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아 노조하자」.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역지회 신영프레시젼분회 소식지 이름이다. 이희태 신영프레시젼분회장은 분회 소식지 제목에 관한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소식지 제호는 지회와 분회 여러 사람이 고민해 만든 이름이라고 소개했다.

통상 노동조합 소식지는 「함성」, 「목소리」, 「OO노보」 같은 명사로 끊어지지만, 신영프레시젼분회는 현장 노동자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고민을 담아 소식지 이름을 정했다고 한다. 노조 할 권리를 위해 분회 문턱을 낮추자는 고민이 담긴 제호다.

신영프레시젼은 서울 금천구에 있는 금형제작 업체다. 휴대전화 금형을 제작하고, 사출물을 생산해 원청에 납품하는 가공업체다. 이희태 분회장은 사업장에 노조를 만든 이유를 묻자, 회사가 어려워져 고민 끝에 노조를 시작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회사가 어렵다고 노동자들이 움츠러들면, 회사의 미래에 대해 발언할 기회가 없어질 것이라 걱정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희태 분회장은 “아무래도 원청인 LG전자의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LG전자 스마트폰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인 신영프레시젼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어요. 매출은 역성장하고 사람도 줄이고 있죠”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 신영프레시젼분회는 관리자 상습 폭언, 폭행 관리자 징계, 잔업-특근의 평등하고 공정한 분배, 현장 휴게실 마련 등을 현안 요구안으로 우선 제시했다. 회사 발전을 고민하는 ‘회사발전위원회’ 구성도 요구안에 올렸다. 이희태 분회장.

구로공단에 있는 사업장이 그렇듯이 신영프레시젼의 임금수준은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다. 이희태 분회장은 근속 16년차 노동자가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에 성과급이 나와서 낮은 임금을 보전했는데, 회사가 어려운 지금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회사의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지만, 새로운 아이템과 발전전망을 내놓지 않아 노동자들의 시름이 더 깊어지고 있다.

신영프레시젼은 주로 LG전자 스마트폰의 금형을 생산해 납품하는 1차 밴더다. 사업구조가 한 회사에 치우쳐져 있다 보니 해당 회사의 부침에 따라 회사도 등락을 함께하는 형태다. LG전자 스마트폰이 부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회사가 어려워졌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며 두 차례에 걸친 명예퇴직으로 400여 명에 달하던 인원이 250여 명으로 줄었다. 이희태 분회장은 구조조정 후에 추가 명예퇴직신청 소문이 들리는 등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전했다.

 

“회사 어렵다고 움츠러들지 말자”

이희태 신영프레시젼분회장은 금속노조 서울남부지역지회가 항상 같은 요일, 같은 장소에서 선전전하기에 다가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각 지역지부들은 각 지역의 노동이슈를 알리고 노동조합 가입을 권유하기 위한 공단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이희태 분회장은 출근시간 때마다 선전전을 지켜보고 있다가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다가가 서울남부지역지회와 이야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회사가 점점 어려워지는데, 마땅한 대안과 투자 없어 조바심이 들었습니다. 회사 구성원으로서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은 분위기는 있는데,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더라고요.”

이희태 분회장은 회사가 어려워지자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됐다고 얘기했다. 처음 혼자 고민했고, 소수의 간부가 모였고, 점점 조합원들이 늘어났다. 고민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노동자들이 뭉치니 할 수 있는 일이 많았다. 선전전을 벌이고, 노조 인정을 요구하고 단체교섭 공문을 보냈다. 회사에 각종 현안문제 해결과 경영방안 제시를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적어도 노동자들이 십년이상 자기 시간을 들여 지켜온 회사인데, 무작정 쫓겨나가지 않도록 하는 게 목적입니다. 분회가 회사에 새 사업계획을 요구하고, 회사 발전방향에 관한 대답을 들어야겠죠.”

분회는 관리자 상습 폭언, 폭행 관리자 징계, 잔업-특근의 평등하고 공정한 분배, 현장 휴게실 마련 등을 현안 요구안으로 우선 제시했다. 회사 발전을 고민하는 ‘회사발전위원회’ 구성도 요구안에 올렸다.

신영프레시젼분회는 회사와 교섭을 시작하며 시급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우선 제기했다. 노조를 만든 뒤 여성탈의실 앞 CCTV를 없앴다. 노조 가입 뒤 척 성과였다. 라인에 설치한 CCTV도 사라졌다. 여름에 여성조합원들은 머리 위에서 작업 장면을 찍는 CCTV때문에 편한 옷을 입기 힘들었다. 불편함과 불안감을 주던 CCTV가 사라지자 현장은 크게 변화했다.

이희태 분회장은 “상식적이고 상대적으로 쉽게 바꿀 수 있지만 체감이 큰 요구를 먼저 제기하고 있다. 회사는 이 같은 요구에 순순히 수긍하고 적극적으로 해법을 내놓고 있다”라며 “본격 교섭을 시작하면 회사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다. 그래도, 현장의 불편함을 하나라도 더 꼼꼼하게 찾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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