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해 0000 주식회사 ‘신우’(가칭) 사건은 기각되었습니다”라는 문자가 휴대폰을 울렸다. 바로 조사관에게 전화를 해 번호를 물어 김호균(가명, 48세) 씨에게 전화를 했다. 지방노동위원회 심판회의에서 노무사까지 대동하고 줄줄이 나와 앉아있는 사측에 비해 혼자 덩그러니 앉아 회의 내 흥분된 어조로 변론하던 그가 맘에 걸려 서였다.

“저는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인데요, 혹시 선생님께서 중앙노동위원회 가실 생각이 있으면 무료 법률지원을 해드리고 싶어서”라고 전화를 건 이유를 이야기했다. 수화기 너머 김호균 씨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노무사에게 상담을 받고 스스로 심판회의를 준비했다는 그는 “지노위라는 곳이 이런 곳인 줄 몰랐다”며 “행정소송, 민사까지 갈 것”이라고 했다.

김호균 씨는 심판회의에서 최후 변론을 하라는 위원장을 향해 회사가 작성한 직무능력 평가서를 흔들며 “이런 이유로 해고하는 행위가 정당하면 여기 계신 위원장님도 해고당하지 않고 배기겠습니까? 대한민국 그 누가 해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습니까”라며 호통을 쳤다.

▲ 노동위원회가 김호균 씨의 해고를 인정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회사의 ‘근무성적평가표’. 관리자 단 두 명이 매긴 점수 하나로 김 씨는 입사 4개월 만에 해고자가 됐다. 바로 이것이 정부가 시행하고 싶은 ‘일반해고’, ‘저성과자 해고’다. 지난해 10월19일 서울 대학로에서 연 ‘노동개악 폐기, 성과·퇴출제 분쇄, 부패·불법·살인정권 퇴진, 공공-화물연대 총파업 승리 민주노총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노동자들이 성과·퇴출제 저지 하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신동준

수습 기간에 직무능력평가 점수가 낮다는 이유로 본 채용을 취소당한 사건이었다. 김호균 씨는 입사 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고, 취업규칙을 보지 못해 수습 기간이 6개월인지 알지 못했고, 4개월 만에 해고당한 이유가 된 그 ‘직무능력 평가’ 결과라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회사가 제출한 근무성적 평가표는 다음과 같았다.

 

- 직무수행에 필요한 지식, 기술의 활동능력 및 지속적인 자기계발의 자세는?

- 자기 업무 및 결과에 대하여 책임 있는 태도를 취하는 정도는?

- 방침 또는 지시를 정확히 이해하고 상황에 따라 신속,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은?

- 조직 내의 인화단결 및 원만한 협조관계를 유지하는 정도는?

- 제반 규율을 준수하고, 지시, 방침에 순응하는 태도는?

 

그는 1차에서 100점 만전에서 45점, 2차에서 38점의 낮은 평점을 받았다. 회사는 이를 이유로 김호균 씨를 해고했다. 김 씨에게 이렇게 낮은 점수를 준 이유는 사실 회의 시 언쟁, 상사와 다툼이나 외부컨설턴트와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벌어진 소소한 다툼이 전부였다.

회사는 심판회의 과정에서 “김호균 씨를 해고한 주요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업무능력이 이유는 아니었다. 자기 의견을 너무 고집하는 태도가 회사 생활에 부적합하다”고 답했다.

김호균 씨가 최후변론에서 평가서를 흔들며 “고작 이런 이유 때문에 해고됐다는 것을… 어느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울음을 참으며 말하는 모습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일반해고가 이미 현장에서 통용되고 있는 듯했다.

▲일반적으로 3개월인 수습 기간이 6개월이라는 사실 ▲본인이 수습 기간을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당연히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생각한 시점에 해고(채용취소)된 사실 ▲해고에 이르기까지 감봉, 정직 등 사용자의 어떠한 노력도 없었다는 사실을 노동위원회에서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해고 사유가 업무능력이든, 인성의 문제이든 채용의 주체인 사용자가 근로자의 원만한 노동을 위해 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어떠한 교육을 진행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동위원회가 김호균 씨의 해고를 인정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회사의 ‘근무성적평가표’. 관리자 단 두 명이 매긴 점수 하나로 김 씨는 입사 4개월 만에 해고자가 됐다. 바로 이것이 정부가 시행하고 싶은 ‘일반해고’, ‘저성과자 해고’다.

엄미야 경기지부 부지부장/ 경기지방노동위원회 노동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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