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사위기에 놓인 현대중공업 조합원들이 설 연휴를 마치자마자 상경투쟁에 나섰다. 

현대중공업 조합원 32명은 1일 15시 무렵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앞에서 분사와 분할 등 인적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하는 첫 집회를 열었다. 이들 대부분은 분사 대상인 전기·전자 부문 조합원이다.

첫 집회 발언자 백지운 조합원은 “부채비율 2백% 이하면 우량기업이라고 하는데 현대중공업은 현재 130%, 6개 회사로 쪼개면 90%로 떨어진다”며 “이런 건실한 회사를 구조조정하려는 것은 누구 지시냐. 권력인가, 거대자본인가, 하나은행 경영진에게 묻고 싶다”고 발언했다.

▲ 현대중공업 조합원 32명이 상경해 1일 15시 무렵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앞에서 분사와 분할 등 인적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하는 첫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분사 대상인 전기·전자 부문 조합원이다. 김형석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15일 이사회에서 조선,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부문을 개별회사로 전환하고 그린에너지와 서비스 부문은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안을 의결했다.

조선·해양·엔진 부문은 존속법인인 현대중공업으로 남기고, 전기전자 부문, 건설장비 부문, 로봇과 투자부문(가칭 현대로보틱스)을 각각 신설법인으로 인적분할한다는 계획이다. 그린에너지 부문은 존속법인이 100% 현물출자하고, 서비스 부문은 현대로보틱스가 100% 현물출자해 분리한다. 분사 이후에는 현대오일뱅크를 포함한 로봇·정유 부문(현대로보틱스)이 나머지 자사주를 보유한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노조 이대영 부위원장은 이 같은 구조조정안이 재벌 최고경영진의 경영세습을 위한 발판 마련이라고 지적하고 주채권 은행인 하나은행을 비난했다. 이 부위원장은 “하나은행은 현대중공업 주채권은행으로서 (인적 구조조정 등) 자구 계획안을 잠정 승인했다”며 “자구안을 철회하고 실사를 통해 현대중공업 자구안 실체를 면밀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 분사위기에 처한 현대중공업 전기전자부문 조합원 등은 27일 주주총회까지 매주 수요일 상경해 2박3일 동안 국회, 언론사, 주주회사 등지에서 1인 시위와 주요 정당 면담요청을 하며 구조조정 철회투쟁을 벌인다. 1차 상경투쟁 조합원들이 1일 하나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김형석

집회에는 울산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무소속 윤종오, 김종훈 국회의원도 참석했다.

김종훈 의원은 “한 회사 인사는 노동자 임금 20%를 삭감하면 수습해보겠다고 하더라”며 “잘될 때는 안 될 때를 대비해 돈을 모아 놔야한다던 회사가 막상 사정이 어려워진 지금 노동자 임금을 깎아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조선산업 문제 책임이 큰 채권단은 계열분리로 이익을 극대화할 것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만일 27일 주주총회에서 계열분리를 강행하면 이들은 박근혜-최순실 체제 부역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분사위기에 처한 현대중공업 전기전자부문 조합원들은 이날을 시작으로 27일 주주총회까지 매주 수요일 상경해 2박3일 동안 국회, 언론사, 주주회사 등지에서 1인 시위와 주요 정당 면담요청을 하며 구조조정 철회투쟁을 벌인다. 노조는 오는 15일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중단을 위한 집중 투쟁을 벌일 것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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