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9일 ‘희망버스’가 다시 시동을 걸었다. 서울, 대구, 광주, 청주, 아산, 창원, 울산, 광주에서 출발한 열 대의 희망버스가 거제로 향했다.

현대차울산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투쟁,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싸운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노동자, 민주노조 지키는 싸움을 하던 유성기업 노동자, 제주도 해군기지 반대투쟁,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투쟁 등 싸우는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시동을 걸었던 희망버스가 이번엔 무슨 사연 때문에 다시 출발했을까.

거제 아주공설운동장에서 흩날리는 알록달록 오색의 풍선 위에 적힌 글귀가 이날의 자리를 설명해 준다. ‘임금체불 없는 조선소. 고용이 안정된 일터. 불법 다단계 고용구조 물량팀 폐지. 노동조합 건설.’

조선소 원청의 선박수주량에 따라 고용불안에 떨어야 하는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 지난해와 올해 수만 명의 하청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됐고 내년까지 조선소에서 일하는 5~6만 명의 노동자들이 해고의 위기에 놓여있다. 조선 원청이 부실경영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며 정리해고, 희망퇴직을 종용하는 것도 모자라,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다단계 도급계약에, 업체폐업, 임금삭감, 임금체불에 시달리는 하청 노동자들은 언제든 이유 없이 쫓겨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이 상시 임금체불, 고용불안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금속노조는 10월29일 경남 거제 아주공설운동장에서 ‘조선소 하청노동자 대량해고 저지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사전행사로, 10,29조선소하청노동자대행진을 본행사로 열었다.

거제, 통영, 고성의 조선소에서 일하는 하청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용기를 내어 한자리에 모였다. 이 노동자들과 함께 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이 희망버스에 실려 거제에 도착했다. 하청 노동자들은 직접 준비한 상황극으로 조선업의 위기, 조선 하청노동자들의 상황을 알렸다. 이들은 노동조합으로 똘똘 뭉쳐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행동하겠다고 결의했다.

“오늘 이 자리에 나서는데 큰 용기가 필요했다. 세상일에 중립을 지켰던 내가, ‘을’ 이라서 ‘갑’에게 아무 말도 못했던 내가, 반항 없는 노예로 길들여졌던 내가, 이제 변했다. 세상은 가만히 있으면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동무들과 어깨 걸고 싸우려 한다.” - 삼성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우리는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곳에서 일해도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 뼈 빠지게 일해도 임금은 올라가지 않는다. 작업장에서 죽어도 어느 누구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조선 하청노동자는 소모품이 아니다. 노동조합에 가입해 10만 하청노동자의 힘을 보여주자.” - 고성, 통영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뒤따랐다.

“오늘의 조선업 위기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다. 비인간적인 다단계 물량팀, 해괴망측한 경영이 낳은 결과다. 조선하청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한 투쟁을 응원하고 격려하고 지지할 것이다.” - 희망버스를 타고 온 목사

“정국이 하 수상하다.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조선업 구조조정과 대학 구조조정은 그 의미가 같다. 자본과 이윤의 논리에 맞서 조선업과 대학을 지켜야 한다. 대학생들도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할 것이다” – 희망버스를 타고 온 대학생

집회 현장인 운동장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배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나무박스로 배를 형상화 한 ‘고용안정호’에 수천 명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다. 조선하청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4천6백여 명이 십시일반 모금을 해 만든 배였다. 조선하청 노동자 결의대회가 끝나고 ‘고용안정호’를 선두로 조선하청노동자, 희망버스 참가자들의 대행진을 시작했다. 행진대열은 대우조선 서문과 남문으로 향하며 임금체불, 업체폐업, 다단계 불법 노동착취 등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을 응원하고 노동조합 가입으로 노동자의 권리, 사람답게 일할 권리를 찾자고 외쳤다.

 

조선하청노동자 대량해고저지 시민사회대책위원회 발족

앞서 지난 9월6일 ‘조선하청노동자 대량해고저지 시민사회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가 발족했다. 조선하청노동자 대량해고를 막고 고용을 지키기 위해 민주노총을 비롯해 시민, 사회, 노동, 종교단체까지 60여개의 단체가 발을 벗고 나섰다.

대책위는 발족 기자회견문에서 ‘원청 조선소들이 조선업이 호황일 때 기술과 경험을 축적하지 않고 불법 다단계 하청노동자를 대거 사용했으며 정부는 이를 방치하고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조선산업의 위기를 정부와 회사가 책임지고 노동자 대량해고 등 위기의 책임을 하청노동자들에게 떠넘기지 말라고 경고했다.

대책위는 5만명이 넘는 하청노동자의 고용과, 임금, 노동조건을 지키는 활동을 벌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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