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말] 금속노조는 3월 12일 충북 제천 청풍리조트에서 45차 임시대의원대회을 연다. 노조는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2018년 투쟁과 교섭 방침을 결정한다. 이날 대의원대회에 상정할 ‘안건 1 2018년 투쟁방참(안) 심의 확정 건’은 상집, 중집, 각 지부 설명회와 토론을 거쳐 123차 중앙위원회에서 확정했다. 현장과 45차 대의원대회에서 벌일 활발한 토론을 위해 <금속노동자>가 미리 안건을 설명하는 지면을 만들었다.

 

금속노조는 2018년 투쟁방침으로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한 산별임금체계 쟁취 ▲산별교섭 제도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산별노조의 연대성으로 양극화 함정에 빠져있는 한국 사회를 수렁에서 건져내자는 뜻을 담았다. 기업별 노조가 풀기 어려운 과제를 풀기위해 만든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산별교섭의 교두보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함을 담았다.

제조업 업황 변화로 구조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단순히 한 두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다. 사업장을 뛰어넘는 총력 대응이 필요하다. 금속노조는 제조업 미래전망을 논의하는데 개별 자본 단위가 아닌 산업 단위의 의제를 제시해야할 의무가 있다. 노조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산별임금체계 마련을 위한 금속산업노사공동위원회 구성을 17만 조합원의 통일요구로 세웠다.

▲ 금속노조는 2018년 투쟁방침으로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한 산별임금체계 쟁취 ▲산별교섭 제도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1월 24일 서울 광화문에서 2018년 신년투쟁 선포식을 마친 노조 조합원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사진=신동준

 

금속산업노사공동위 구성으로 산별교섭 디딤돌 놓는다

노조는 ‘금속산업노사공동위원회 2018년 10월까지 구성’을 중심목표로 두고 투쟁에 나선다. 금속산업노사공동위는 금속노조와 관계사용자가 모여 전국 노사토론회를 시작으로 산별임금체계, 교섭체계 등 산별의제에 대해 토론하고 의견을 모아 노사교섭의 틀을 다지기 위한 기구다.

노조는 노사공동위에서 사용자와 2019년 교섭에서 다룰 임금체계안에 관한 공동조사와 정책협의를 벌인다. 산별임금체계 도입을 염두에 둔 사전 작업이다. 산별임금체계는 대기업․중소영세 사업장 간의 임금격차, 정규직․비정규직의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 격차를 줄이는 방안이다. 산별임금체계를 도입해야한다는 문제의식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라는 당연한 논리가 바탕에 깔려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원>이 정부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6년 기준으로 상위 10% 노동자와 하위 10% 노동자 사이의 임금격차가 5.63배를 달했다. 임금격차는 2013년 5배, 2015년 5.25배, 2016년 5.63배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제조업 내부의 노동조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무분별한 비정규직 사용을 막고, 원․하청 사이 불공정 거래 금지, 초과이익 공유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 정부가 개입을 꺼리며 수수방관하는 사이 해마다 노동조건 격차가 커지고 있다. 노조는 이 같은 문제를 산별교섭을 통해 드러내고,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산별임금체계를 제시했다.

산별임금체계는 저임금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대기업․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해 노동자 계급의 일체성을 확립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노동자 계급 안의 임금격차 해소와 더불어 고용의 질을 개선하고, 산업 경제 구조를 개선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산별임금체계를 도입하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간의 관계 등 제조업 내부의 구조 문제와 한계를 지적할 수밖에 없다.

현재 기업별 임금체계를 단번에 바꾸기는 불가능하다. 산별임금체계 도입은 많은 준비와 연구를 바탕으로 신중히 전진시켜야할 장기 과제다. 지금의 기업별 임금체계를 유지하되, 노사가 준비과정을 만들어 산별임금체계로 나아가야 한다. 노사공동위를 구성하면 최저임금․통상임금․월급제 등 기업별 임금체계의 차이로 현장에서 벌어질 혼란을 정비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중장기 과제로 금속노조 전체에 적용할 산별임금체계 마련을 논의할 계획이다.

