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청주대학교의 어느 청소용역노동자의 이야기입니다. 쉰이 넘어 시작한 청소일. 올해로 8년째입니다. 해마다 6월이면 계약해지를 통보받습니다. 7월이면 계약이 해지되고 다른 용역회사와 1년짜리 계약을 다시 합니다. 올해도 그랬습니다. 달리 생각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방학이 시작되면서 아이들이 빠져나간 학교를 구석구석 청소했습니다. 유난히 지저분한 건물이 있습니다. 녀석들이 버린 쓰레기를 모아 치우고, 화장실 오물을 닦아내고, 대청소를 시작했습니다. 바닥을 말끔히 닦아주는 기계를 무거운 호스를 들고 며칠을 쫒아 다니며 일찍 시작된 더위와 싸우며 일 했습니다. 제법 윤이 나는 건물이 맘에 쏙 듭니다.

청천벽력. 7월 월급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용역회사가 바뀌면서 늦어지나 보다 생각하고 기다리자 했습니다. 그런데 8월에도 월급이 나오지 않습니다. 손녀 얼굴이 아른거립니다.

▲ 청주대시설분회 조합원들(자료사진 미디어충청)
회사는 정년이 되었으니 퇴직하라고 노동조합에 통보했다는 것이고, 노동조합은 갑자기 통보된 정년은 인정할 수 없다며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더욱이 7월 이후의 임금은 줄 수 없다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랍니다.

볕에서 화단을 정리할 때도, 화장실 배설물을 치울 때도 아무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무거운 호스를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할 때도 소장은 어떤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정년이 되었으니 나오지 말라고 하든지, 일하지 말라고 하든지 했어야 했습니다. 일절 그런 말은 하지도 않고 예순다섯 여성노동자의 수고로운 노동을 조롱하듯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아들 형편이 좋지 않아 손녀를 맡아 키우고 있습니다. 녀석이 학교를 마칠 때까지는 일을 해야 합니다. 별 욕심 없습니다. 그저 둘이 먹고 살 수 있으면 됩니다. 아들 형편이 펴질 때까지 봐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지경이 되니, 야속하고, 서럽고 원망스럽습니다. 그래도 노동조합을 믿고 함께 투쟁할 것입니다. 손녀의 학비와 생계가 걸린 문제입니다.

정00조합원은 노동조합이 생기고 월급도 오르고, 무엇보다 학교 직원들의 시선이 달라졌다며 괴롭고 힘들었던 고용승계 투쟁을 자랑스러워하십니다. 학교직원들이 인사도 하고, 존대도 한다며 다 노동조합 덕분이라고 하십니다. 너무도 소박한 정00조합원의 희망을 노동조합은 놓지 않을 것입니다.

청주대시설분회는 30여명의 조합원이 가입해 있습니다. 지난한 투쟁으로 고용승계는 쟁취했지만 2년마다 바뀌는 용역회사와 지겹도록 협상을 해야 합니다. 노동조합의 단결된 힘을 경험한 적이 없는 용역회사들은 무식하고 용감합니다. 노동조합은 무식한데다 용감하기까지 한 용역회사들과 끈질기게 싸워야 합니다. 올해도 정년문제와 정00조합원의 임금체불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조합은 단호하게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승리할 것입니다. / 김순자(호죽노동인권센터 상담실장)

* 호죽노동인권센터는 한평생 노동운동에 헌신하신 호죽 정진동 목사의 뜻을 기리고, 실천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현재 민주노총충북지역본부 소속 노동조합의 후원과 지역의 뜻있는 분들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센터는 비정규직, 저임금, 이주노동자 등 어려운 노동자들의 노동인권실현을 위해 노동상담, 법률지원, 교육 및 노동인권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상담활동을 하고 있는 김순자 실장께서 앞으로 3주마다 한편 씩 이야기를 들려준다. / 편집자 주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