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는 지난 3월2일 43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박근혜 탄핵 뒤 열릴 조기 대통령선거 국면에 내세울 재벌개혁, 제조업발전, 노조파괴근절 관련 법 제도 제·개정 등 2017년 대정부·대국회 요구를 결정했다. 노조는 대선 운동기간인 4월 내내 요구 쟁점화를 위한 전국 순회투쟁을 벌이고, 5월9일 대선 뒤 관련법 제·개정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금속노동자>는 관련 법안 해설을 두 번으로 나눠 싣는다.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제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제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악화하고 있다. 제조업의 총자산 증가율이 2010년 11.8%에서 2014년 4.3%로, 매출액 증가율은 같은 기간 18.5%에서 -1.6%로 크게 줄었다. 수익성을 보면 제조업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6.7%에서 4.2%로, 세전 영업이익률은 7.0%에서 4.2%로 지속 감소하고 있다.

한국 제조업이 위기에 처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노동을 배제하는 경영이다. 노동을 배제하는 경영은 비정규직 증가와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져 노동자 창의성을 약화하고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노동조합이 경영정보를 공유하고 노조 의사를 경영에 반영할 때 비로소 노조가 인력 개발에 기여하고 작업과정에 책임 있게 참여할 수 있다.

금속노조는 노동자를 보호하고 노조의 목소리를 경영에 반영해 제조업발전을 이끌 수 있는 제조업발전특별법을 준비하고 있다. 노조가 제출할 제조업발전특별법은 크게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제조산업협의체 구성 ▲제조산업발전기금 조성‧지원 ▲대규모 구조조정 시 사회 협의기구를 통한 논의 의무화 ▲외국인 투자심사절차 강화 등을 담고 있다.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제조산업협의체 구성

유럽 선진국들은 한국과 달리 노동조합이 국가 산업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과정에 주체로 참여한다. 한 예로 독일 정부는 2014년 ‘산업의 미래’ 협의체를 구성해 산업정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산업의 미래’ 협의체에 독일 경제에너지부 장관, 독일금속노조(IG Metall) 위원장, 독일산업연맹(BDI) 회장 등이 참여해 책임 있는 대화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 지난해 조선노동자 3만1천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노조는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유지, 노동자 재교육과 재배치 등을 지원하는 제조업발전기금을 제조업발전특별법에 포함했다. 금속노조와 조선노연 조합원들이 4월5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연 ‘중형조선소 살리기, 회생방안 마련 촉구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신동준

금속노조는 산별노조의 제조산업협의체 참여를 법제화할 계획이다. 제조산업협의체는 국내투자확대와 고용보호, 제조산업 분야 인력 양성과 전문성 강화 방안 수립, 실노동시간 단축 등 제조산업 전반에 대한 주요 사업정책 방향을 논의, 결정하고 집행한다. 제조산업협의체에 산별노조를 비롯해 중앙행정기관, 사용자단체, 사용자협회 등이 참여한다.

제조산업협의체는 중앙행정기관으로부터 분기별로 정책 추진실적을 보고받는다. 필요한 경우 중앙행정기관장과 특별시장‧도지사 등에게 점검 결과를 반영한 개선의견을 통보할 수 있다. 이 경우 시‧도지사 등은 개선의견에 대한 추진실적을 점검해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제조산업협의체는 제조산업 관련 법령 제·개정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입법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제조산업발전기금 조성·지원

지난해 조선노동자 3만1천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정부는 여전히 조선업, 해운업, 철강업 등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구조조정에 따른 노동자 고용유지, 노동자 재교육과 재배치 등을 지원하는 기금이 필요하다.

미국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2009년 ‘미국 경기부양법’을 만들어 9,000억 달러(1천26조원) 예산을 조성한 경험이 있다. 이 예산 중 2/3는 보건, 노동, 교육, 주거, 교통, 에너지 등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했고 나머지는 노동자·기업에 대한 감세, 주택·자동차 구입 혜택 제공 등에 사용했다.

미국의회예산국 조사에 따르면 이 경기부양책은 일자리 490만 개를 창출하는 성과를 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는 2009년 작성한 평가보고서에서 경기부양책에 따른 전체 고용창출효과가 약 680만 명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금속노조는 국내총생산의 3%(약 40~50조원) 규모에 달하는 제조업발전기금을 조성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제조산업협의체 의결에 따라 국내기업 지원, 노동자 생존권 보호를 위해 기금 지원방안을 수립하고 이를 지급토록 할 예정이다.

 

대규모 구조조정 시 사회 협의기구 논의 의무화

근로기준법 24조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 ▲해고회피 노력 ▲과반수 노동조합과 협의 ▲공정한 기준에 따른 해고대상자 선정 등을 모두 충족해야 정당한 정리해고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기업의 전체 경영실적이 흑자를 기록하고 있더라도 일부 사업부문이 경영 악화를 겪고 있는 경우’도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다고 판결하는 등 정리해고 요건을 무력화하는 판결을 일삼고 있다.

노조는 정리해고를 남용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정리해고 시 사회 협의체 논의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사용자가 근로기준법 24조 4항이나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 노동자를 정리해고 할 경우 사회 협의체를 구성해 정리해고 실시 여부와 절차, 방법 등을 성실히 논의하고 이행해야 한다. 사회협의체는 지방자치단체, 사용자, 연합단체, 노동조합, 노사가 추천하는 시민사회단체 전문가로 구성한다.

제조업발전특별법은 사용자에게 정리해고일 100일 전까지 노동조합, 지방자치단체에 정리해고의 경영상 필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 등에 관한 자료를 내주도록 강제해 정리해고에 관한 실질 협의가 가능토록 한다.

사용자가 사회협의체의 심의, 의결사항을 위반하고 정리해고 한 경우 위법한 정리해고로 본다. 적법한 정리해고라도 전직을 위한 직업훈련, 직업훈련 기간 임금 지급, 우선 재고용 계획 등 전직지원계획을 수립해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승인을 받지 않은 경우 부당한 정리해고로 보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심사절차 강화

한국에 들어온 외국자본에 흔히 ‘먹튀’라는 이름표가 붙는다. 단기이익을 위해 알짜 기술을 빼돌린 뒤 대규모 정리해고, 공장폐쇄를 단행하는 사례가 여러 건 있기 때문이다. 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경기지부 하이디스지회, 경남지부 한국산연지회 등 사업장에서 수차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현행 외국인투자촉진법이 외국자본 유치에 초점을 두고 외국투기자본에 대한 적절한 규제방안을 마련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다.

영국, 프랑스, 일본, 캐나다, 호주 등은 자국 경제보호를 이유로 외국인투자를 제한할 수 있는 법 근거를 두고 있다. 특히 미국은 ‘액슨폴리오법’을 제정해 인수‧합병 등 외국인의 투자 행위가 미국 국가안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대통령에게 이를 저지할 권한을 부여한다. 이 결정에 대해 사법심사를 면제하고 있다.

제조업발전특별법은 외투자본 횡포를 막기 위해 외국인투자 제한 사유를 확대할 예정이다. 외국인투자 제한 사유는 ▲적대 인수합병으로 기업 경영안정성을 저해하는 등 위험이 있는 경우 ▲기술유출, 공장폐쇄, 대규모 정리해고 등 고용안정을 저해하고 노동기본권 실현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위험이 있는 경우 등이다.

외국인 투자가 ▲국민 생명과 안전, 공공질서, 환경보전에 중대한 위해를 초래하는 경우 ▲노동자의 고용안정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한 법령을 위반한 경우 이미 지원한 혜택을 환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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