각기 다른 기업별 임금체계 아래에서 사업장마다 유․불리를 따지다 공동 대응을 하지 못하면 되레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 정부와 자본에 의해 사안별로 각개격파당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 계급이 하나의 공통분모를 갖추기 위한 출발로 ‘산별임금체계 마련을 위한 금속산업노사공동위원회’의 구성이 필요하다.

 

사회양극화 해소 위해 하후상박 임금인상 요구

노조는 임금인상 요구에서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해 하후상박의 차등 임금인상안을 제시한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등 완성차 지부 세 곳은 5.3%, 그 밖의 사업장은 7.4%의 인상을 요구한다. 노조는 전자를 1군, 후자를 2군으로 묶어 차등 임금인상을 요구할 예정이다.

노조는 한국은행이 전망한 2018년 경제성장률 3.0%, 물가상승률 1.7%에 노동소득분배개선분 0.6%를 더해 5.3%를 1군 사업장의 기본급 인상률로 제시했다. 2군 사업장은 경제성장률 3.0%, 물가상승률 1.7%에 노동소득분배개선분 2.7%를 더해 7.4%를 기본급 인상률로 제시한다.

 

노조는 차등 임금인상 제시 근거를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라고 명확하게 밝혔다. 1군 사업장의 5.3% 임금인상안과 함께 ▲원청 일방 납품단가 인하 근절과 최초 계약 납품단가 보장 ▲업체별 납품계약 시 보장한 임률 적용여부 노사합동 조사 ▲1군 사업장과 2군 사업장 임금 인상률 차액 2.1%를 하후상박 임금인상 취지를 살리는 재원으로 활용하는 사회양극화 해소 특별요구를 임금인상 요구안과 함께 내건다.

노조가 사업장별 차등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이유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영세 사업장의 임금격차가 벌어져 있는 상황을 인식하고 이 간극을 줄이기 위함이다. 노조는 이 같은 격차를 단번에 해소할 수 없다고 인정하고, 장기 전망에서 산별임금체계를 수립해야한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올해 2단계 차등 임금인상안을 내걸며 첫걸음을 내딛는다.

 

사회개혁, 노조 할 권리 보장 위한 투쟁 이어간다

노조는 ①금속산업노사공동위 구성과 산별교섭 제도화를 2018년 투쟁 중심목표로 두고 ②구조조정‧노동유연화 저지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 ③노동악법 철폐, 산별노조 할 권리 보장, 노동법 전면 제․개정 ④재벌 중심 노무 관리체제 척결, 재벌개혁․사회대개혁 투쟁 강화 등 4대 목표를 설정했다.

노조는 ②구조조정․노동유연화 저지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세부 과제로 ▲불법파견 정규직화, 비정규직 철폐와 총고용 보장 ▲노동을 배제한 일방적인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 저지 ▲제조업 발전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 위한 사회적 협의틀 구성을 설정했다.

③노동악법 철폐, 산별노조 할 권리 보장, 노동법 전면 제‧개정을 위한 세부 과제는 ▲타임오프 노사자율, 교섭창구단일화․손배가압류 폐지, 원청사용자성 인정 ▲최저임금 산입범위, 노동시간 중복할증 등 근기법 개악 대응 ▲ILO협약 비준과 노동법 전면 제․개정을 내걸었다.

 

노조는 ④재벌 중심 노무관리체제 척결, 재벌개혁․사회대개혁 투쟁 강화를 위해 ▲양재동 중심의 노무관리 체제에 대한 전면 투쟁 강화 ▲재벌총수 그룹지배력 축소, 재벌총수 사익편취 규제 ▲원하청 불공정거래 개선과 초과이익 공유제 도입 ▲노동자대표 사외이사 추천권, 회사의 노동자 이사 선임 의무화에 나선다.

