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유성기업, 에스제이엠, 상신브레이크 등 많은 사업장에서 사용자가 경비용역을 투입해 노동조합의 조합활동과 집회를 방해하고 심지어 조합원을 겨냥한 노골적인 폭력행위를 일삼는 사건들이 계속 발생했다. 과거 중세시대처럼 현대판 사병인 용역업체를 동원해 폭력으로 상대방의 권리를 제압하고 자신의 권리를 실현하려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가 이어지면서 노동계 등 각계에서 문제제기가 급증했고 2012년 9월 국회에서 ‘산업현장 폭력용역 관련 청문회’가 열렸다.

급기야 용역폭력을 방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짙은 의혹을 받는 경찰청이 나서서 사적폭력을 제도로 관리하고 요건을 강화하겠다며 경비업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여야 의원들도 경비업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해 모두 여덟 건의 법안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논의했다. 참석의원 전원 찬성으로 2013년 경비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2013년 개정사항 중 특히 중요한 내용은 두 가지다. 첫째, 집단민원현장 등에 경비원 배치 시 개정 이전에는 관할 경찰서에 배치신고만 하면 됐지만 개정법은 배치허가신청을 하면 경찰이 경비원의 폭력 전과나 교육 이수 여부 등 결격 사유를 검토해 폭력이나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배치 신청을 반려할 수 있도록 했다 (18조2항 단서). 둘째, 집단민원현장 등에서 도급인이 20인 이상의 경비원을 배치하면서 경비업법상 규제를 받는 업체를 통하지 않고 사적으로 경비원을 직접 고용해 사용하기를 금지했다(7조의2 2항).

▲ 노동자들에게 이상하게도 위법·부당한 법 적용을 하는 검찰과 경찰을 제어하지 않는 한 경비업법을 열 번을 바꾸더라도 현장에서 겪는 폭력의 크기는 날이 갈수록 커질 것이다. 2016년 4월18일 보우디엔씨가 고용한 용역들이 하이텍알씨디코리아분회 조합사무실에 들어가려는 조합원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취재기자 카메라에 침을 뱉는 등 폭력을 저지르고 있다. 사진=김형석

사용자 등 도급인이 경비원을 고용하는 방식으로 ① 경비업법에 의해 설립한 경비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어 경비원을 고용하는 방법 ② 개별적으로 직접 경비원을 고용하는 방법이 있다. 2013년 개정법은 노사분규 등 집단민원현장에서 사전에 법적 감시를 받지 않는 사병 배치(②의 경우)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법자의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313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록(2013. 2. 15.)).

2013년 경비업법 개정으로 집단민원현장에서 노골적인 용역폭력이 다소 줄었다는 평가가 있다. 사적으로 함부로 용역을 사용할 수 없고 반드시 법상 규제를 받는 업체를 통해야 한다. 이조차도 사전에 배치허가 신청을 해 경찰의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자격요건이나 폭력 전과 등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인력들을 기습적으로 투입하기가 최소한 법의 테두리 내에서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개정법이 사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개정법의 의미를 살려 현장에서 실현하느냐는 여전히 경찰의 의지에 달려있다. 경비원 배치신청 심사를 하는 주체는 경찰이고 집단민원현장에 대한 경비업법 적용을 확인하는 주체도 경찰이다. 노사간 분쟁이 있는 사업장에 ‘누가 보아도’ 경비용역으로 보이는 이들이 기습적으로 등장했을 때 경찰은 여전히 이들의 적법성 여부를 확인하고 감독하기보다 노동자들이 이들의 업무를 방해하는지 한 쪽 눈만 뜨고 현장을 살피고 있다.

주식회사 하이텍알씨디코리아가 2015년 9월 공장 매각과 공장 이전 사실을 조합원들에게 일방 통보했다. 분회는 정리해고 수순 강행에 항의하며 본사와 공장에서 농성을 계속 하고 있었다. 2015년 12월부터 공장 옥상 위 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이어가던 상황에서 공장을 매입한 부동산 개발업체가 2016년 4월18일 집단민원현장인 공장에 법상 규제를 전혀 받지 않기 위해 직접 고용한 대규모 경비용역을 투입했다. 이들 경비용역은 새벽에 기습적으로 들어와 분회사무실 출입을 봉쇄하고 공장에 고립된 고공농성자들을 위협했다. 공장 입구에서 집회를 하는 노동자들에게 위력을 행사하고 급기야 각목 등의 반입에 항의하던 조합원 한 명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경찰은 이상하게도 경비용역들의 폭력을 한참이나 두고 봤다. 수십 명이 한 명에게 달려들어 집단 위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폭행을 당한 조합원을 업무방해 현행범인으로 막무가내로 체포했다. 경찰은 경비용역들에게 손끝 하나 대지 않고 물러났다. 이 상황은 경찰이 촬영한 채증 동영상에서 뚜렷이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에 있던 경찰이 작성한 진술서에서 불법 경비용역들은 공사 ‘인부’로 둔갑했다. 검사는 공사 업무를 수행하던 인부들에게 조합원이 폭행을 행사하며 방해했다는 경찰의 허위진술을 그대로 받아 기소했다. 현장에 있던 ‘진짜 인부’는 경찰 수사과정에서 자신은 피고인과 접촉한 사실이 없고 업무를 방해받은 적도 없다고 진술했지만 검사의 수사의지는 직진이었다.

이 사건 서울남부지법 1심은 수사기관이 ‘인부’로 적시한 사람들은 인부가 아닌 경비용역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피고인의 혐의사실에 대한 경찰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면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부동산 개발업체는 경비용역을 불법으로 배치한 사실에 대해 경비업법 위반으로 약식기소 됐다. 이 업체는 피고인에 대해 집단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등 경비업법이 분명히 금지한 ‘타인에게 위력을 과시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 경비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했다. 검찰과 경찰은 이 폭력에 대해 아직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해 검사는 항소를 했다. ‘누가 보아도’ 경비용역으로 보이는 이들을 등진 채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향해 방패를 들고 불법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던 경찰과, 수사기관이 촬영한 동영상으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실체적 진실을 힘껏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한 검찰. 노동자들에게 이상하게도 위법·부당한 법 적용을 하는 검찰과 경찰을 제어하지 않는 한 경비업법을 열 번을 바꾸더라도 현장에서 겪는 폭력의 크기는 날이 갈수록 커질 것이다.

박다혜 금속법률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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