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머니가 노동자로 산다는 것은 여간 더럽고 서러운 일이 아닙니다.

얼마 전 식품제조사업장에서 근무하다 임금을 받지 못한 아주머니의 임금사건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근로감독관은 사업주는 연락이 되지 않고, 사업장에 찾아가도 사업주를 만날 수 없어 조사에 어려움이 있다며 말이 많았습니다. 소송진행을 위해 사업주의 재산을 파악해보니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사업장 소재지의 건물과 토지는 등기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소유주도 사업주가 아니었습니다.

▲ 하루벌이를 염려해야 하는 아주머니들로서는 법에 호소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업체에서는 이 점을 악용해 상습적으로 퇴직금 지급을 미뤄오다 연락을 끊어버리는 악질적인 수법을 쓰기도 합니다. 최저임금 인상 집회에 참여한 한 여성노동자가 문화공연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신동준
그런데 이 사업주는 사업장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상습적이고 의도적으로 아주머니들의 임금을 체불하며 사업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수배를 내렸다던 사업주가 버젓이 사업장을 인근지역으로 옮겨 또다시 아주머니들의 피땀을 갈취하고 있는 사이 노동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답답합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주머니들의 몫으로 남았습니다.

용역업체 소속으로 일하시는 아주머니들의 경우 퇴직금 체불은 다반사입니다. 1년 단위로 용역업체가 바뀌고, 수도권지역의 용역업체들이 많아 퇴직금이며 연차수당을 떼이는 사례는 비일비재합니다. 사업장 소재지 관할 노동부에 진정을 내야하니 하루벌이를 염려해야 하는 아주머니들로서는 법에 호소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업체에서는 이 점을 악용해 상습적으로 퇴직금 지급을 미뤄오다 연락을 끊어버리는 악질적인 수법을 쓰기도 합니다.

때로는 아주 귀여운(?) 관리자도 있습니다. 임금체불로 진정을 내겠다는 아주머니들에게 스팸에 가까운 문자질로 온갖 협박을 하는 관리자도 있고, 짧은 법 지식을 들먹이며 길길이 날뛰는 관리자도 있고, 욕설과 똥배짱으로 일관하는 관리자도 있습니다.

모두 나이 쉰을 넘긴 아주머니들의 노동현장 이야기입니다. 비단 아주머니들만 이런 더러운 꼴을 당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아주머니 노동자들이 특히 많이, 아주 쉽게 이런 서러운 환경에 놓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버이날 시골에 계신 어머님께 다녀왔습니다. 어려웠던 시절 이야기를 밤늦도록 하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면 어머님이 운동장 한구석에서 군밤을 팔던 그 때의 아련했던 아픔을 농담 삼아 이야기 했었습니다. 군밤을 팔던 어머님을 부끄러워했던 철없는 아이도 마흔이 될 만큼 시간이 지났는데 어머님같은 아주머니들의 노동현장은 변한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노동의 수고로움을 깔보고, 노동의 가치를 하찮게 여기는 사회가 사람도 똑같이 취급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주머니 노동자들을 더욱 경시하고 협박하고 모욕 주는 사회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희망은 있습니다. 점점 더 많은 아주머니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단결하고 투쟁하며 당당한 노동자로 우뚝 서고 있으니 추잡한 노동현장도 변할 것입니다. 혹 주위에 아주머니 노동자가 보이거든 소 닭 보듯 마시고 인사라도 반갑게 건네시는 것은 어떨지요.

김순자 / 호죽노동인권센타 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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