본 꼼수 막고, 삶의 질 높이는 노동시간 단축 쟁취
박현희  |  edit@ilabor.org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4.3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여 년 전 하루 16시간에 달하던 가혹한 노동착취가 일상이었다.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찾고자 한 노동시간 단축 과정은 세계 노동운동의 역사이자, 오늘날 자본주의의 역사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하루 8시간 노동제는 국제노동운동(인터내셔널)과 러시아혁명, 세계 노동자의 죽음과 투쟁의 산물이다. 인터내셔널의 확장을 막으려는 대응체제로 국제노동기구(ILO)가 탄생하고, 노동자의 요구는 1호 협약 ‘공업부문 사업장에서 노동시간을 1일 8시간, 1주 48시간으로 제한하는 협약’으로 구체화했다. 불과 100년도 채 안 된 일이다.

한국 사회는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중요한 시도에 다시 직면하고 있다. 법정 노동시간은 2004년 7월부터 주 40시간으로 단축됐고, 이는 새로울 것이 없다. 이제 ‘실노동시간 52시간’으로 단축이 과제가 됐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당장 올 7월 1일,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시작한다.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의 건강 악화와 산재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이다. 물론, 노동자의 가정과 사회, 문화생활 등 인간다운 삶에 있어 정말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많은 노동자가 노동시간 단축을 선뜻 반길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문제는 생활임금이다.

장시간 노동을 해야 가족을 부양하고, 안정된 주거지를 확보하며, 자녀를 교육하고, 문화생활이 가능하다. 2018년을 사는 한국 노동자의 현실이다. 노동시간 단축이 총액임금의 저하를 불러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말끔히 떨치기 위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연장 노동시간의 총한도를 휴일 포함 12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자본을 상대로 수많은 특강과 컨설팅이 열렸다. 세부 내용은 다양하지만, 그 뼈대는 단순하다. ‘현재 인력 수준에서 노동자의 노동시간만 주 52시간 이내로 단축하고, 총생산량은 유지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모든 강좌의 핵심이었다. 결국 노동자의 노동강도를 강화하자는 소리다.

실제 주당 노동시간이 52시간을 넘어서는 사업장은 이를 단축할 수밖에 없고, 위반하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마음이 급한 쪽은 자본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자본이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 다른 방식을 동원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노동통제 강화하는 등 원하는 것을 챙기려고 시도한다는 데 있다.

제조업이 대부분인 금속사업장은 교대제 개편이 쟁점이 될 것이다. 교대제는 공장 가동을 멈추지 않거나, 최대한 가동하려는 방안이다. 노동시간을 조정해 최대한 공장을 돌려야 하고, 1주일이 7일이어서 법정 노동시간인 주 40시간을 맞추기 쉽지 않다. 자본은 노동시간을 맞추기 위해 탄력근로시간제 등 노동시간 유연화 공세를 할 가능성이 크다.

탄력근로시간제는 특정주 노동시간이 주 40시간을 넘더라도 다른 주에 40시간을 넘지 않으면 이를 평균해 주 40시간으로 인정하는 제도이다. 이 경우 특정주 초과 노동시간은 연장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노동자가 동일하게 연장근무를 해도 연장노동수당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자본은 이렇게 평균해 주 40시간을 맞추면서 추가로 주 12시간의 연장노동을 시키는 방식으로 최대한 인건비를 절감하려 할 것이다.

시차근무제도 있다. 시차근무제는 신세계가 대대적으로 주35시간제를 광고하면서 도입한 제도이다. 각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다르게 해 업무량이 많은 시간대에 여러 명이 근무케 하고, 다른 시간대에 근무자 수를 줄이는 제도이다. 신세계가 시차근무제를 도입한 지 불과 몇 달 지나지 않아 마트 노동자가 돌연사하는 등 벌써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자본은 시간당 인원을 축소하거나 노동강도를 강화하는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려 한다. 흡연시간, 커피 마시는 시간, 통화시간까지 통제하는 등 현장통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강도의 강화는 반드시 노동조건 악화를 불러온다. 노동강도가 세지면 당연히 임금을 더 받아야 마땅하다. 이는 단체교섭 대상이다. 노동조합이 교섭에서 다뤄야 하는 사항이며, 임금인상의 중요한 근거이다.

인력을 충원해야만 실노동시간 주 52시간제가 가능한 현장은 단체협약상 인력충원 조항을 반드시 집행해야 하고, 없다면 지금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탄력근로시간제 등 유연노동시간제는 노동자대표와 구체 내용을 합의해야 시행할 수 있다. 과반수노조는 노동자대표이다.

자본은 현장통제를 통해 노동강도를 강화하고 노동자 감시, 노동조합원 감시․사찰로 악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역시 노동자의 중요한 노동조건에 해당한다. 명목상 휴게시간을 보장하지만, 실제는 일하게 만드는 꼼수는 노동자와 노조가 적극적으로 막아야 할 사항이다.

모든 노동자가 자신이 쓸 수 있는 휴일과 휴가를 모두 사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회사가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을 뽑더라도 비정규직을 뽑는지 감시가 필요하다. 우리 현장에 단체협약 위반 사항이 있는지, 불법파견 노동자는 없는지 짚어봐야 한다. 정말 중요한 노동조합의 중장기 과제는 연장근로를 않더라도 생활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을 확보하는 문제다.

결국 노동조합만 이 일을 할 수 있다.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이런 투쟁을 벌이고 쟁취해야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다. 독일 금속노조는 올해 초 주 28시간 근무제로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 4.3%의 임금인상을 쟁취했다고 한다. 워라밸, 일과 삶을 균형을 맞추는 투쟁, 오늘 우리 금속노동자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중요한 가치이자 과제이다.

박현희 _ 금속법률원 노무사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금속노동자소개기사제보광고안내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서울시 중구 정동 22-2 경향신문 별관 6층 금속노조 | TEL : 02)2670-9507 | Fax : 02)2679-3714
발행처 : 전국금속노동조합 | 발행인 : 김호규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호규
대표이메일 : edit@ilabor.org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금속노동자 iLabor가 생산한 저작물은 정보공유라이선스2.0 : 영리금지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