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중 동지, 보고 계십니까?

아침에 일어나 어제와는 무언가 달라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음 일부가 떨어져 나가 자꾸만 무거웠습니다. 창문가에서 쉴 새 없이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는 서럽게 느껴졌습니다. 누군가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아 땅만 보고 걸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살아가다 문득 모든 것이 멈춘듯한 그런 날이 오늘입니다.

1년 전 오늘,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동료 김종중 동지는 하루아침에 열사가 되었습니다. 믿기지 않았습니다. 현실이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열사의 분향소가 차려지고 열사정신을 계승하자는 구호를 외쳤어도 실은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열사의 죽음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여름에 시작된 불법적이고 공격적인 직장폐쇄는 해를 넘기고 있었습니다. 과연 우리에게 희망이라는 게 있기나 한 건지,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나 있는지, 모든 것이 불투명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여기가 지옥이라 생각될 때 즈음 동지는 열사가 되었습니다.

목 놓아 울지도 못했습니다. 왜 우리 곁을 이렇게 허무하게 떠나갔느냐 원망도 못 했습니다. 우리 모두 힘든데 왜 옆에서 같이 있어 주지 않고 먼저 갔느냐 화내지도 못했습니다. 동지의 삶과 번뇌를, 몇 번이고 마음 다잡으며 불면의 밤을 보냈을 그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볼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1년이 지난 지금도 동지를, 열사를, 마음속에서 떠나보내지도, 붙잡고 있지도 못한 채 살아 있습니다.

▲ 금속노조 충남지부 갑을오토텍지회 조합원들이 2017년 7월 22일 ‘김종중 노동열사 민주노동자장’ 노제를 치르기 위해 김종중 열사의 영정을 앞세우고 열사가 일한 현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신동준

2015년 회사의 상스럽고 천박했던 노조파괴가 실패한 후 멈췄더라면, 2016년 박효상 전 대표이사가 법정 구속되었을 때 멈췄더라면, 적어도 직장폐쇄가 해를 넘기지만 않았어도 동지는 여전히 우리 곁에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노라면 깊은 곳에서 천불이 납니다. 짓밟고, 뺏고, 쥐어짜며 일상을 파괴하고 생명에 위협을 가하면서 퍼부어진 우리 노동자들에 대한 자본의 저주에 치가 떨립니다. 그리고 자본의 탄압으로부터 김종중 열사를 지켜주지 못한 것 같아 죄스럽습니다.

동지가 떠나고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모두 현장에 복귀하여 일합니다. 얼마 전 노사합의로 더는 노조파괴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받았습니다. 자본의 탄압으로 헝클어진 일상도 하나하나 제 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지는 우리 곁에 없습니다.

살다가 문득문득 동지의 빈자리가 느껴질 때마다 오늘처럼 무거운 서러움이 밀려올 것입니다. 또 어떤 날인가는 텅 빈 파란 하늘을 보며 주체하지 못할 눈물도 흐를 것입니다. 지금 누리는 일상의 소소한 기쁨이 동지가 우리에게 보낸 마음이라 느껴질 때마다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끼며 살아갈 것입니다.

남아있는 우리 모두의 살아있음이 동지가 살고 싶어 했고, 함께 하고자 했던 것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또한 자본에 의해 또다시 우리 모두의 삶이 유린당하지 않도록 이 현장을 지키겠습니다.

김종중 동지, 동지가 살고 싶어 했던 세상, 함께 꿈꿔왔던 현장, 나누고 싶었던 일상을 기억하겠습니다. 우리 마음에 동지의 자리 항상 남겨 놓겠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열사 약력

- 1972년 4월 21일 출생

- 1994년 11월 만도기계입사(현 갑을오토텍)

- 2015년 4월~ 8월 갑을오토텍 경영진의 신종노조파괴에 맞서 투쟁

- 2016년 7월~ 2017년 4월 18일까지 갑을오토텍 경영진에 의한 두 번째 노조파괴에 맞선 투쟁

- 2017년 4월 18일 14시 30분경 자택(충남 아산소재)에서 숨진 채 발견

- 2017년 4월 18일 김종중 열사 투쟁대책위원회 구성

- 2017년 7월 11일 49차 2016년 단체협약 갱신교섭에서 김종중 열사 투쟁요구에 대한 노사합의

- 2017년 7월 19일 갑을오토텍 사측이 열사의 죽음에 대한 사과문 게시

- 2017년 7월 22일 김종중열사 민주노동자장 

 

2018년 4월 18일 김종중 열사 1주기 추모제에서

위성희 _ 금속노조 충남지부 갑을오토텍지회 조합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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