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9일은 아사히비정규직지회를 만든 지 2년이 되는 날이다. 정규직 노동조합은 사라져가고 비정규직 노동자만 늘어난 구미공단에서 우리는 처음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한 달 후에 모두 해고됐지만 자본의 거센 탄압에도 꺾이지 않고 아스팔트를 뚫고 피어나는 들꽃처럼 살아남아 투쟁하고 있다. 

우리 지회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해고돼 투쟁을 하면서 사회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됐다. 내가 왜 비정규직으로 살 수밖에 없는지 깨달았다. 용기를 냈다. 글이라고 써본 적 없는 조합원들이 자신의 얘기를 소박하게 기록해 책을 펴냈다. 막막하고 절박한 이야기만 담지 않았다. 평생을 불안정한 비정규직으로 살아왔지만 노동조합과 투쟁을 선택한 이유, 가족에 대한 사랑과 걱정, 당장의 어려움에도 서로를 다독이며 싸움을 이어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기록했다.

 

누구나 장기투쟁은 힘들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 목을 죄는 생계의 무게가 우리를 짓누른다. 사업장에 머물지 않고, 지역에 머물지 않고 2년간 쉼 없이 스스로 길을 찾아 달려온 우리들의 마음속에 함께 닿고 싶은 희망이 있다. 절박함에 주저앉지 않고 거센 바람에 꺾이지 않으며 강인한 들꽃처럼 살아남은 과정들을 되돌아보고 기록하면서, 우리는 스스로 싸울 수 있을 때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그래도 우리는 아직 스무 명이 넘는 동지들이 함께 투쟁하고 있다. 갈등의 고비도 있었지만 지금도 이 자리에 있는 건, 싸울 수 있을 때가 행복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 대의원 이영민

 

거리에서 2년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긍정의 마음으로 투쟁하고 있다. 누구나 홀로 가는 길은 외롭다. 우리는 함께 가는 투쟁을 선택했고 활기차고 희망을 안고 산다. “함께 싸우고 함께 승리하자”는 구호처럼 쉬지 않고 투쟁의 길을 찾고, 투쟁을 함께 만들고 있다.

아사히비정규직지회 투쟁은 노동3권을 온전히 보장하지 않는 한국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노조 할 권리’마저 차별받는 사회를 바꾸기 위해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직하고 투쟁해야 한다. 우리가 보낸 길 위의 2년은 노동조합의 ‘노’자도 몰랐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아프게 성장하며 연대의 의미를 깨달은 시간이었다. 더 많은 동지들과 더 큰 싸움을 벌일 수 있을 때 세상이 바뀔 것이라는 믿음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금속노조 조합원 동지들이 『들꽃, 공단에 피다』를 많이 읽어주기를 바란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노동조합과 투쟁을 선택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년을 거리에서 보내고 포기할 수 없는 이유, 모두를 위한 싸움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에 관심을 갖고 연대해주기를 바란다. 한 권의 책에 모두 담지 못한 이야기는 함께하는 투쟁의 현장에서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차헌호 구미지부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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