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마음을 담아 인사드립니다.

어쩌면 하이디스지회로서 인사드리는 마지막 자리일 수 있습니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경기지부 하이디스지회장 이상목입니다.

투쟁.

사람이 정말 간사한 것 같습니다.

한겨울에 영하 15도를 견디며 투쟁했는데, 오늘 이 자리에 앉아있는데 추워서 떨리는 것인지 긴장해서 떨리는 건지 좀 떨립니다.

3년을 정말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1천억 원이라는 흑자를 낸 회사가 정리해고 하겠다, 공장폐쇄하겠다고 했습니다.

그게 억울해서 투쟁을 시작했고, 그렇게 투쟁한 세월이 3년이 흘렀습니다.

자본에 무릎 꿇고 싶지 않았습니다.

▲ 이상목 금속노조 경기지부 하이디스지회장이 2월 21일 청와대 앞 ‘하이디스지회 투쟁 보고대회’에서 함께 싸운 엄미야 전 경기지부 부지부장의 발언을 지켜보고 있다. 신동준

승리라고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조합원들의 고용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고용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승리라고 표현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외투 자본에 맞서서 치열하게 싸웠고 적어도 비겼다고 생각합니다.

동지들 동의하십니까?

쌍용자동차가 그랬고 하이디스가 두 번이나 먹튀를 당했고, 지금 또 다시 지엠이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게 나라입니까? 청와대 앞에서 투쟁하면서 얼마 전 현수막을 걸고 행사하는 걸 지켜봤습니다. 거기에 내건 현수막에 ‘공정한 사회’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과연 지금 세상이 공정한 세상인지 문재인 정부에 묻고 싶습니다.

치열하게 투쟁했고, 저희 하이디스 조합원들의 투쟁은 여기까지가 한계라고 생각했습니다.

대법원까지 가서 우리의 정당성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게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세월, 그 시간을 저희 조합원들 생각하면 버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기까지가 끝이라고 판단하고, 법원 강제조정을 통해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법원조정 결과가 흡족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저희가 살아가면서 또 다른 투쟁을 해야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하이디스와 투쟁은 여기서 끝내자고 결정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 적어도 외투 자본에 일자리 뺏기고 공장 뺏기고 길거리에 나앉는 그런 일은 다시없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간절히 투쟁해왔지만, 우리의 투쟁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빌려서 하이디스지회 투쟁은 마무리합니다.

오늘 이천에서 정치하시는 분들이 이 자리에 함께 해주셨습니다. 앞으로 저희는 해결되지 않은 고용문제 포함해서 저희 조합원들이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위해서 또 다른 투쟁을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자본과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오로지 투쟁해야 하는 현실에서 3년을 싸운 바탕으로 앞으로 살아가면서 투쟁하겠습니다.

투쟁하면서 승리를 얻지 못했지만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분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저희 하이디스 동지들과 함께 해주신 분들, 마지막까지 많은 동지가 저희가 또 다른 길을 찾아서 나서는 길에 외롭지 않도록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오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자주 볼지 모르겠지만 살아가면서 동지들 끝까지 찾아뵙겠습니다.

정말 고마웠고, 고마운 마음 살아가면서 다 갚겠습니다.

동지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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