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일은 지방의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출하는 지방선거가 있는 날이다. 지방선거가 실시된 지는 이미 16년째이며, 이번 선거로 다섯 번째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예년과 다른 투표용지가 2장 추가된다. 바로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출을 위한 투표용지다. 교육감 및 교육위원 선거는 2006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개정됨에 따라 올해부터 처음으로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게 된다.

올해 교육감 선거는 단체장이나 지방의회의원 선거 못지않게 이명박 정부 심판의 의미가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제고사 강요, 국제중 설립 등으로 대표되는 줄세우기식 교육, 특권층만을 위한 교육을 막아야 한다는 인식 하에 이미 12개 시도에서 진보진영의 교육감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기도 했다.

한편 이미 경기도에서는 진보진영이 후보 단일화를 통해 교육감 선거에서 승리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작년 4월 경기 교육감 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그 주인공이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내 최초의 민선 진보교육감인 김상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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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선언 교사 징계문제, 무상급식 예산 등, 임기 내내 정부여당, 경기도청 및 도의회와 갈등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외로운 싸움처럼 보이기도 했는데요, 어떤 점이 많이 힘드셨는지요?

교육을 정치적 이해관계로 볼 때입니다. 경기 교육을 혁신하고 교육의 본질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로 소임을 수행했는데, 정치논리로 왜곡하는 분도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예컨대 한나라당이 절대 다수인 경기도 의회에서 무상급식 예산을 몇 차례 전액 삭감했는데, 이를 보면서 자녀의 미래가 걸린 교육문제를 일시적인 정치적 이해관계로 판단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고 친구들과 행복하게 밥을 먹으면서 교육받도록 하자는 취지를 혹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건 아닌지 느껴졌습니다.

임기도 짧고 걸림돌도 많았지만 경기도 교육감으로써 적지 않은 성과도 있었다고 봅니다. 스스로 가장 내세울만한 성과를 꼽는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또한 경기교육감을 하시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경험은 무엇입니까?

새로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학교, 혁신학교로 지정된 학교를 방문하여 학생들을 볼 때가 가장 보람 있었습니다. 무상급식 학교는 84개교에서 460개로 늘었습니다. 혁신학교는 작년 13개교, 올해 20개교 등 33개교가 지정됐습니다. 한 혁신학교의 경우, 어느 학생이 “학생들을 위한 학교라는 생각이 강해져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며 “이 학교에 다닐 수 있어 참 행복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런 목소리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벅찹니다.


작년에 쌍용차 해고자 자녀 급식비 지원이 이뤄졌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었다고 보시는지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일 뿐입니다. 학생들이 행복하게 교육받도록 하는 것이 교육감이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전교생 전체를 무상급식하지 않고 따로 급식비 지원을 하여, 혹시나 지원 서류 제출이나 급식 먹는 과정에서 마음의 부담은 없었는지 우려됩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짧게 평가해 주십시오.

사람의 능력은 천 가지이고, 직업은 만 가지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한 줄 세우기 교육입니다.
방식은 닦달입니다. 공부의 기초는 흥미, 자신감, 집중력인데, 이를 키우는 방식이 아니라 닦달하는 방식입니다. 부실한 기초공사처럼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체적으로는 과거 지향적입니다. 일제고사가 10년 만에 부활했습니다. 자율형 사립고는 35년 만에 고교입시를, 국제중학교는 40여년 만에 중학교입시를 부활시켰습니다. 초등학생 방학 중 보충수업은 50여년 만입니다. 이래놓고 미래사회에 적합한 교육이 가능할 지 의문입니다.

공정택 전 서울교육감이 비리문제로 구속됐습니다. 교육계 비리 척결을 위한 대책이 있다면 설명해 주십시오.

교장 되는 방식에 일부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교장공모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겠습니다. 일정 정도 경력이 되는 분들 중에서 교사와 학부모의 의견을 모아 교장을 뽑는 내부형 공모제도 점진적으로 늘리겠습니다. 그밖에 외부 감사제나 주민참여예산제 등 교육행정도 보다 더 투명하게 할 생각입니다. 인사탕평책도 실시할 생각입니다.
제도의 문제도 있지만, 사람의 문제도 있습니다. 깨끗한 교육감이야말로, 비리대책의 시작입니다.

