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노동 교향곡

그곳엔 각자의 자리가 자기만의 무대다. 주홍의 귀마개는 나만의 음악을 전해준다. 초록빛 망은 나만의 관객이다. 악기가 멈춰도 나의 노래는 흐른다. 푸른빛의 장갑은 모든 악기의 숨을 멎게 한다. 거대한 로봇이 생산을 멈출 때까지 각자의 교향곡은 흐른다. 조용하게 나만의 귀에 그리고 나만의 노래가 흐른다.

공장을 들어서자 쉬지 않고 소리가 들려온다. 천천히 귀 기울이자 최종 포장 작업을 하는 팔이 여럿 달린 로봇의 소리가 가장 둔탁하게 그리고 무겁게 들려온다. 그리곤 어느새 나의 심장 박동이 그 소리에 맞추어 들려오기 시작한다. 호흡이 바빠진다. 그 로봇이 소리를 멈추자 커다란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계양전기지회. 경기도 안산에 있다. 3백 명이 채 안 되는 조합원이 두 지역 공장에 나뉘어 전동공구에서 자동차용 첨단 전기모터까지 생산한다. 회사는 지자체와 함께 ‘스마트 공장’ 실현을 모색하고 있다. 한봉욱 지회장은 1987년 대투쟁 30주년을 맞아 창립행사 준비에 바쁜 가운데 요즘 말 많은 기술변화와 고용축소가 걱정이다. “날로 고령화하는 조합원을 어떻게 묶어 세우고, 기술변화에 대응할까요.”

사진·글 _ 한금선

*<금속노동자>는 사진가 한금선 씨와 협동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금속노동자들의 작업 현장을 담아 노동의 가치를 대중과 공유하고 공감하는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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