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복수노조와 교섭창구단일화 제도 도입 이후 노동조합 사무실․게시판 사용․근로시간 면제시간 배분․조합비 일괄공제․교육시간, 성과급․복리후생비 급부, 전환배치와 승진․승급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교섭대표노조와 소수노조 간 차별이 문제가 됐다. 교섭권을 갖지 못한 소수노조가 유일하게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은 사용자와 교섭대표노조의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문제 삼는 것이었다.

사업장 기준으로 다수인 기업노조는 교섭대표노조가 갖는 재량권을 주장하며 교섭과정에서 의견수렴, 교섭과정에 대한 정보제공, 잠정합의안에 대한 설명을 형식적으로 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잠정합의안에 관한 찬반투표를 진행하면서 ‘금속노조 조합원들을 참여시킬 의무가 없다’라고 주장하면서, 투표 참여와 결과 집계에서 배제했다.

금속노조는 소속 지회가 소수노조인 사업장에서 교섭대표노조가 2014년 단체교섭과 단체협약 체결과정에서 의견수렴의무, 정보제공의무, 잠정합의안 설명의무 등을 다하지 않은 점과 잠정합의안 총회 인준투표에서 지회 조합원을 배제한 행위가 노조법 29조의4 1항의 공정대표의무위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한진중공업, 두산모트롤, 콘티넨탈 세 개 사업장에서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를 상대로 단협 무효와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대한솔루션 포승공장, 두산인프라코어, AVO카본코리아, 인지컨트롤스, 진방스틸코리아, 경남제약 등 여섯 개 사업장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 소송 진행 중 한진중공업 사용자와 인지컨트롤스 노동조합에 대해 소를 취하했다.

▲ 서울고등법원은 2017. 8. 18. 선고 2016나2057671 판결에서 콘티넨탈, 진방스틸, 경남제약 등 세 개 사업장에서 교섭대표노조의 공정대표 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콘티넨탈지회가 지난 6월 부당해고와 부당징계 철회 합의를 이끌어낸 뒤 현장에 축하 현수막을 걸었다.

1심은 단협 무효 확인 청구는 기각하고, 손해배상 청구는 콘티넨탈, 대한솔루션 포승공장, 진방스틸 등 세 개 사업장에 대해 인용했다. 대한솔루션 포승공장은 항소하지 않아 1심 판결이 확정됐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2017. 8. 18. 선고 2016나2057671 판결에서 콘티넨탈, 진방스틸, 경남제약 등 세 개 사업장에서 교섭대표노조의 공정대표 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법원은 ▲소수노조와 조합원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단체협약에 차별 내용이 있는 경우 ▲중대한 차별 내용을 포함하면서 단체교섭과 체결 과정에서 상응하는 교섭과정 설명의무 와 의견수렴 의무를 다하지 않았거나 ▲의견수렴 의무와 교섭과정에 대한 정보제공 의무를 전혀 하지 않았거나 ▲잠정합의안 마련 사실과 단체협약 체결사실을 알리지 않는 등 의견제출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은 행위를 공정대표 의무 위반이면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손해배상을 인정했다. 법원은 단체교섭, 단체협약 체결 경위와 결과, 교섭대표노조와 소수노조의 관계, 교섭대표노조의 행위 모습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불법행위의 고의와 과실을 판단했다.

주목할 점은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와 관련한 판단이다. 1심 법원은 교섭대표노조가 노동조합 규약에 따라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실시하면서 소수노조 조합원들에게 참여기회를 부여할 의무는 없다고 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교섭대표노조 또는 교섭대표노조 대표자의 독자 운영을 막기 위해 소수노조 또는 소수노조 조합원에게 실효적인 책임 추궁 방법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협상안에 관한 찬반투표가 교섭대표노조의 단체교섭 전반에 관한 평가의 의미를 내포한다는 점에서, ‘소수노조 조합원에게 동등하게 절차참여권을 부여하는 것’은 교섭대표노조의 조직구성이나 운영과 직접 관련된 것이 아닌 이상, 절차참여권 부여가 교섭대표노조의 자주성․민주성을 본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조합원과 소수노동조합 조합원 모두 헌법에 의해 노동 3권을 동일하게 보장받는다. 노동자가 속한 노동조합이 교섭대표노조 여부에 따라 단체교섭과 단체협약 체결과정에서 참여기회를 차별적으로 부여하는 것을 정당화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판결이다. 교섭대표노조가 규약이나 관행에 따라 자신들의 조합원만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 참여시키고, 소수노조 조합원을 배제하는 행위는 소수노조 조합원이 자신의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교섭대표노조 대표자에게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박탈하므로 공정대표 의무에 위반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위 판결은 공정대표 의무의 구체 내용은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이 유명무실해지는 결과를 막는 정도’에 그쳐서는 안 되고, ‘소수노조가 교섭대표노조를 통해 단체교섭권을 실현한다’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는 판단이다. 공정대표 의무의 부담에 따른 교섭대표노조의 행동 제한이나 불편함은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 제한을 상쇄하기 위한 것이므로, 교섭대표노조로서 마땅히 이를 감수해야 한다고 판결해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 침해를 경계했다. 사업장 기준으로 금속노조 소속 지회가 소수노조라 하더라도 금속노조 요구안을 적극적으로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고 교섭과정을 끊임없이 감시하면서, 다수인 기업노조와 회사의 차별 행태에 관해 공정대표 의무를 포함한 다양한 법 내외의 조치를 취해야 하며, 위 판결은 하나의 선례가 될 수 있다.

공정대표 의무가 있다고 해서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제도의 위헌성이 없어지지 않는다. 현행 노조법의 창구단일화 제도는 조합원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과 독자 단체행동권을 박탈한다. 노동 3권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을 어기고 있다. 현행 위헌적인 창구단일화 제도 아래에서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침해받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조직률에서 다수를 점하고,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를 차지하는 수밖에 없다.

공정대표 의무를 아무리 엄격하게 적용한다고 한들 창구단일화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다. 공정대표 의무만으로 소수노조가 다수노조와 대등한 교섭주체로 인정받을 수 없으며, 다수노조를 견제하여 소수노조의 권리침해를 방지할 수도 없다. 법원은 다수노조가 교섭과정의 설명 의무, 의견수렴 의무, 정보제공 의무 위반을 공정대표 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하면서도 그 결과로 체결한 단체협약 효력까지 부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섭대표노조가 단체교섭과정에서 공정대표 의무를 위반해 체결한 단체협약의 사법 효력을 다투는 소송은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 침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다. 그러나 법원은 공정대표 의무를 위반해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을 인정해 줌으로써 스스로 공정대표 의무제도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결국 노동 3권의 온전한 실현은 창구단일화제도 아래에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2011년 이후 칠년 째 경험하고 있다. 공정대표 의무는 창구단일화제도에 법률상 정당성을 부여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이명박 정권이 만든 노동적폐 중의 적폐인 창구단일화제도 폐지와 자율교섭권 쟁취만이 우리의 유일한 대안이다.

송영섭 _ 금속법률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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