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핵심 역량인 지회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당면 투쟁과 사업계획 토론 중심이던 이전 교육과 달리 노동조합과 간부의 역할에 관한 근본 문제와 고민을 이야기했다.

“지회장은 조합원을 투쟁의 주체로 내세워야 한다.”

“지회장은 조합원과 수평적 관계에서 소통해야 한다.”

“소극적인 자세를 버리고 생활 속에서 조직 확대 사업을 하자.”

“경제투쟁을 넘어 다시 노동해방 세상을 꿈꾸자.”

▲ 2월 21일 10기 1년차 지회장 교육에 참가한 지회장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산=박재영

노조는 2월 21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충남 서산 한양여대 청소년수련원에서 10기 1년 차 2차 지회장 의무 교육을 진행했다. 이번 교육에 서울, 인천, 경기, 대전충북, 충남, 전북, 광주전남지부 등에서 90여 명의 지회장이 참가했다. 2박 3일 일정의 교육시간을 1박 2일로 압축한 만큼 교육은 빡빡하게 이어졌다. 그만큼 지회장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김현미 노조 부위원장은 교육 인사말에서 “촛불혁명 이후에 피부에 와 닿는 변화는 없다. 미투운동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금속노조가 투쟁으로 세상을 더 시끄럽게 만들어 제대로 바로잡자”라고 당부했다.

첫 번째 교육은 박준성 <노동자 교육센터> 운영위원이 ‘일제 강점기 역사 속의 리더십’을 주제로 시작했다. 박준성 운영위원은 “1930년대 혁명적 노조운동은 기업별 노조를 산업별 노조로 바꾸고, 노동운동을 디딤돌 삼아 밑으로부터 당을 다시 만들고, 생존권 투쟁은 물론 민족해방과 사회혁명을 목적으로 하는 노동운동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박준성 운영위원은 1924년 암태도 소작쟁의와 1930년 평양 고무공장 강주룡의 을밀대 고공농성, 일제강점기 혁명적 노동운동을 전개했던 이재유의 사례를 들며 “당시 노조 간부들이 앞장서 싸우면서 우리 노조만이 아닌 전체 노동자들을 위해 싸웠다는 사실을 눈여겨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2월 21일 10기 1년차 지회장 의무교육에 참가한 지회장들이 주제 토론을 하고 있다. 서산=박재영

토론시간에 조남덕 노조 대전충북지부 콘티넨탈지회장은 “조합원 대중을 투쟁의 주체로 세우고, 계급의식에 기반을 둔 연대투쟁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라며 “노동조합운동은 조합주의를 넘어 새로운 세상을 위한 정치투쟁과 결부될 때 의미를 찾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지회장들은 “문제가 터지면 조합원들과 함께 결정하고, 조합원을 현장의 주인으로 세워 투쟁하고 승리해야 조직이 강화된다”, “내가 아닌 우리가 조직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끌어 가는 사람이 리더가 아니라 움직이게 하는 사람이 리더다”라는 등의 의견을 내놨다.

이번 지회장 교육에서 김호규 노조 위원장이 직접 교육에 나섰다. 김호규 위원장은 “노동조합 활동이란 돌탑을 쌓는 행위처럼 조합원과 함께 중심을 잡고 집중하는 활동이다. 지회장은 돌탑이 무너지지 않도록 틈새를 메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라며 지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김호규 노조 위원장이 2월 21일 지회장 의무교육에서 지회장의 역할에 관해 교육하고 있다. 서산=박재영

이튿날, 홍석범 노조 노동연구원 연구원의 ‘금속노조 전략조직화의 방향과 과제’에 관한 교육이 이어졌다. 홍석범 연구원은 “노조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노조에 가입하기 가장 어려운 조건에 처해있다”라며 “전략조직화는 노조가 필요한 노동자에게 노조를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에 관한 고민을 담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홍석범 연구원은 “전략조직화의 근본 과제는 노조의 시스템과 문화 전반을 전략조직화에 맞게 바꾸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신승희 충남지부 현대제철내화조업정비지회장은 일 년 동안 준비과정을 거쳐 다단계 하청노동자를 정규직화 한 사례를 소개했다. 신승희 지회장은 “정규직 스스로 특권의식에 갇히면 안 되며, 비정규직노동자가 주체가 돼 정규직화를 쟁취하고 이를 사회에 널리 알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임지완 광주전남지부 아성프라텍 지회장은 “노동자에게 노조의 필요성이 마음에 와닿도록 활동해야 한다. 이것이 중요하다”라며 이를 위한 노조 차원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마지막 교육은 ‘인권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을 주제로 열었다. 지회장들은 인권이 짓밟힌 상황을 제시한 글을 읽고, 그 상황에 부닥친 사람이 누구인지 상상해 봤다. 토론 참가자들은 다양한 의견과 해결책을 제시했다. 지회장들은 인권 감수성이 무뎌지지 않도록 긴장하고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박 2일 교육을 마친 지회장들은 힘차게 ‘금속노조가’를 부르며 다시 현장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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