교육비리 문제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교육감 직선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공정택 전 교육감이 비리 수사를 받았습니다. 이 분, 지난 2008년에 주민직선으로 뽑혔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는 간선으로 뽑힌 바 있습니다. 그래서 주민직선이 비리의 원인이라고 보는 입장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선제에 비판적인 견해를 밝힌 것은 오히려 다른 이유도 있지 않나 여겨집니다. 서울과 경기 등 진보교육감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대통령이 그런 입장을 밝힌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혁신학교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현재 혁신학교와 관련해 학부모들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혁신학교란 주입식 반복 수업이 아니라, 탐구수업과 체험학습 그리고 토의식 수업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신장될 수 있도록 학습문화를 바꾸는 학교입니다. 교육의 본질에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한 학교입니다.
학부모들의 반응은 뜨겁습니다. 예컨대 보평초의 경우 9학급에 학생 수가 270여명이었는데, 혁신학교를 한다고 하니 학생과 학부모가 전학을 오는 등 지금은 30학급 1100여명의 학생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처럼 워낙 많은 학생들이 이사 오는 바람에 여러 혁신학교들은 인원을 늘리고 분반을 해야 했습니다. 

다시 경기교육감 선거에 출마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재선에 임하는 각오를 말씀해 주십시오. 또한 지난번과 다른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지난 번 선거는 당선이 목표였습니다. 이번 선거 역시 당선이 목표입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저 개인에게 중간평가이기도 합니다. 지난 임기동안 제대로 역할을 수행했는지, 도민들이 절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자리입니다. 따라서 당선도 되고 중간평가도 잘 받는 것이 목표입니다.

교과부가 2009년 사교육비 증가율이 줄어들었다고 밝혔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여전히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사교육비에 대한 대책이 있다면 밝혀주십시오.

사교육비의 원인은 입시 부담이 가장 큽니다. 그래서 고교 입시를 개선하고 고교평준화를 확대하겠습니다. 대학입시와 관련하여서는 교육감의 권한을 소관 범위를 고려하여 진학지원센터 설립과 진학정보 제공 등으로 사교육의존도를 낮출 생각입니다.
그리고 내신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 줄 세우는 학교문화를 바꾸겠습니다. 수업과 평가 체제를 혁신하고, 일제고사 방식을 표집으로 전환하고, 방과 후 학교 등에서 맞춤형 책임교육을 하겠습니다. 사교육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영어에 대해서는, 핀란드처럼 영어 인터넷 방송을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접하도록 하여 사교육 부담을 경감시키겠습니다.
 
노동자에게 있어 이번 교육감 선거가 가지는 의미가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좋은 교육정책은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줍니다. 무상급식을 하면 학교에 내는 돈이 줄어듭니다. 지금 학생 1명이 학교급식비로 내는 돈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평균 600만원입니다. 따라서 무상급식을 하면 600만원이 절약됩니다. 
이명박 정부는 사교육비도 늘리고, 무상급식도 반대합니다.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학원비 부담이나 급식비 부담 등이 줄어들기는커녕 더 늘어납니다. 따라서 교육감선거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노동자의 사회임금이 달라집니다.

이번에 12개 시도에서도 소위 진보 교육감 후보가 출마합니다. 서로 교감하고 있는 공통의 가치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서로 긴밀하게 연락하면서 정책을 조율하는 것은 없습니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과 무관하기 때문에, 소위 '중앙당'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심전심이라고 할까, 진보교육감 후보들의 공약 중에서 비슷한 것들이 있습니다. 무상급식, 혁신학교가 대표적입니다.
줄 세우고 닦달하는 학교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는 관점 또한 비슷합니다. 그래서 대체로 진보교육감들은 학생 개개인의 특기와 적성에 따라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학생이 즐겁고 행복할 때 공부도 잘 할 수 있다는 교육론도 비슷합니다.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금속노동자들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단 교육감선거에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선거가 있다는 사실, 우리 동네에 누가 출마하였는지 등을 모르는 분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그러니 교육감선거가 있다는 점을 널리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뿐만 아니라 교육감 후보는 기호가 없습니다. 투표를 제대로 하려면 이름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 점 또한 가족과 친구 분들에게 말씀해주셔서, 소중한 한 표가 제대로 행사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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