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낼모레가 설입니다. 이 추운 겨울날 문자 한통으로 내쫓겼습니다. 조합원은 전기, 수도가 끊긴 추운 공장을 지키고 있는데 회사는 기계 빼겠다고 용역을 동원해 유리창 깨며 진입을 시도한다고 합니다.” 국회 정론관 기자들 앞에 선 김완섭 동광기연지회장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금속노조 인천지부 동광기연지회(아래 지회)는 정의당 이정미 의원과 1월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 몰래 매각과 조합원 62명 전원 문자 해고통보는 단체협약 위반이므로 원천무효이며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완섭 동광기연지회장은 “인천에서 익산으로, 익산에서 인천으로 인천에서 안산으로 공장을 옮겨 다녔다. 3년간 ‘뺑뺑이’ 돌때마다 조합원들은 고용불안에 떨었다. 지난 2년 동안 학자금 지원을 받지 못하며 고통분담했는데 설을 코앞에 두고 엄동설한에 내쫓겼다” 며 울분을 토했다.

동광기연지회 단체협약 35조는 ‘공장 매각 시 70일 전 노동조합에 통보하고 조합과 협의한다. 조합원들의 고용보장은 노동조합과 합의한다. 폐업과 청산절차 들어갈때 노조와 사전에 고용보장을 합의하며 부득이한 경우 계열사로 고용승계하고 근로조건을 승계한다’고 돼 있다. 

▲ 김완섭 동광기연지회장이 1월25일 동광기연 공장매각과 정리해고 철회 촉구 국회 기자회견에서 사측의 도둑 매각과 문자 정리해고 상황을 알리고 있다. 조영미

지회는 공장을 2014년 인천에서 익산으로 2015년 익산에서 다시 인천으로 2016년 1월 인천에서 안산으로 이전할 때마다 회사로부터 단체협약을 지키겠다는 확약서를 반복해 받았다.

동광기연은 합의서와 확약서, 단체협약을 모두 무시한 채 1월19일 지회 몰래 기계 설비를 매각하고 설 명절을 앞둔 1월23일 전체 조합원에게 문자로 해고를 통보했다.

지회는 즉시 사측에 교섭을 요구했고 ‘노조에 사전 통보와 협의 없는 매각과 해고는 합의서 위반으로 원천 무효다. 매각과 해고를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동광기연은 교섭에서 “단협 위반인줄 안다. 고소고발 해라. 해고싸움하면 3년이 넘는데 그전에 회사가 없어지면 돌아갈 곳이 없는데 싸워봤자 노동자들이 진다. 돈 몇 푼 더 줄 때 받고 나가라”고 되려 협박했다.

동광기연이 노동자를 쫓아내기 위해 회사 경영을 고의로 악화시켰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동광기연은 1966년 설립했다. 한국지엠에 부품을 납품하며 2000년대 중반 매출액 1천억원이 넘는 공장으로 성장했다. 순이익을 200억원 넘게 내는 중견기업이다.

동광그룹은 국내 11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총자산은 3천억원, 당기순이익은 340억원(2015년 말 기준)이 넘는 수준이다. 유내형 회장 등 동광기연 실질 소유주들은 수백억원의 재산을 축적했다. 이들은 동광그룹 성장 모태인 동광기연 설비자산을 45억원에 매각하고 폐업했다.

탁선호 금속법률원 변호사는 “동광기연 유내형 회장은 자녀들 소유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사업 기회를 보장하며 무상으로 돈을 빌려줬다”며 “2015년 공장부지와 건물 매각 대금 현금 330억원을 활용하면 경영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유내형 회장 일가는 이 가운데 2백억원 넘는 돈으로 계열사들의 주식을 샀다. 이들중 인피니티의 주식은 한 주에 무려 2백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매입했다”고 밝혔다.

감사보고서 분석에 의하면 동광기연은 2014년과 2015년 4백억원에 달하는 돈을 계열사들에게 무이자로 대여했다. 심지어 일부는 은행에서 이자를 주고 빌려 무이자로 대여해주기도 했다. 계열사에 지급보증을 서면서 어떠한 댓가도 받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탁선호 변호사는 “회사에 피해를 끼치고 노동자들을 쫓아내기 위해 회사 경영을 고의로 악화시켰다는 혐의와 비상식적인 가격으로 계열사 주식을 사주며 회사에 피해를 끼치고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쌓은 회사의 재산을 함부로 쓴 행위는 업무상 배임혐의”라며 수사기관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설 명절을 코앞에 두고 문자하나로 60명이 넘는 노동자들의 밥줄을 끊었다. 수십년 동안 노동자 고혈을 짜내 수백 억원 이윤을 냈는데 하루아침에 내쫓으며 하는 말은 3일 내 위로금 신청하라는 말 뿐”이라며 동광기연을 규탄했다.

노조와 이정미 의원이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동안 설비를 빼내기 위해 사측이 동원한 용역들은 안산공장으로 크레인을 몰고 와 2층 유리창을 깨며 진입 시도했다. 노조와 인천지부, 경기지부는 상근간부들을 비상 소집해 용역투입을 규탄하고 침탈에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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