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는 노조의 향후 10년을 전망하며, 앞으로 5년의 발전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22일 122차 중앙위원회에서 산별노조발전전략위원회(이하 전략위) 사업을 결정했다.

금속노조는 조직 내외에서 넘겨받은 다양한 숙제를 안고 있다. 2년마다 유예하는 기업지부 해소문제, 경북권지부 통합문제, 조합원 고령화 문제, 간부 기피 현상 등 조직형태와 문화를 둘러싼 문제들이 있다. 노조 조합원들이 생계를 걸고 있는 제조업의 기술발전과 환경변화도 닥쳐오고 있다. 전기자동차, 자율주행 자동차 등 내연기관 시대가 끝나고, 자동차 산업의 환경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략위는 산별정책, 조직강화, 조직확대 등 세 영역으로 나눠 금속노조가 처해있는 상황을 분석하고, 풀어나가야 할 방향을 토론하고 있다.

전략위는 산별정책 영역에서 ▲기술발전 대응, 미래노동․산업정책 마련, 제조업 발전전망 수립 ▲산별임금체계․노동시간단축․국민연금개혁 등 사회의제 공론화 ▲산별교섭․산별협약 발전전략, 산별교섭 제도화 투쟁전술 수립 ▲산별교섭법, 일반구속조항 등 산별체제 관련 법제화 방안 수립을 들여다본다.

전략위는 조직강화 영역에서 ▲지부‧지회 현장조직력 강화방안 ▲지역활동‧사회연대 사업방안 수립 ▲규약‧규정 등 조직혁신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 마련을 논의한다.

전략위는 조직확대 영역에서는 ▲비정규투쟁 종합 발전전략 수립 ▲미조직노동자 전략조직화 방안 수립 ▲제조산별 포함, 산별노조 확대방안 마련을 다룬다고 밝혔다.

노조는 4월 26일부터 27일까지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전략위 출범 뒤 논의한 내용을 중간점검하는 수련회를 열었다. 26일 산별정책 분과가 ‘산별교섭 이행전략’, 조직확대 분과가 ‘금속 미조직 조직화 사업 중장기 방안’, ‘중소영세사업장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방안’, 조직강화 분과가 ‘금속노조 지역활동전략 재정립을 위한 과제’, ‘금속노조 조직운영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전략위는 27일 자동차산업과 조선산업 정책을 다뤘다. 이어 ‘산별연대임금 정책연구’와 ‘노동시간 실태와 단축방안’에 관한 발제를 듣고 전략위 사업 중간점검 토론을 벌였다.

 

“산별교섭 이행 위해 교섭정책 방향부터 잡자”

전략위 수련회 참석자 대다수는 금속노조가 산별교섭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산별 교섭으로 무엇을 해결할 것인지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수련회에 참석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산별교섭은 노동자 전체의 보편 보호망을 높이고 노사관계의 예측성을 높이는데 목적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장의 인식은 다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참석자들은 현장에서 산별교섭의 내용과 형식을 둘러싸고 인식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기업지부가 산별교섭 이행의 열쇠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들은 기업지부 조합원들이 산별교섭에 참여하면 단협이 후퇴할 것이라고 우려한다고 증언했다.

▲ 박유기 전 노조위원장은 “현대차 단협 수준이 높다고 생각한다. 고용부분이 특히 강하다. 산별교섭에 들어가면 이 부분이 후퇴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조합원이 있다”라며 “이 부분을 바로 잡아야 한다. 2006년 산별전환 전까지 현대차에서 산별전환과 관련해 산별노조 교육을 했지만, 요즘은 정세교육과 투쟁방향 설명에 머물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금속노조 산별노조발전전략위원회가 4월 26일부터 27일까지 출범 뒤 첫 수련회를 열었다. 사진=신동준

박유기 전 노조위원장은 “현대차 단협 수준이 높다고 생각한다. 고용부분이 특히 강하다. 산별교섭에 들어가면 이 부분이 후퇴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조합원이 있다”라며 “이 부분을 바로 잡아야 한다. 2006년 산별전환 전까지 현대차에서 산별전환과 관련해 산별노조 교육을 했지만, 요즘은 정세교육과 투쟁방향 설명에 머물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유기 전 위원장은 “정비, 판매는 현대차지부와 멀어질까 우려해 금속노조로 다가오지 못하고 있다. 이 부분을 이해시켜야 한다”라며 “지금 금호타이어, 한국지엠, 현대중공업 등 대공장 사업장의 단협이 무너지고 있다. 기업별로 지켜서는 더 이상 막아낼 수 없다는 현실 직시해야한다”라고 강조했다.

