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쟁의행위를 벌인 노동자들이 1천800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가압류(아래 손배가압류)로 고통 받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에게 손배가압류 해결과 남용을 막기 위한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아래 손잡고)’와 민주노총, 한국노총은 6월28일 광화문광장에서 ‘헌법 위의 적폐 손배가압류, 이제 정부가 나설 차례다’ 기자회견을 열고 1천867억 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청구 사건에 대한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 손배가압류 악용과 남용을 막기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을 촉구했다.

박래군 손잡고 운영위원은 “2017년 6월 기준 노동조합과 조합원 개인에게 청구된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모두 24개사업장 65건에 누적된 액수가 1천867억 원이며 가압류 금액은 18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와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6월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헌법 위의 적폐 손배가압류, 이제 정부가 나설 차례다’ 기자회견을 열어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을 파괴하는 손배가압류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동준

이 금액은 역대 노동자 손배가압류 최고 수치다. 이명박 정권에서 손배가압류 금액이 1천억 원대를 넘었고 2017년 6월 현재 해소한 건 보다 추가한 건수와 금액이 늘어 최고치를 두 번이나 갱신했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 하이디스 등에서 모욕, 명예훼손 등 직접 충돌 없는 업무방해가 인정돼 손해배상 청구가 더 쉬워졌다. 코레일, 동양시멘트 등에서 청구취지 변경으로 금액을 확대하고, 갑을오토텍 등 사업주 직장폐쇄로 공장을 지키는 조합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례는 청구 건수와 금액이 늘어났다.

▲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이 6월28일 ‘헌법 위의 적폐 손배가압류, 이제 정부가 나설 차례다’ 기자회견에서 정권과 자본의 손배가압류 실태를 고발하고 있다. 신동준

손잡고는 기자회견에서 “법원은 일반 손배소송에서 원고의 입증책임을 엄격하게 요구하는데 반해 유독 사용자 손배소송에 대해 입증책임을 완화한다. 법원은 오히려 노조와 조합원들에게 입증책임을 떠넘기고 관련 형사판결이 있는 경우 회사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간주한다”고 비판했다.

손잡고는 ▲손해배상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고 ▲사용자 잘못으로 인한 쟁의행위인데 사용자 잘못은 중히 여기지 않거나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한 권리행사는 권리남용이라는 법 원칙이 있음에도 회사의 손해배상 소송에 적용하지 않는 점 등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법원이 함부로 쟁의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고 특히 조합원 개인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잡고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손잡고 발기인으로 나서며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당대표 시절 노란봉투 캠페인에 나서 “손배가압류 남용은 노동 3권을 무력화하는 부당한 처사”라며 “손잡고 발기인이 된 만큼 노란봉투법을 반드시 관철시켜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삶을 지키겠다”고 발언했다.

▲ 박래군 손잡고 운영위원이 6월28일 ‘헌법 위의 적폐 손배가압류, 이제 정부가 나설 차례다’ 기자회견에서 노동자 손배가압류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신동준

이날 기자회견에서 손배가압류 피해당사자들 증언이 이어졌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은 “경찰특공대는 무차별 폭력 진압을 했는데 폭력을 당한 노동자들에게 되려 16억 원을 경찰에 보상하라한다. 하루 이자만 62만원”이라며 “희망퇴직하면 손배가압류를 풀어준다는 말에 퇴직했던 노동자가 7년 만에 복직했는데 첫 임금에서 50%을 제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김성민 유성기업영동지회장은 “불법 직장폐쇄와 노조파괴 행위로 유시영 회장이 구속됐는데 국가는 우리에게 5천8백만 원의 손배를 청구했고, 단협에 정당한 노조활동은 손배가압류를 못하도록 합의했는데 회사는 15억 원을 청구했다”며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는 입증을 못했는데 법원은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했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 김성민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이 6월28일 ‘헌법 위의 적폐 손배가압류, 이제 정부가 나설 차례다’ 기자회견에서 사법부의 심각한 사용자 편향 손배가압류 판결 경향을 비판하고 있다. 신동준

최정명 기아차 화성공장 비정규직 조합원은 “비정규직 불법파견 판정에 따라 정규직화 하라는 요구를 걸고 고공농성을 했는데 6억7천만 원 손해배상이 떨어졌다”며 “집행관들이 문을 뜯고 들어와 냉장고와 세간 살림에 빨간딱지를 붙였다. 아이들에게 차마 보여줄 수 없었다”고 절망했다.

손잡고 법제도개선위원회 윤지영 변호사는 “사용자의 손배가압류는 노조를 파괴하고 조합원을 괴롭히는 소송을 가장한 대표 부당노동행위이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 침해 행위가 있을 때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이것이 국가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광화문에 설치한 ‘광화문1번지’에 손배가압류 문제 해결과 법 개정 요구를 담은 요구서를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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