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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투쟁, 조직화에 다 걸자[특집]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직접 고용, 노조 인정 이후 1
오기형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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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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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7일, 삼성전자서비스가 간접고용으로 위장한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간접고용이라는 열악한 노동조건 아래서 삼성의 혹독한 탄압에 맞서 모질게 투쟁한 조합원들의 성과다. 삼성이 무노조 경영 80년 만에 최초로 노동조합 인정을 공개 선언한 만큼 의미가 크다.

삼성에서 이룬 직접 고용의 놀라움에 압도된 탓인지, 아직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 않다. 그러나 찬찬히 생각해보면 차분하고 대범하게 준비해야 할 내용이 적지 않다.

 

정규직화 제대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정년보장’으로 정규직화의 의미를 축소하는 시도를 반대해 왔다. 지회는 ▲정규직화 과정에 노조 참여 보장 ▲ 노동조합 할 권리 증진 내용 포함 ▲특히 건당 수수료 기반 착취 임금구조 폐지를 정규직화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지회는 이번 합의에서 정규직화 과정에 공식 참여를 보장받았다. 나머지 조건들은 달성했는가. 삼성전자서비스와 직접 고용 세부내용 교섭 과정에서 지회는 충분한 교섭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 아직 미지수다. 향후 진행할 교섭의 힘은 언제나 그랬듯 조합원이 단결한 조직력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정규직화는 아직 미완이다.

   
▲ 협력업체 팀장들이 직접 고용 과정에서 복수노조를 만들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조합 규모를 키워야 복수노조로 인한 노노분열을 막을 수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조직화에 조직 모두를 걸어야 하는 이유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4월 26일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 앞에서 ‘삼성 노조파괴 규탄, 이재용 재구속, 삼성에서 노조하자’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임연철

노조 할 권리의 강화 역시 ‘노조 인정, 합법 노조활동 보장’이라는 합의 문구가 담보해 줄 수 없다. 건당 수수료의 폐지도 마찬가지다. 삼성이 본사 출신과 협력사 출신을 구분하는 이중 임금체계를 들고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현재의 분위기에서 상상하지 못할 일이지만 자본의 악의는 언제나 우리의 상상 너머에 있었다. 복수노조 싸움이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미완의 정규직화는 오늘의 조직 확장과 강화에 달려 있다. 기회를 몰아쳐 조직을 강화하기 전에 섣부르게 정규직화 투쟁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 지회가 전 조직 역량을 집중해 조직 확장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미래지향 관계

4월 17일 공개한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삼성전자서비스의 합의문에 ‘갈등 관계의 해소, 미래지향적인 관계 구축’이 담겨있다. 이 문구를 두고 의혹의 시선이 있을 수 있다. 오늘의 합의가 온전히 투쟁으로 쟁취한 것이 아님은 모두 안다. 이재용 부회장의 형사재판이 팽팽하게 전개하지 않았다면, 6천 건의 노조와해 문건이 폭로되지 않았다면 삼성의 전격 행보는 없었을지 모른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분명하게 선언할 수 있다. 미래지향 관계란 과거에 관한 양해와 청산에 있지 않다. 오히려 반대다. 과거에 일어났던 범죄 사실에 관한 철저한 규명, 이에 대한 진실한 성찰이 없으면 내일의 신뢰를 구축할 수 없다. 이미 일어났던 사실을 오늘의 잉크로 다시 쓸 수 없음은 분명하다. 오늘의 직접 고용 합의가 삼성의 면죄부가 되면 열사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흑기사가 되면 우리를 응원했던 동지들을 볼 낯이 없다. 검찰 조사가 축소돼야 했다면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합의에 나서지 않았다.

 

여전히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희망?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전체의 희망이 되겠다고 자부해 왔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 문제를 전면 제기했고, 외주화한 전체 수리서비스 노동자의 위험 문제를 이슈화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실질 사용자로서 책임을 부품공급사 하청노동자까지 포함한 180만 삼성노동자로 확장해야 한다는 다소 도발적인 쟁점 역시 반복해서 사회화했다. 삼성전자서비스에 ‘직접 고용’될 오늘,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여전히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희망인가?

하나의 정규직화 모델을 만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법원의 근로자 지위 확인 판결이나,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 없이, 사회 투쟁으로 민간에서 직접 고용을 쟁취했다는 모델이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정규직화 사례에 특권을 부여하면 안 된다. 직접고용이 사랑하는 동료를 떠나보내고 수십 일 동안 수백 명이 노숙해야 얻는 결과라면 곤란하다. 지회가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희망이 된다는 의미는 ‘우리와 똑같이 피를 흘려 투쟁하라’라는 훈수 두는 뜻일 수 없다. 삼성과 싸웠기에 탄압이 모질고 혹독했던 것이 사실인 만큼, 삼성이기에 연대와 도움의 손길이 셀 수 없었던 것도 진실이다.

간접고용은 아직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고, 여전히 세상은 야만이다. 야만의 바닥을 들여다보았던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새롭게 만들 변화를 떠받치는 굳건한 기둥이 돼야 한다. 삼성지회의 조합원들은 간접고용에서 벗어난 뒤에도 간접고용 철폐 투쟁에 헌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희망이라 자부할 자격이 있다.

 

복수노조에 대응하는 법

“백번 싸워서 백번 이겨야 능사가 아니다.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켜야 최상이다. 그러므로 최상은 압도하는 병력으로 적의 싸우려는 의도 자체를 깨는 것이다.” 손자병법에서 가장 핵심으로 꼽히는 구절이다. 지금 삼성전자서비스에 복수노조의 씨앗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삼성전자서비스 원청의 노사협의회이고, 다른 하나는 협력업체 팀장이 주도해서 만들 노동조합이다. 어느 복수노조에 대해서도 손자의 병법이 타당하다.

삼성전자서비스 원청이 실무교섭에서 직급 분리, 이중임금체계 등 장난칠 생각을 못 할 정도로 압도하는 조직력 차이를 만들어야 노동자에게 유리한 체계를 설계할 수 있다. 협력업체 팀장들이 직접 고용 과정에서 복수노조를 만들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조합 규모를 키워야 복수노조로 인한 노노분열을 막을 수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조직화에 조직 모두를 걸어야 하는 이유다. 금속노조, 지부, 지회의 긴밀한 협조로 물 샐 틈 없는 조직 확장 전술을 구사해야 할 때다.

오기형 _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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