박근태 전문위원은 “산별교섭이 최소 수준의 협약이고 임금수준 하회는 없다고 하면서, 다른 쪽에서 독일 사례를 들며 산별교섭으로 인건비를 줄일 수 있기에 사용자에게 참가 메리트가 있다고 한다. 양립할 수 없는 주장이다”라고 노조가 산별교섭에 관련한 내용을 모순 없이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태 전문위원은 노조가 추진하는 연대임금정책에 대해 “고소득 사업장 임금 상승을 더디게 하지 않으면 실현할 수 없는 방안이다. 조합원 설득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전략위는 조합원들이 산별교섭에 관심을 갖고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야한다고 봤다. 산별교섭을 통해 연대임금으로 계급일체감을 돋우고, 조합원들에게 일자리에 대한 안정감을 줘야 현장에서 따라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사교섭이 임금의 많고 적음을 따지는 수량 교섭을 떠나, 양극화 해소와 고용안정을 추구하는 질적 교섭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산별교섭을 추진하려 해도 회사가 참여하지 않고 버티면 진행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회사가 산별교섭에 참여할 동기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산별교섭 관련 법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법률 기반 불법파견 투쟁, 지속가능성 장담 못해”

전략위 수련회 참석자들은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의 성과와 한계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이 한계가 있지만, 이 길을 외면한 채 조직력을 탄탄히 하고, 비정규직 처지 개선을 위해 원청과 교섭하는 게 전부”라는 주장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박현희 노무사는 “위기상황일 때 고용안정에 관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지위는 완전히 다르다. 미조직 비정규 사업을 할 때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야 세밀한 정리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김태욱 노조 법률원장은 “파견법을 기반으로 정규직화를 진행하고 있지만, 대법원에서 통상임금 신의칙 같은 기이한 법리를 만들면 기초가 무너질 위험이 있다”라며 “판결에 의존하지 말고 다른 경로를 모색해야한다”라고 지적했다.

 

“지역지회 재원과 인력 확보를 위해 기업지부 자원 들어와야”

전략위 위원들은 영세중소사업장을 조직하는 데 있어 지역지회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지역지회의 재원과 규모가 작고, 체계적이지 못한 조직화 시스템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략위는 노조가 추진하고 있는 전략조직화 사업을 긍정적으로 판단했다. 전략위는 3년의 시한을 정해놓은 조직화사업으로 장기 전망을 세울 수 없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략위는 전략조직화 사업의 원활한 확대를 위해 재정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지부의 자원을 지역지회로 연결하는 방안을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금속노조 지역활동 전략 재정립해야

김영수 전략위원은 발제를 통해 민주노조운동의 위기가 지역에서 노조를 멀어지게 한다고 지적했다. 수련회 참석자들은 지역 복지 강화와 지부, 지회 현장조직의 지역 참여를 모색해 조합원들이 공장 울타리 밖을 바라보는 시야를 갖게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지부 퇴직 조합원들의 지역 조합원화를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현장 활동가가 퇴직 후 지역공동체에서 경제활동을 벌이며 지역 활동가로 전환하는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유기 전 노조 위원장은 “현대차에서 조합 간부들이 학교 운영위, 아파트동회의, 교육감 바꾸기, 방과 후 활동 자매결연 등에 나섰다. 지역사회에 나가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에서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라며 “집행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대공장은 지역사회 참여 유인동기가 크다”라고 말했다.

수련회 참가자들은 지역의 맥락에 녹아들지 못하는 사업장 안의 자족적인 노동운동을 지양해야한다고 말했다. 지역공동체에 대한 기여와 영향력이 노조의 교섭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산별 연대임금 첫 단추 찾았다

노조 안 사업장들은 원청 하청 단계에 따라 임금격차가 크다. 각 사업장은 기본급 체계, 임금계산 방식, 수당체계 등 임금체계가 다르다. 임금체계가 사업장 별로 다르기에 임금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략위원들은 조합 임금 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 원청과 1차 밴드의 기본 시급 차이는 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5년차 기본 시급 수준은 1차 밴드사가 원청 보다 높은 경우도 있었다. 더 많은 사업장을 조사해서 정확한 자료를 만들고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략위 수련회에서 원청 하청 사이의 임금 수준을 벌리는 원인은 성과급과 상여금인 것으로 드러났다. 상여금, 성과급이 따라 붙으면서 원청을 100이라고 보면 1차 밴드는 74%, 2차 밴드는 43%의 임금수준을 보였다. 제도가 임금 격차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금속노조 소속이지만 사업장마다 소정근로시간, 상여금 지급률, 상여금 기준임금을 제각각 다르게 적용하고 있었다. 전략위 수련회 참석자들은 사업장 사이의 임금수준을 평준화하기 위해, 산별 임금체계를 만들어 임금제도의 표준화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사업장 성과를 배분하는 공정성을 확보하고, 원청의 CR(납품단가인하) 등 불공정거래를 막아야 원하청 간의 임금 평준화를 추구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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