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항쟁으로 권력가와 재벌들의 추악한 정경유착의 죄상들이 밝혀지면서 재벌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재용 불구속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1월 23일 눈발을 내리는 광화문에 다시 32만 명이 모이게 만들었다. 더구나 박근혜 탄핵이 2말 3초로 가시화되고 대선이 눈앞에 다가오자 모든 대선 후보들이 경제민주화를 공약하고 있어, 재벌개혁이 실제로 추진될 수 있는 동력이 형성되고 있다.

 

재벌체제의 폐해

역사적으로 대기업집단이 눈덩이처럼 커지면, 경제력 집중과 독과점으로 독점가격을 형성하고 담합 등으로 권한을 남용하여 경쟁이 제한되고 시장질서가 파괴된다. 결국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독립적 지위를 상실하고 재벌의 하청업체, 가맹점, 대리점으로 전락한다. 이러한 구조는 원하청 공급사슬에서 불공정행위를 일상화시켜, 전체 고용의 88%를 책임지는 중소기업은 전체 순이익에서는 22%만을 분배받는다. 이로써 중소·하청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은 대기업 노동자들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강력한 공정거래법

공정거래법에서는 자산총액이나 매출액 2조 이상의 대규모회사가 다른 회사 '주식의 취득·소유', '임원겸임', '합병', '영업양수' 등으로 인한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경쟁을 제한하는 경우를 시장점유율 1위 또는 2위와의 격차가 전체 점유율의 1/4이상, 중소기업의 시장점유율이 2/3 이상인 거래분야에서 기업결합이라고 명시하고 있고, 이를 위반했을 시 제16조 시정조치로 공정거래위원회는 '결합한 기업의 주식처분', '임원사임', '영업양도' 등을 명령할 수 있다.

그러나 500여명의 인원과 경제검찰 수준의 강력한 권한을 가진 공정거래위원회는 정치권과 재벌총수의 눈치를 보면서 대기업집단의 기업결합에 대해 시정조치를 제대로 시정하지 못했다.

 

재벌체제는 성장의 걸림돌

제벌체제는 독점과 경제력집중으로 분배를 왜곡해 왔는데, 이제는 성장에서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의 재벌은 개발독재시기 관치금융을 받으며 선택과 집중에 의해 성장하였다. 급속한 자본축적과 모방에 의한 추격성장 정책은 개발도상국 수준에서는 효과가 있어 대규모 장치산업을 유치하며 고도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중진국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되어 자본축적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 효과가 사라진다. 이런 방식은 중국과 인도 등의 신흥국들도 충분히 따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으로서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기술혁신과 인적자본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의 재벌은 여전히 비정규직과 장시간 노동에 의한 가격 경쟁력에 의존하고 있어 숙련과 지식노동에 의한 기술혁신에 취약하다. 또한 수직계열화되어 창의적인 벤처기업이 자리 잡기 어렵고, 중화학 산업 하드웨어 중심의 소품종 대량생산체제는 4차 산업혁명 시기 소프트웨어 위주의 다품종 맞춤형생산을 어렵게 한다.

이제는 모방에 의한 추격성장에서 벗어나 개념설계와 플랫폼 기술에 기반한 파괴적 혁신으로 나아가야 하나, 작업자의 창의성을 끌어내지 못하는, 임시방편적이고 적대적인 노사관계와 관료적인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국 재벌의 기술 경쟁력

기업규모별 지적재산권 무역수지 (단위 : 백만 달러)

기업규모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합계 -6,696 -3,381 -4,802 -5,336 -4,529 -4,004
대기업 -4,651 -1,882 -3,064 -3,705 -3,015 -2,997
중소.중견기업 -1,971 -1,451 -1,689 -1,566 -1,462 -932
비영리법인 등 -75 -48 -49 -65 -52 -75

자료 : 통계청(2017)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보여주는 징표인 지적재산권 무역수지를 보면 위의 표와 같다. 한국은 통계 작성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2010년 67억 달러(약 8조 352억 원) 적자에서 2015년 40억 달러(약 4조 804억 원) 적자로 규모는 줄었지만 여전히 큰 폭의 적자를 보이고 있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적자의 약 70% 이상을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다.자료 : 통계청(2017)

 

시급한 재벌개혁

따라서 공정거래법의 올바른 집행과 함께 우선 OECD국가 수준의 재벌개혁이라도 당장 실시되어야 한다.

현재 금속노조가 주장하는 주요 재벌개혁 입법 과제로는 '계열분리 및 기업분할 명령제',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협상권 보장', '산별교섭 보장', '노동이사제', '재벌 불법이익에 대한 민사 환수제' 등이다. 이러한 입법 이슈들은 야당이 주도하고 있는 2월 국회에서 다루어질 것이고, 나아가 대선 핵심 공약으로 본격적으로는 차기 정권에서 입법될 수 있을 것이다.

재벌개혁을 위해서는 노동조합도 눈앞의 이해관계만이 아닌 국가 경제구조를 새롭게 재편하는 시야를 가져야 한다. 기업차원의 임단협을 아무리 잘 해도 잠시뿐이다. 쉬운 해고, 선제적 구조조정, 불법파견 등 법과 제도, 즉 정치를 바꾸어야 노동자 민중이 제대로 살 수 있다. 이것이 노동자 민중이 촛불혁명에 앞장서고 국가 대개조를 목표로 한 정치세력화를 추진해야 하는 이유이다.

촛불혁명이 박근혜와 관료 몇 명 처벌하는 것을 넘어서서, 국가 대개조의 전망과 결합할 때, 재벌개혁의 추진력은 보다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김성혁 금속노조 연구원장 

 

원문 링크 : http://www.metalunion.re.kr/news/articleView.html?idxno=208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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