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경제정책 기조로 삼은 소득주도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하이디스를 시작으로 외국투기자본(아래 외투자본) 문제를 적극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은 금속노조와 이용득·홍영표(더불어민주당)조배숙·이찬열(국민의당)·김종훈(무소속) 의원실이 7월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하이디스 사태로 본 외투자본 문제점과 입법 방향’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외투자본, 고용 성과 낮아”

한지원 연구실장에 따르면 하이디스가 2012년 기술특허권 장사로 경영전략을 변경하면서 적자가 쌓이기 시작했다. 하이디스는 2012~2014년 경쟁자인 Innolux, Sharp, AUO, BOE 등과 특허공유계약을 맺었다. 특허공유계약은 계약을 체결한 회사끼리 특허를 서로 제한 없이 무상으로 쓸 수 있는 상호계약이다. 사실상 특허를 매각한 셈이다.

▲ 금속노조와 이용득·홍영표(더불어민주당)조배숙·이찬열(국민의당)·김종훈(무소속) 의원실이 7월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하이디스 사태로 본 외투자본 문제점과 입법 방향’ 토론회를 열고 있다. 김경훈

하이디스는 2012년부터 기술료 수입이 크게 증가해 2014년 1,200억 원에 달했다. 반면  설비 투자액은 늘지 않았다. 가장 많았던 해인 2010년에 100억 원 이었다. 한지원 연구실장은 “장치산업에서 설비 투자액 100억 원은 고장 난 설비를 고친 수준이다. 2010년을 제외한 다른 해는 고장 난 설비조차 고치지 않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하이디스처럼 기술 유출을 목적으로 들어오는 외투자본이 많다 보니 외국기업 유치가 고용 증가나 노동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산업연구원이 2016년 낸 ‘국내외국인직접투자기업의 기업성과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는 “외국인직접투자기업의 기업성과가 국내기업과 비교하여 높다는 증거를 찾기 어려움. 특히 고용된 노동자 수 측면에서는 외국인직접투자기업의 성과가 낮은 것으로 나타남”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지원 연구실장은 “외국인투자기업은 기존 설비와 인력을 쥐어짜 이익을 얻고 있다”라며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노동자 소득 증대를 통한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투자는커녕 자본 철수 위협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강조했다.

한 연구실장은 “문재인 정부가 하이디스 문제에서 취할 태도가 외국인투자기업 문제에 대한 기준점이 될 수 있다”라며 “하이디스 문제를 해결하면 한국지엠, 쌍용자동차 등 정부가 외투자본 문제를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프랑스 등 외국인투자 제한해 자국 경제 보호

함재규 노조 부위원장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바라본 외국투기자본 현황과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함재규 부위원장은 “고용불안은 노동기본권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외국인투자촉진법(아래 외촉법)이 명시한 투자제한 사유만 엄격히 적용해도 하이디스 같은 사태를 막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외촉법 4조 2항은 ▲국가 안전과 공공질서 유지에 지장을 주는 경우 ▲국민의 보건위생 또는 환경보전에 해를 끼치거나 미풍양속에 현저히 어긋나는 경우 ▲대한민국 법령을 위반하는 경우를 투자제한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 이상목 금속노조 경기지부 하이디스지회장이 7월 25일 ‘하이디스 사태로 본 외투자본 문제점과 입법 방향’ 토론회에서 하이디스지회의 투쟁 경과를 보고하고 있다. 김경훈

함재규 부위원장은 ▲단기투자이익을 위한 무리한 구조조정과 고율 배당, 유상감자 등으로 기업 성장잠재력을 둔화시킬 우려가 있는 경우 ▲적대 인수합병으로 기업 경영안정성을 저해하는 등의 위험이 있는 경우 ▲기술유출, 생산물량 축소, 대규모 정리해고 등으로 고용안정을 저해하고 노동기본권 실현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위험이 있는 경우를 투자제한 사유로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 캐나다 등은 자국 경제 보호를 이유로 외국인투자를 제한할 수 있는 법을 두고 있다. 미국은 ‘액슨폴리오법’을 제정해 인수·합병 등 외국인 투자가 미국 국가안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대통령에게 이를 저지할 권한을 부여한다. 외국인투자기업이 무분별한 구조조정을 시행하면 지원금을 회수하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는 ‘플로랑주법’을 제정해 1천 명 이상 노동자가 일하는 외국인투자기업이 철수할 경우 사업주가 3개월 동안 직접 인수자를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사업주가 인수자를 찾기 위한 노력을 증명하지 못하면 사업주에게 해고 노동자 한 명당 최저임금의 20배인 2만8000유로(약 4100만 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부당해고 문제 해결 위해 회사, 금속노조와 대화하겠다”

이날 토론회에 김용채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과장, 윤용석 성남고용노동지청 근로개선지도 2과장이 참석했다.

윤용석 성남고용노동지청 근로개선지도 2과장은 “부당해고 판결이 난 만큼 이제라도 고용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 아직 구체 안은 없지만, 어떤 식으로든 당사자인 금속노조, 하이디스와 대화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김용채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과장은 “현재 정부 지원을 받는 외투기업은 부당한 방법으로 자금을 신청하거나 계약 기간에 폐업으로 사업을 할 수 없으면 지원금을 회수하는 등 관리하고 있다”라며 “미흡한 부분은 노동부와 협의해 더 엄격하게 법을 집행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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