 

금속산업노사공동위원회 구성없이 임단협 타결 없다

노조는 산별임금체계 마련을 위한 금속산업노사공동위원회 구성이라는 통일요구안을 중앙교섭, 지부집단교섭, 사업장교섭 등 모든 교섭 단위 요구안에 포함한다. 노조는 금속산업노사공동위원회 구성없이 어떤 교섭단위도 타결은 없다고 타결방침을 정했다.

노조는 중앙교섭에서 ▲조합간부(조합‧지부‧지회 단위)의 유급 교육시간 확보 ▲금속산업 최저임금 1만원 ▲사업장내 비정규직을 포함한 총고용 보장 ▲직장 내 성폭력 예방과 금지를 요구한다.

중앙교섭과 금속산업노사공동위원회의 관계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현행 중앙교섭과 올해 노조가 구성을 요구하는 금속산업노사공동위원회는 각각 다른 개념이라고 봐야한다. 노조와 관련 사용자들이 금속산업노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하는데 합의해도 각각 운영한다. 금속산업노사공동위원회를 현재의 중앙교섭과 곧바로 통합하거나, 새로운 교섭단위를 만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향후 금속산업노사공동위원회가 현재의 중앙교섭보다 더 많은 사업장으로 구성할 경우 노사공동위원회의 사업 진척도에 따라 한 단계 발전한 산별교섭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노조법 전면 제․개정 등 대정부·대국회 요구안

2018년은 개헌과 6월 지자체선거,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등을 예정하고 있어 어느 해보다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벌일 제도 개선 투쟁이 중요하다. 사용자들은 불황 여파 속 구조조정 등 고용문제와 최저임금을 중심으로 한 임금 문제 등에 대해 촛불항쟁 이후 오히려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굵직한 정치 일정 속에서 산별노조를 강화하기 위한 법․제도 기반을 만드는 투쟁은 노동조합의 운명을 결정할 중대한 과제다.

금속노조 2018년 투쟁의 중심목표는 산별교섭 제도화다. 산별교섭 제도화는 정부와 국회 차원의 법․제도 제․개정이 뒤따라야 한다. 노조는 이를 위해 대정부, 대국회 투쟁과 산별 교섭·투쟁의 통일적 추진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018년 금속노조는 정부와 국회에 총고용 보장과 재벌개혁, 제조산업 미래 전망 수립, 노조법 전면 제․개정, 산별교섭 법제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투쟁을 전개한다.

각 업종별 요구안도 정비를 마쳤다. 자동차업종은 ▲국내공장 발전 전망과 일자리 창출 ▲원하청 불공정거래 해소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한 협의체 구성 ▲외자기업의 기술 유출과 일방 자본철수 방지 ▲불안정고용 노동자 정규직화와 차별 철폐를 요구한다.

살인적인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 중인 조선업종은 ▲인력 구조조정 위주의 일방 구조조정 즉각 중단 ▲현재의 선박금융 즉각 확대, 조선금융공사 출범 ▲선수금환급보증(Refund Guarantee) 발급 기준의 명확한 공개와 완화 ▲자국 선박의 국내발주 확대로 정부 정책 전환 ▲일용직 노동자, 불법다단계 하도급 노동자를 최소한 상용직으로 전환 ▲조선산업 교육기관 설립(대형조선소 교육시설 이용 등)과 특별고용지원 업종 확대 등을 통한 최소한의 생활보장 ▲조선산업발전전망과 향후 조선산업의 인적 물적 조정에 관한 방안 마련을 위한 노정교섭 ▲조선산업 발전과 조선노동자 고용안정을 위한 조선업협의체 구성과 성실한 사회적 교섭 실시 ▲채권단과 조선노연 간의 협의체 구성을 위한 노력 ▲조선업종 교섭 실시 및 법제화를 요구하며 투쟁한다.

철강업종은 ▲총고용 보장 ▲철강업종 일터 개선 정부역할 개선 ▲철강재 수출입 지원 방안 마련 ▲철강산업 발전전략위원회 구성을 목표로 투쟁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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