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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어떤 잘못을 했더라도 해고는 가혹하다[노동위원회 심판기 01] 단 한 번 음주운전으로 해고당한 노동자
엄미야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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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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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의 말: 나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위원이다. 우리는 ‘해고는 살인’이라고 알고 있다. 노동위원회 같은 국가기관에 기대지 않으면 어디 호소할 곳이 없는 청소, 시설관리, 톨게이트, 영세사업장, 동네식당, 온갖 유형의 간접고용, 비정규노동자들에게 해고는 더욱 처참하고 잔인한 현실이다. 금속노조, 조직노동자들이 불안정노동자들을 이해하고 손잡는데 부족한 글이 보탬이 되길 희망하며 노동위원회 심판회의 사례 글을 연재한다.

 

운전직 노동자가 음주로 면허가 정지됐다. 이 노동자 해고는 정당한가?

대부분의 사람이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이 노동자의 해고가 부당하다며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박기동(가명, 남, 57세) 씨는 자신이 총무를 맡은 학교 동문회 체육대회에 참가했다가 나오는 길에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에 걸려 면허정지 2개월과 벌금 200만원을 부과 받았다.

박 씨는 지방자치단체 소속 운전직 노동자다. ‘아차’, 싶었지만 어쩌랴. 박 씨는 소속 차장에게 바로 사실을 보고하고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사흘의 연차를 썼다.

그런데 해당 지자체가 이를 이유로 인사위원회를 소집했고, 1차 인사위에서 위원 전체의결로 박 씨를 해고했다.

   
▲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심판위원들은 ▲박 씨가 4년 동안 해당 지자체에 근무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 없이 성실하게 근무했고 ▲사고 이후 곧바로 이를 회사에 보고했으며 ▲깊이 뉘우치고 있으며 ▲면허 정지 2개월이 이미 지난 점 ▲단 한 번의 실수를 이유로 해고는 가혹하다는 점 등을 들어 해고무효 판정했다. 게다가 징계위원회에 단 한 명의 노측(노동조합) 위원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지 않은 문제도 지적했다. <자료사진>

해당 지자체가 박 씨를 해고한 주요한 이유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이었다.

 

취업규칙 20조(해고)

- 당해 직급에서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자격, 면허증의 효력이 정지(1개월 이상)되거나 상실·취소된 때

단체협약 28조(조합원의 해고제한)

- 자가운전자의 과실에 따른 교통사고로 형이 확정된 경우에도 실형의 선고 이외에는 직원의 신분을 상실하지 아니한다. 단,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자는 제외한다.

 

박 씨 소속 노조 단체협약에 “운전업무 종사자에 대한 해고제한”은 ‘예외’를 두었고, 취업규칙은 더 명확하게 “면허증의 효력이 1개월 이상 정지 또는 상실되었을 때 ‘해고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아마 최근 시내버스기사가 승차요금 2,400원을 누락 입금했다는 이유로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한 판사였다면 박 씨의 해고 역시 구제받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위원들은 “그래도 해고는 가혹하다”고 중론을 모았다.

위원들은 ▲박 씨가 4년 동안 해당 지자체에 근무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 없이 성실하게 근무했고 ▲사고 이후 곧바로 이를 회사에 보고했으며 ▲깊이 뉘우치고 있으며 ▲면허 정지 2개월이 이미 지난 점 ▲단 한 번의 실수를 이유로 해고는 가혹하다는 점 등을 들어 해고무효 판정했다. 게다가 징계위원회에 단 한 명의 노측(노동조합) 위원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지 않은 문제도 지적했다.

법리를 기준으로 해고와 징계 사건을 다루다 보면 놓치는 것이 있다. 법조문이나 온갖 문서화한 협약에 생각이 묶여 징계 또는 해고하는 방법을 애써 찾는 오류를 범한다. 억울하게 당한 해고이든, 무언가 잘못을 저질러서 당한 해고이든 노동자에게 해고는 가혹하다. 노동위원회는 해고사건의 시시비비를 가르기 전에 노동자를 ‘구제’하는 목적이 우선인 기관이다.

이런 이유로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이 판정은 노동위원회 심판회의의 애초 목적에 딱 부합하는 반가운 판정이다.

자, 당신이 어떠한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그 결과가 ‘해고’에 이르렀다면 매우 가혹한 결과다. 보통 징계의 종류는 경고부터 시작해 해고까지 이르고, 해고에 이르기까지 충분한 구제와 소명의 기회가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해고’라는 양형은 최종 결과여야 한다.

실제로 노동위원회가 노동자 해고 구제 판정을 내리는 경우, 해고 사유가 아예 존재하지 않아서라기보다 ‘‘해고’라는 양형이 과도하다’는 것이 판정의 주요 이유를 차지한다. 해고 노동자들도 이점을 잘 알고 징계와 해고에 대처했으면 한다.

엄미야 경기지부 부지부장/ 경기지방노동위원회 노동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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