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싸운 만큼 함께 이기고 싶었던 동지, 그러나 함께하지 못한 한 동지를 보냅니다. 남겨진 우리에게 동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미완성의 이 투쟁, 꼭 승리해서 동지께 바치겠습니다.”

김종중 열사와 같은 부서에서 일하고, 같은 분임조에서 활동한 유광석 갑을오토텍지회 조합원은 김종중 열사를 떠나보내는 자리에서 약속했다. 김종중 열사를 내내 ‘동지’라 부르던 유광석 조합원은 “마지막으로 인사드린다”라며 “김종중 열사여, 부디 평안히 영면하소서”라고 기원했다.

▲ 금속노조 충남지부 갑을오토텍지회 조합원들이 7월 22일 ‘김종중 노동열사 민주노동자장’ 노제를 치르기 위해 김종중 열사의 영정을 앞세우고 열사가 일한 현장에 들어서고 있다. 아산=신동준

 

▲ 7월 22일 온양온천역 광장에서 거행한 ‘김종중 노동열사 민주노동자장’ 영결식에 참석한 금속노조, 민주노총 조합원과 충남의 정당,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갑을오토텍 노조파괴 완전 중단과 고용보장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아산=신동준

금속노조 충남지부 갑을오토텍지회(지회장 이재헌, 아래 지회)와 김종중 열사 장례위원회는 7월 22일 ‘김종중 노동열사 민주노동자장’을 치렀다. 김종중 열사가 갑을오토텍의 노조파괴와 불법 직장폐쇄에 항거하며 목숨을 끊은 지 96일 만이다. 노조 조합원과 유족, 민주노총 조합원 등 500여 명이 이날 영결식에 참석해 김종중 열사의 뜻을 가슴에 새겼다.

유족과 지회 조합원은 7월 22일 오전 8시 30분 아산시 염치읍 참요양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제를 올렸다. 조합원들은 10시 아산시 온양온천역 광장에서 영결식을 거행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조사에서 문재인 정부가 갑을오토텍을 변호한 박형철 변호사, 신현수 변호사를 각각 청와대 반부패비서관과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으로 임명한 데 대해 “노조파괴로 동료를 잃은 노동자들의 인사 철회 호소에 귀 기울이는 일이 그토록 어렵냐”라고 비판했다.

최종진 직무대행은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조차 민주노조의 권리, 노조로 단결하고 교섭하고 파업할 권리에 소극적”이라면서 “지금은 믿고 기다릴 때가 아니라 단결하고 준비하며, 투쟁을 대비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상구 금속노조 위원장이 7월22일 온양온천역 광장에서 거행한 ‘김종중 노동열사 민주노동자장’ 영결식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 아산=신동준

 

▲ 이재헌 노조 충남지부 갑을오토텍지회장이 7월22일 온양온천역 광장에서 거행한 ‘김종중 노동열사 민주노동자장’ 영결식에서 호상인사를 올리고 있다. 아산=신동준

 

▲ 7월22일 온양온천역 광장에서 거행한 ‘김종중 노동열사 민주노동자장’ 영결식에서 열사의 형인 김종호 씨가 영결식에 참석한 노동자들에게 “동생과 함께 투쟁하고, 동생을 편안히 보낼 수 있게 도와주신 조합원들께 진심으로 고맙다”라며 큰절을 하고 있다. 아산=신동준

김상구 위원장은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곳이 한국사회다. 이제는 노조파괴로 인한 죽음을 끝장내야 한다”며 “금속노조가 더러운 권력과 부당한 자본에 굴복하지 않고 당당하게 싸우겠다”고 결의했다.

유족인사에서 김종중 열사 형인 김종호 씨는 “동생과 함께 투쟁하고, 동생을 편안히 보낼 수 있게 도와주신 조합원들께 진심으로 고맙다”라며 “이 세상에서 힘들었던 일 모두 잊고, 편안하길 바란다. 동생아, 사랑한다”라는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재헌 지회장은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해준 김종중 열사, 죽어서 우리 조합원들을 지켜주던 김종중 열사를 보낸다”라며 “김종중 열사를 가슴에 품고 못다 한 투쟁을 이어가겠다. 꼭 노조파괴 없는 세상,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현장을 만들어내겠다”고 호상인사의 말을 했다.

▲ 노조 충남지부 갑을오토텍지회 조합원들이 7월22일 갑을오토텍 공장에서 ‘김종중 노동열사 민주노동자장’ 노제를 시작하며 사측에게 노조파괴 완전 중단과 고용보장을 촉구하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아산=신동준

 

▲ <몸짓 선언>이 7월22일 갑을오토텍 공장에서 벌인 ‘김종중 노동열사 민주노동자장’ 노제에서 추모 문선공연을 하고 있다. 아산=신동준

 

▲ 7월22일 노조 갑을오토텍지회 조합원과 유족이 열사가 일한 현장에서 ‘김종중 노동열사 민주노동자장’ 노제를 치르기 위해 공장 언덕을 오르고 있다. 아산=신동준

영결식을 마친 유족과 조합원들은 김종중 열사의 일터인 갑을오토텍 공장으로 옮겨 노제를 벌였다.

정원영 충남지부장은 노제 조사에서 “갑을오토텍이 11개월 동안 자행한 불법 직장폐쇄를 풀었고, 공장 정상화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고용 문제가 남았고, 신현수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에 대한 고소와 재판도 남아있다”라며 “김종중 열사 영전에 반드시 투쟁 승리 소식을 전하자”라고 강조했다.

유희종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장은 노제 조사에서 “세종충남지역에서 6년 동안 열사 네 분을 보냈다. 더는 슬퍼할 수 없다”라며 “슬픔을 가슴 한편에 묻고, 반드시 더럽고 추악한 갑을 자본을 꺾겠다. 동지들이 온전한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투쟁 만들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과 지회 조합원, 노조 대표자들은 열사의 영정을 앞세우고 현장에 들어가 김종중 열사가 일한 작업대 앞에서 노제를 이어간 뒤 헌화했다.

▲ 7월22일 금속노조 충남지부 갑을오토텍지회 김종중 조합원이 열사가 되어 현장에 돌아왔다. 아산=신동준

 

▲ 7월22일 ‘김종중 노동열사 민주노동자장’ 현장 노제에서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열사에게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아산=신동준

 

▲ 노조 갑을오토텍지회 조합원들이 7월22일 ‘김종중 노동열사 민주노동자장’ 현장 노제에서 노조파괴 완전 중단과 고용보장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아산=신동준

이대희 지회 대의원은 현장 조사에서 “지난 23년 동안 우리와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자본의 탄압에 맞서 투쟁했던 현장, 정든 동료를 떠나는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지 상상만 해도 마음이 저린다”라며 “동지를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동지가 남겨진 우리를 지켜주셔서 고맙다”라고 인사했다.

이대희 지회 대의원은 “이제 우리는 동지를 보내드리려 한다. 동지가 희망했던 것들을 살아남은 우리가 책임지고 완수하겠다”라며 ”노조파괴가 없는 세상, 탄압과 고통이 없는 세상에서 편안히 영면하시라”라고 기원했다.

유족과 지회, 충남지부 조합원들은 열사가 영원히 안식할 천안시 병천면 풍산공원묘역으로 이동해 17시 쯤 봉안식을 거행했다. 풍산공원은 노조파괴에 맞서 싸우다 지난해 목숨을 끊은 노조 유성기업지회 한광호 열사 등 충남의 열사들이 묻힌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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