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프로기사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준 충격과 공포가 가시기도 전에 네이버가 자율주행차를 3월30일 서울모터쇼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제 3D프린팅,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익숙한 표현들이다. 세계 경제이슈 가운데 단연 으뜸은 지난해 1월 다보스포럼에서 언급한 4차 산업혁명이고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4차 산업혁명이란 산업과 IT기술이 융합해 공장의 생산기기와 생산품이 상호 소통하는 전체 생산체계, 생산설비가 능동으로 판단해 제품과 상황에 맞게 작업하는 방식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미래 모습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2012년 독일 메르켈 정부가 제조업 혁신을 위한 전략으로 고안한 ‘인더스트리 4.0(Industrie 4.0)’ 모델이 대표로 꼽히고 있다. 독일 인더스트리 4.0 전략의 핵심은 독일 제조업을 개혁함으로써 현재의 산업주도력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이 전략은 독일 경제의 주력인 자동차산업을 스마트공장으로 만드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독일 정부는 향후 20년간 산업파괴가 가장 크게 일어날 부문이 자동차 산업이라고 분석한다. 이 분석은 미래 자동차 가치의 50~60%가 디지털 디바이스와 툴로 구성될 것이고 20%는 배터리라는 진단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독일 정부의 이 예측은 한국에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자동차 완성사와 부품사가 조직의 주축인 금속노조는 결코 보아 넘길 수 없는 내용이다. 우리 금속노동자에게 4차 산업혁명은 장밋빛 미래가 아니라 인터넷과 인공지능이 생산을 담당하고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공포의 혁명일 수 있다. 많은 공장의 자동화나 몰락, 이에 따른 노동자의 대량 해고, 수직계열화한 관계사의 연쇄 고용조정으로 이어지는 구조조정이 벌어질 수 있다.

산업구조 재편 시대를 대비한다며 박근혜 정부가 야심차게 던진 방안은 이른바 원샷법과 구조조정 관련법들이었다. 은행 등 자본을 대여한 채권자 중심으로 선제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빠른 퇴출을 국가가 돕겠다는 내용이 전부다. 박근혜 정부가 설계한 이 제도에 경제의 기초단위를 이루는 국민, 생산의 직접 담당자인 노동자들에 대한 배려와 보호방안은 전혀 없다. 대체 일자리, 재취업방안, 미래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어떤 방법도 담고 있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대표 노동정책은 통상해고다. 능력미달 노동자를 해고한다는 내용이었으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 제조업 발전전망에 대한 장기 안목으로 대안을 법과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 산업구조 변화는 기업의 장기 투자, 연구와 함께 국가의 지원이 필요한 영역이다. 제조업 사업장에서 많은 이익을 가져간 재벌들의 이익을 환수해 기업의 투자에 사용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 연구 개발 기금 감시 책무는 노동조합과 노동자가 적임자이다. 외국자본의 무분별한 국내시장 철수를 통제하고, 외국에서 국내로 돌아오는 유턴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며,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대 방안과 발전기금을 통한 경쟁력 강화도 필요하다. 관계부처와 관련 협회, 노동계가 참여하는 산업업종협의회도 고민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노동조합의 경영참여를 법으로 보장하며, 인더스트리 4.0 방안도 노조의 참여를 전제하고 있다. <자료사진>

박근혜 정부표 구조조정 정책의 대표 희생양은 조선업종과 해운업종 노동자들이다. 국내 1위 해운업 기업이던 한진해운은 퇴출로 결론 났다. 현재 수많은 노동자들이 실직하고 가족 생계 파탄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선업도 마찬가지다. 최대피해자는 거제, 통영, 고성의 조선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한국의 역대 정부는 ‘회사가 살아야 경제가 산다’는 논리로 구조조정을 정당화했다.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고스란히 전가했다.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공범들의 국정농단이 드러나 새 정권이 곧 도래할 이 시점에 우리 금속노동자는 새로운 정부가 정책으로 담아야 할 산업구조 재편 대응, 구조조정 문제를 짚어보고 구체 대안을 요구해야 한다.

구조조정 문제는 이제 기업이나 국가 성장이라는 관점을 벗어나 전체 노동자의 삶을 안정화하고 고용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특히 모든 산업에 광범위한 영향을 줄 구조 재편에 노동조합의 개입과 감시,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고용안정시스템 구축과 제조업 발전전망에 대한 법제도의 정비, 실업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고용안정 방안 마련을 위해 현행 법제를 크게 손질해야 한다. 현행 정리해고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사유’는 실제 상황이 벌어지기 전까지 노동조합이나 노동자들이 알기도, 개입하기도 매우 힘들다. 기업 정보에 대한 노조, 노동자의 접근권을 제도로 허용하고, 중요 사항과 변동사항에 대한 내부 공시를 제도화해야 한다.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가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단순 이윤 증대를 목적으로 정리해고 하는 경우는 긴박한 경영상의 사유에서 배제한다. 기업그룹의 경우 지배기업에 해고제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 이외에 고용보험법 등을 활용해 적극 해고회피 노력 사업장에 대한 지원, 조업단축지원금 노동자 직접지원, 노사합의 조성 고용안정기금에 대한 재정지원, 고용유지지원금 제도 확대 운영 등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고용안정을 위한 특별세(고용세) 징수 등의 재정 대안을 추가한다.

제조업 발전전망에 대한 장기 안목으로 대안을 법과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 산업구조 변화는 기업의 장기 투자, 연구와 함께 국가의 지원이 필요한 영역이다. 제조업 사업장에서 많은 이익을 가져간 재벌들의 이익을 환수해 기업의 투자에 사용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 연구 개발 기금 감시 책무는 노동조합과 노동자가 적임자이다. 외국자본의 무분별한 국내시장 철수를 통제하고, 외국에서 국내로 돌아오는 유턴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며,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대 방안과 발전기금을 통한 경쟁력 강화도 필요하다. 관계부처와 관련 협회, 노동계가 참여하는 산업업종협의회도 고민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노동조합의 경영참여를 법으로 보장하며, 인더스트리 4.0 방안도 노조의 참여를 전제하고 있다.

현재 실업급여 몇 개월이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실업구조 사회안전망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에 나서야 한다. 실업급여 요건과 액수를 상향조정하고, 교육훈련제도와 국가의 전직지원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끝으로 필요하다면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GM이 파산을 눈앞에 두었을 때 오바마 정부가 노동자들을 위해 적극 개입해 대량실업을 막은 것처럼 정부의 효율적인 개입이 노동자들을 위해 작동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세계 산업구조 재편을 대비한 구조조정 문제에 대한 금속노동자의 요구는 분명해야 하고, 대안은 구체성이 있어야 한다. 노조의 요구를 정부가 정책에 반영하지 확인하면서 유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박현희 금속법률원 노무사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