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천안함 침몰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 짓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일 재연되고 있다. 군 당국과 수구세력들은 벌써부터 ‘보복’이니 ‘응징’이니 하면서 한반도 정세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정부여당 내에서도 이런 이야기들이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고 하니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천안함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기도 전에 이 사건을 북풍으로 몰아가는 현 정부의 행태를 바라보면서 현 정세를 바라보는 정부여당의 위기의식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된다.


김태영 국방부장관은 지난 4월 30일 국회 국방위에서 천안함의 재질과 다른 알루미늄 조각을 수거했다며 “천안함을 공격한 물체와 관련된 것인지 점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장관은 5월 2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 사고 해역에서 수거한 4개의 알루미늄 조각이 스모킹 건(smoking gun, 결정적인 증거)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건 3㎜ 정도 크기의 편 조각”이라며 “결정적인 증거물로 단언할 수 없다. 정황증거까지 포함하면 진실에 가까운 판단을 할 수 있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완화된 표현을 사용한 것은 ‘함정 재질과 다른 알루미늄 조각’이라는 국회 국방위에서의 발언 이후 천안함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북한의 어뢰공격설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일각의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이 보복의지를 천명한 것과 관련해 김 장관은 “동의한다”며 “최대한 확실히 규명해서 우리 장병을 순국하게 한 세력에 대해서는 뭔가를 안겨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보복이 보복을 부르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런 것은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응징은 어떠한 형태로든지 이뤄져야 한다”고 보복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은 5월 4일 전군 주요지휘관회의를 직접 주재한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는 국방부와 합참의 주요보직자와 국방부 직할부대장, 연합사 부사령관은 물론 육군에서 중장급 이상 지휘관, 해공군은 소장급 이상 지휘관 등 150여명이 참석한다. 건군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전군 주요지휘관회의를 직접 주재하여 국가안보태세와 관련된 고강도의 주문을 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번 회의는 천안함 사태에 대한 장단기 조치는 물론 국방안보 전반에 대하여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5월 2일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장단기 조치와 보완 발전시킬 사항을 검토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결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은 이번 천안함 사태가 외부세력에 의한 것으로 결론이 날 경우 ‘단호한 조치’를 하겠다는 기본방침을 또 다시 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이러한 행동은 한반도에 긴장위기를 초래하고 정부여당에 정치적 부담만 줄 것이다. 천안함 침몰사건이 북과 관련이 있다는 여론몰이에 대해 국민들은 국방부가 자신의 책임을 최소화하고, 정부여당이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아닌 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현 정부가 당면하고 있는 4대강 사업, 검찰 스폰서사건, 천안함 사건으로 드러난 정부의 총체적인 위기관리능력 부재 등 여러 정치적 부담을 완화하고 이명박 정부 중간평가의 성격을 띠고 있는 6월 지방자치선거에서의 승리를 겨냥한 정치적 복선이 깔려있다고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우선 천안함 사태의 진상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함으로서 우리 국민들에게 한 점 의혹도 남겨서는 안 된다.

천안함 침몰사건의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국방장관을 비롯한 관련 지휘라인 당사자들을 즉각 파면하고, 사건의 진상을 파악할 수 있는 한국해군전술자료체계(KNTDS), 교신기록, 작전상황일지, 열상감시장비, 천안함 절단 부위 등 관련 자료를 적절한 방법으로 이른 시일 내 모두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여당이 천안함 침몰사건을 북풍으로 몰아 6월 지방자치선거에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지 아닌지를 국민들이 판단하고 납득할 수 있지 않겠는가.

또한 이명박 정부는 군 중심의 천안함 진상조사단을 즉각 해체하고 민 중심의 진상조사단을 꾸리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그래야만 천안함 침몰사건 이후 형성되어 온 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고 진상조사 결과에 대하여 우리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는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길 수 없음은 동서고금의 진리이다.

정부여당에 충고한다.
이제라도 천안함 침몰사건을 북풍으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만에 하나라도 있다면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 행여 코앞에 있는 6월 지방자치선거에 천안함 침몰사건을 이용하려는 정략적 계산을 하고 있다면 이는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결과’만을 초래할 뿐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위는 자기 무덤을 파는 것에 다름 아님을 명심하시길.

김종일 /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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