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가 금속노조 울산지부 동진지회(비상대책위원장 김태균, 아래 지회) 노조를 파괴하려고 수시로 대책회의를 열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노동자들의 취업을 막은 증거가 드러났다.

노조와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6월21일 국회 정론관에서 ‘헌법 위에 군림하는 현대글로비스-현대차 노조파괴 처벌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글로비스의 하청업체 노조파괴 실태를 폭로했다.

지회가 이날 공개한 ‘비상운영 대책방안 점검’, ‘HMC 울산5공장 노무관리 강화 방안’ 등 문건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매주 하청업체 대표들과 회의를 열어 하청업체 노조 설립을 사전 방지하고, 노조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현대글로비스가 2016년 6월 작성한 ‘HMC 울산5공장 노무관리 강화 방안’ 문건은 노동자와 개별면담해 노조에 가입하지 않도록 회유하고, 작업장 내 단체모임을 금지하며, 노조 가입자를 사외 사업장으로 전출하는 등 하청업체별 대응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 금속노조와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6월21일 국회 정론관에서 ‘헌법 위에 군림하는 현대글로비스-현대차 노조파괴 처벌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글로비스의 하청업체 노조파괴 실태를 폭로하고 있다. 김경훈

‘HMC 울산5공장 노무관리 강화 방안’ 문건은 하청업체에서 노조 가입 권유 등 현안이 생길 때마다 ‘현대글로비스에 동시 보고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하청업체 노조 쟁의행위에 대비해 전체 협력사 관리자와 현대글로비스 관리자를 포함한 비상근무조를 편성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회가 파업권을 확보한 3월20일 이후 동진오토텍 관리자를 소집해 대책 회의를 열고, ‘현대글로비스 차원의 비상대응 대상이 된다’고 위협하는 등 개입 수위를 높였다. 현대글로비스는 3월20일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가결되자 다음 날 동진오토텍에 회의 소집 공문을 발송했다. 지회 조합원이 4월3일부터 이틀 동안 현대글로비스 하청업체인 삼정ENG 납품기사 출입을 저지하자 ‘현대글로비스 차원의 비상대응 대상이 된다’는 공문을 보냈다.

지회는 동진오토텍이 2016년 11월과 12월, 세 차례에 걸쳐 작성한 ‘비상상황시 서열 공급 대응 운영 방안’ 문건에 대해 “현대글로비스 지침에 따라 작성한 문건”이라고 주장했다.

이 문건에 “(대체)인원 미확보 시 부족인원 지원 협조 요청”, “본사와 현대글로비스 대응 보고”, “전체 협력사 비상연락망 가동 요청”, “현대글로비스와 HMC에 지원 협조 요청” 등 현대글로비스, 현대자동차 개입을 암시하는 문구가 곳곳에 있다.

정준영 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대체인력 투입 방안은 여러 하청업체를 통합해 관리하는 현대글로비스가 주관할 수밖에 없다. 내용도 앞서 설명한 현대글로비스의 노무관리 강화 방안의 연장선에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회 조합원을 상대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취업을 방해하거나 재취업을 미끼로 노동조합 탈퇴를 종용했다. ‘HMC 울산5공장 노무관리 강화 방안’ 문건에 “동종사에 개인신상 공유(타 사업장 입사 차단)”란 문구가 있다.

김기영 동진오토텍 이사는 지난해 10월 지회 조합원들에게 “현대글로비스에 통보를 하면 그 명단이 그대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아이템이 다른 업체로 넘어가면 업체가 그 사람들을 인수 안 하겠죠”라고 협박했다. 삼정ENG도 5월22일 신 아무개 조합원에게 “현대글로비스에 동진 근무자 명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40조는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태균 지회 비상대책위원장은 “하청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아보려 금속노조에 가입하니 현대글로비스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재취업을 방해하고,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해 해고나 다름없는 상태에 놓였다”며 “하청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면 안 되느냐. 대한민국 국민도 아니냐”고 비판했다.

금속노조는 동진오토텍과 현대글로비스, 현대자동차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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