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지엠 본사의 글로벌 전략 변화가 한국 지엠 위기 불렀다.”

민주노총이 4월 10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한국지엠 부실 진짜 원인 규명 대토론회’를 열었다.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한국지엠 위기의 근본 원인은 국내에 있지 않다고 했다. 이들은 글로벌 지엠 본사의 전략 변화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자본과 일부 언론이 들먹이는 노동조합 책임론이나 생산성 문제가 아닌, 지엠 본사의 먹튀 시도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분명히 지적했다.

황현일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객원 연구원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지엠은 경영 목표를 판매량보다 수익성 추구로 수정했다”라며 “차종은 고급 차, 전기차, SUV, 픽업트럭을, 지역은 중국, 북미, 남미에 집중하도록 전략을 수정했다”라고 지적했다. 2012년 이전까지 성장하던 한국지엠은 중국공장의 생산 확대와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와 맞물려 직격탄을 맞았다.

지엠 본사는 한국지엠의 생산 역량과 별개로 글로벌 지엠의 구조조정 계획을 세웠다. 지엠 본사의 의도에 따라 한국지엠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 황현일 연구원은 한국지엠의 지속 가능성 확보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황 연구원은 기술 유출과 지엠 본사의 고리대금 문제 등을 한국 정부가 제기 할 수 없다면 국제 논의구조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4월10일 민주노총이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한국지엠 부실 진짜 원인 규명 대토론회’를 열고 있다. 성민규

오민규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한국지엠의 경영구조는 비정상이라고 지적했다. 지엠 본사가 만든 한국지엠의 비정상 구조를 정부와 산업은행이 묵인한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산업은행과 지엠 본사는 공범과 주범 관계로 현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에 산업은행 주도의 실사로 비정상 경영의 진실을 밝혀내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지엠은 15년 동안 7조2천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사용했다. 기아차와 맞먹는 규모의 돈을 사용했지만, 한국지엠의 지식재산권 규모는 32억 원에 불과하다.

 

산업은행 주도 실사로 부실 원인 밝힐 수 없어

오민규 정책위원은 “2010년 산업은행이 지엠 본사와 체결한 GM대우의 CSA(비용분담협정) 협정을 봐야 한다. 이 협정으로 GM대우가 갖고 있는 지적재산권이 넘어갔고, 한국지엠이 연구개발비를 쏟아부어도 한국지엠에 남는 게 없는 구조의 원인이 됐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지엠 신차 개발 시 비용은 지엠 본사와 한국지엠이 부담하지만 라이센스는 GM본사가 관리, 공유하는 협약을 맺고 있다.

오민규 정책위원은 “산업은행은 2010년 과도한 연구개발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지엠이 갚아야 할 우선주를 GM대우가 갚도록 해서 한국지엠이 빚더미에 오르는 문제가 생겼다. 산업은행의 소홀한 대응으로 생긴 문제다”라고 짚었다.

오민규 정책위원은 “마찬가지로 현재 산업은행이 부실 원인을 밝히기 힘든 상황이다”라고 실사에 관해 전망했다. 오 위원은 산업은행이 지엠 본사와 맺은 협약서를 공개하면 모든 문제의 원인이 밝혀진다며 협약서를 공개를 촉구했다.

안재원 노조 노동연구원장은 “외국자본은 선한 목자가 아니다. 이익을 챙기려 자본을 투자하고, 목적을 달성하면 자본을 빼가는 게 외자기업의 특징이다”라고 지적했다. 안 원장은 “한국지엠 문제는 이미 한국 사회의 문제다. 산업은행이 협약서를 독점해서는 안 된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관점에서 한국지엠 문제를 졸속으로 풀어선 안 된다”라고 경고했다.

토론자들은 지엠 철수 이후의 대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지엠의 한국 철수를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 지엠의 요구에 끌려다니지 말고, 독자 생존의 길을 모색해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문종인 정의당 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 자금 지원을 전제로 국민 기업화 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경자 노동자 민중당 부대표는 노조가 주체가 돼 의혹을 밝히고, 경영 감시감독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부대표는 독자 생존 안을 대안으로 올려야 지엠과 산업은행과 제대로 교섭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경호 한국지엠지부 지도고문은 “지엠이 투자계획을 발표했지만, 현실성 없는 계획이다. 창원공장, 군산공장의 미래가 불투명한 계획이다. 회사의 계획을 보면 한국지엠은 길어야 5년 정도 굴러갈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김 지도고문은 “한국지엠지부는 미래발전전망을 위해 신차 개발을 요구하고,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두고 사태를 풀어가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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