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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임금인상 투쟁으로 ‘바닥을 향한 경주’ 멈추자[세계화와 노동 06] 아시아 생활임금 최저선 캠페인
류미경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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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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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낮은 임금, 더 열악한 노동조건을 찾아 국경을 넘나들며 이윤을 극대화하는 자본에 맞서 아시아 노동자들이 공동 임금인상 투쟁에 나섰다.

국제노총(ITUC)은 지난 5월 31일부터 이틀 동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시아 생활임금 최저선 포럼(Asia Wage Floor Forum)’을 열고 ‘월급 50달러(약 56,280원) 인상’을 공동 요구로 채택했다. 이 ‘+50달러’ 캠페인은 삼성을 표적으로 하는 초국적 기업 글로벌 공급사슬 내 노동기본권 보장 캠페인과 함께 ‘기업의 탐욕을 멈춰라’ 캠페인의 양축이다.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필리핀…아시아 각국서 최저임금 인상 투쟁

지난 몇 년 동안 아시아 각국은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투쟁을 활발하게 펼쳤다. 2012년 인도네시아 주요 세 개 노총이 연합해 조직한 총파업에 200만 명이 참여해 21개 지역 80개 공단 가동을 멈추는 위력을 발휘했다. 이 투쟁 결과 최저임금 44% 인상을 끌어냈다.

세 노총은 2013년과 2014년에도 공동 파업을 벌였다. 세 노총 간 연대는 인도네시아 노동자의회(MPBI) 결성으로 이어졌다. 이후 더 광범위한 노동운동전국회의를 결성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캄보디아 봉제 공장 노동자들이 2013년 최저임금 인상 시위에 나섰다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다섯 명이 사망했다. 캄보디아 노조들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며 캄보디아에서 납품을 받는 초국적 의류브랜드들이 저임금 문제를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그 결과 최저임금을 80달러에서 153달러까지 끌어올렸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각국 정부는 임금이 대폭 인상돼 해외투자자가 철수한다며 임금인상 투쟁을 억제하려는 조치에 나섰다. 캄보디아 정부는 새로운 ‘노동조합법’을 도입해 노동조합 설립과 활동에 수많은 제약을 가하고, 노조 무력화에 나섰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해 10월 노동조합, 정부, 사용자단체로 구성한 최저임금위원회가 적정생계비를 계측해 인상률을 정하는 기존 방식을 폐지하고, 협상 없이 물가인상률과 경제성장률을 더해 최저임금을 자동 결정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노동조합 역할을 아예 없애버렸다.

국제노총이 2016년 10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50대 초국적 기업이 아시아에 공급업체를 두고 있다. 이들 기업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의 94%는 ‘숨겨진’ 노동자다. 50대 초국적 기업 이윤 창출에 이바지하는 노동자의 94%는 이들 기업과 직접 고용 관계를 맺지 않은 ‘간접고용’ 노동자다.

공급사슬 안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데 필요한 임금 인상 문제에서 초국적 기업 책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국제노총은 애플이 공급사슬 안 노동자 한 명으로부터 연간 1만7천 달러의 이윤을 뽑아내고 있다고 분석한다. 노동자 1인당 월급 50달러를 인상하면 1년 인상분은 6백 달러이고 이는 1만7천 달러의 극히 일부라고 강조한다.

국제노총이 캠페인을 시작한 뒤 말레이시아노총(MTUC)는 최저임금 교섭에서 월급을 현행 1천 링깃에서 1천5백 링깃으로 인상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필리핀노총(KMU)은 현행 일급 481페소에서 750페소로 인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캄보디아 노동조합들은 월 180달러를 공동 요구로 채택했다. 국제노총은 이 요구들을 묶어 최소 월급 50달러 인상을 아시아 지역의 공동 요구로 제시하고 있다.

 

‘밑바닥을 향한 경쟁’ 멈추는 아시아 공동투쟁

아시아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 투쟁에 함께 나서고, 지역 차원의 최저임금 하한선을 공동으로 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은 국제노총만의 캠페인이 아니다. 전 세계 제조업 노동자들을 포괄하고 있는 국제통합제조산별노련(IndustriALL)도 의류산업 노동자 생활임금 쟁취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의류산업 글로벌 공급사슬 정점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주체는 초국적 의류브랜드들이다. 국제통합제조산별노련의 목표는 이들의 구매 관행에 개입해 전 세계 의류산업 노동자들의 생활임금을 보장하는 협약을 초국적 기업과 체결하는 것이다. 각국 노사 간 산별협약과 글로벌 브랜드들의 구매 관행을 연결해 공급사슬을 포괄하는 국제 노사관계의 기본 틀을 수립하려 한다.

초국적 산별협약을 통해 노동자와 가족이 인간다운 삶을 사는데 필요한 임금을 확보하고, 임금과 관련한 노동시간, 생산성 등 여러 문제를 함께 다루려 한다. 국제통합제조산별노련은 각국 개별 봉제공장이 초국적브랜드와 단가교섭에서 임금을 낮춰 낮은 단가를 받아들이지 않도록 전 세계 봉제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공동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각국 정부가 ‘국제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최저임금 인상 투쟁 억제에 나서자 각국 노동자들은 강요된 ‘밑바닥을 향한 경쟁’을 멈추기 위한 공동투쟁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임금이 싼 옆 나라로 공장을 옮길 것을 우려해 임금 인상을 자제하기보다, 아시아 각국의 임금을 함께 끌어올리고 공동으로 적용하는 최저임금 하한선을 설정해 임금을 기업 간-국가 간 경쟁 요소에서 제외하려는 투쟁이다.

재벌대기업은 이른바 ‘신자유주의 세계화’ 이후 글로벌 공급사슬 확대를 통해 비용을 잇달아 하청기업과 노동자에 전가하고, 사용자로서 책임은 회피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바닥을 향한 경주’를 제어하기 위해 국제 수준에서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하려는 운동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국제노총과 국제통합제조노련의 시도를 주목해야 한다.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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