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 교섭조정만 다루는 곳이 아니다. 노동위원회는 차별시정, 복수노조, 단체협약 시정문제까지 다룬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9조(차별적 처우의 시정신청) 기간제 근로자 또는 단시간근로자는 차별적 처우를 받는 경우 노동위원회에 그 시정을 신청할 수 있다.

 

김유정(가명, 남, 60세) 씨는 58세부터 60세까지 근무하는 동안 불합리한 단체협약 때문에 수당 일부를 받지 못하는 차별 처우를 받았다며 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 신청을 했다. 회사 통근버스를 운행하는 김 씨는 58세에 이 회사에 입사했고 퇴사하는 60세까지 58세 미만 운전자들이 받는 조정수당을 받지 못했다. 이유는 회사와 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 때문이었다.

 

<단체협약>

조정수당 : 월 120,000원. 6개월 미만 신규입사자, 58세 이상, 촉탁 근로자는 제외.

 

단체협약이 밝힌 ‘촉탁 근로자’는 정년 60세 이상인 노동자라는 의미였다. 정확히 말해 58세부터 60세는 정규직이었다. 그렇다면 58세 이상 노동자들에게 조정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회사는 “2015년부터 58세 이상 단계로 정년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노사가 합의한 내용이다”라고 답했다.

임금을 깎을 이유가 없음에도 58세 이상 노동자들은 실제로 임금이 깎였다. 같은 정규직 안에서 벌어진 명백한 임금 차별이다.

이 신청 건에서 회사는 노사가 합의한 단체협약을 내세웠으나 고용노동부의 차별시정업무 설명서(중앙노동위원회, 2017.3)는 “차별 처우 금지 규정은 강행규정*이므로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기간제 근로자 등에 대한 불리한 처우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이를 이유로 차별적 처우가 정당화될 수는 없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건은 임금 차별에 해당하는 경우다.

하지만 이 사건은 노동위원회에서 기각됐다. 기각 판정의 이유는 김 씨는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은 경우가 아니고 ‘나이’를 이유로 차별받았기 때문이었다.

앞서 밝혔듯이 노동위원회는 기간제(비정규직)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으면 이를 바로잡는 기관이다. 기타 성별, 학력, 나이 등을 이유로 차별을 받으면 이를 다루는 기관은 국가인권위원회이다.

이런 구분은 현장에서 차별이 이중, 삼중, 복합으로 벌어지는 현실에 비춰보면 탁상행정의 결정판이다. 하지만 현재 행정 절차는 이러하다. 노동위원회는 시정을 강제할 권한이 있지만, 인권위원회는 권고의 권한만 있다는 법 제도 역시 불합리하다.

노동위원회가 “이 경우의 건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처리할 차별입니다”라고 결정하면 “이 경우의 건은 차별을 바로잡을 강제력이 없습니다”라는 뜻이다.

탁상행정으로 말미암은 법 제도는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노동위원회에 모든 차별을 바로잡을 권한을 주든지, 국가인권위원회에 집행의 권한을 주는 방법이다. 이래야 실제 현장에서 엄청나게 벌어지는 차별을 바로잡을 수 있다.

*강행규정 :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적으로 적용되는 법률상의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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