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대법 판결로 복직한 해고자의 후일담이다.

“주인공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해피엔딩을 기대하고 잊을 만한 이야기가 아니다. 근속 26년 가운데 해고생활 14년. 여섯 명의 조합원과 함께 노조탄압 역사에서 한 가닥 한다는 대림 자본과 맞서는 노동자. 이경수 금속노조 경남지부 대림자동차지회장의 이야기다. 이경수 지회장은 2015년 2월말 복직 이후 벌어진 공장의 현실을 처연하게 들려줬다.

대림자동차는 오토바이를 주력으로 만들던 회사다. 배달용 오토바이를 혼다와 합작해 만들어 히트를 쳤다. 빨간 오토바이와 철가방이 전국에서 날아다녔다. “지금 대림자동차는 오토바이 사업을 죽이고 자동차부품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경수 지회장은 대림 자본이 이 과정에서 희망퇴직, 강제퇴직, 강제 전환배치, 대기발령 등 합법, 탈법, 불법을 가리지 않고 노동자를 솎아내고 있다고 증언했다.

대림자동차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4월 희망퇴직을 받았다. 다수노조인 기업노조는 입으로 거부한다고 말하고 행동하지 않았다. 대림차는 희망퇴직을 하지 않고 버틴 노동자들에게 칼을 휘둘렀다. 박근혜의 일반해고제로 협박했다. 잔업에서 빼버렸다. 사무실로 대기발령을 했다. 현장에서 아무 일도 주지 않는 변형 대기발령을 했다.

대림은 그래도 버틴 노동자들의 업무를 강제로 바꿨다. 생산직을 영업직으로, 55세 늙은 노동자를 하루 종일 서있는 공정으로, 생산직을 연고 없는 사업소로 보냈다. 노동자들은 버티지 못하고 공장을 떠났다. 4월 희망퇴직은 나이로 잘랐다. 1962년생은 무조건 내보내고 1964년생도 일부 잘랐다.

▲ 이경수 지회장은 “우리 지회마저 포기하면 누가 이 공장에서 올바른 목소리를 내겠는가. 기회가 반드시 한 번은 온다”며 주먹을 쥐었다. 창원=신동준

대림 자본은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되는 노동자들을 공장에서 자른 뒤 공포정치를 시작했다. 방법은 잘나가는 사업부서 전보발령이었다. 말 잘 듣는 사람을 자동차부품 사업부로 배치전환해 주는 식이다.

이경수 지회장은 “1990년대 850명이던 현장 조합원이 기업노조와 지회를 합쳐 180명 정도로 줄었다. 남은 노동자들은 여러 차례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겪은 사람들이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대림차는 구조조정, 정리해고 기간 동안 노동자들을 개인주의화하는 노무관리를 강력히 실시했다. 현재 노동자들은 불이익을 우려해 회사, 기업노조, 금속노조 지회를 만나면 하는 말이 다 다르다고 한다.

현재 대림자동차에 매각 소문이 계속 떠돌고 있다. 모기업인 대림산업은 자금악화로 2012년 지분 41%를 해외자본에 넘겼고, 2015년 해외사업에서 손해를 보자 대림차를 매물로 내놨다. 전망과 사업성이 좋은 자동차부품사업부만 사고 싶다는 제안이 여러 번 있었다. 자산 4천억원이 넘는 회사를 쉽사리 살 자본은 없었다.

“사측은 매각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노동자들은 잘 믿지 않는다. 현장은 이미 다 회사에 넘어갔다”고 안타까워했다. 이경수 지회장은 “정리해고 이전 지회 간부가 현장을 장악했지만 현재 조반장이 장악했다. 노동자들은 지회에 하소연하면서도 회사와 기업노조에 찍힐까봐 부르는 대로 끌려 다닌다”고 전했다.

이경수 지회장은 공장을 비인간적인 절망의 공간으로 만든 대림 자본에 분노했다. “기업노조는 희망퇴직 노동자를 말리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한 사람 나가면 나는 2년 더 다닐 수 있다고 한다. 오토바이사업부를 떠나 자동차부품사업부로 갈 생각만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조합원 열 명이 채 되지 않는 지회가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은 많지 않다. 이경수 지회장은 “와신상담중이다”라고 표현했다. “대림자동차지회는 때를 기다리고 있다. 조합원들과 현장노동자들이 깨어있도록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고 운을 뗐다. 지회는 소식지 <등대>를 발행하고 있다. 매주 월, 수, 금요일 출근 선전전을 하고 있다. 작은 지회가 사측과 맞설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소식지이다.

이경수 지회장은 “사측이 지회 소식지 <등대>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다. 기업노조 조합원들과 사내하청노동자들이 보기 때문이다. 소식지에 시사 현안, 사내 현안, 사내하청 관련, 최저임금 관련 내용을 싣는다”고 편집내용을 설명했다. 이경수 지회장은 구두홍보와 공식, 비공식 간담회를 통해 현장 분위기를 어느 정도 살렸다고 했다. 밑불을 지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수노조의 서러움에 대한 호소를 이어갔다. 이경수 지회장은 “돈이 없어 <등대>를 자주 찍지 못하고 있어 가장 안타깝다. 간담회 비용은 지회 조합원들이 자비로 쓰고 있다”며 “작은 지회지만 사측이나 기업노조나 어떤 누구나 지회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역사와 실력을 알기 때문”이라고 자랑했다. 대림차는 <등대>가 나오면 사내게시판에 지회장, 조합원 개개인과 지회에 대해 욕설부터 인격비하까지 줄줄 뱉는다고 한다. 면전에서 한마디도 못하면서.

지회는 지난 2월 대림차를 상대로 낸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 중노위 판정에서 이겨 그나마 타임오프와 조합비 공제를 쟁취했다. “대림 자본은 여전히 지회사무실 공간을 주지 않고 있다. 법을 대놓고 어기고 있다. 조합원들이 모이고 노동자들이 모이는 꼴을 절대 볼 수 없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대림차는 지회가 갈 곳이 없어 점심시간에 면회실에서 모이자 전원을 끊었다. 방문 손님이 있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끝나면 전기를 다시 연결했다.

“대림자동차 노동자들에게 우리가 싸우고 있다고 알려야 한다.” 이경수 지회장은 지회가 싸움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지회장은 “우리 지회마저 포기하면 누가 이 공장에서 인간답게 살자는 올바른 목소리를 내겠는가. 나와 우리 조합원들이 대림에 다니는 한 자본과 싸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경수 지회장은 “사내하청 노동자와 지회를 바라보고 있는 기업노조 노동자들을 위해서 목소리를 내야한다. 대림자동차 존재 기간이 우리 지회 활동 기한이다. 자본의 비인간화, 부당함을 받아들이며 공장에 다닐 순 없다”라며 지회 존재 이유를 설명했다. 이경수 지회장은 “기회가 반드시 한 번은 온다”며 주먹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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