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하기 참 어려운 나라다. 한광호 열사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300일을 넘어섰다. 현대차와 유성기업이 악명 높은 노조파괴 컨설팅업체 <창조컨설팅>과 공모하여 우리 조합 유성기업지회를 탄압하며 열사는 그렇게 떠났다. 그를 눈물로 보내고 남겨진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서울광장과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차가운 바람과 불볕더위, 장맛비, 눈보라, 그리고 경찰의 탄압을 이겨내며 그렇게 300일을 보냈다. 기나 긴 고통의 시간이다.

마찬가지로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다. 현대기아차 대리점의 판매노동자들, 이른바 카마스터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고정급이 전혀 없이 오로지 월 차량 판매 대수로만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차를 팔지 못한 달은 수입이 없다. 이에 대리점 판매노동자들은 고정급 신설을 요구하며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대리점 소장들에게 교섭요구를 하였다. 최소한의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해야만 현대기아차 그룹이 말하는 정가 중심의 판매질서를 확립할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대리점 대표들은 판매노동자들이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라 노동조합을 만들 수 없다며 교섭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대리점 판매노동자들은 현대기아차 지점의 판매노동자들과 다르지 않다.

대리점 판매노동자들은 현대기아차 로고가 박힌 대리점에서 명찰과 명함을 사용한다. 현대기아차가 제공한 고객관리, 상품정보, 교육을 위한 전산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 정해진 업무지침을 따르지 않으면 정직에 준하는 징계나 해고를 당해왔다. 조회, 석회, 야외 판촉에 임해야 했다. 어느 업체를 방문 대상으로, 어느 장소에서 판촉 활동을 하라는 구체 지시는 물론 현대기아차 계열사 정비업체나 카드업체로부터 제공된 고객정보를 활용하라는 지시도 받아왔다.

▲ 현대차와 유성기업이 악명 높은 노조파괴 컨설팅업체 <창조컨설팅>과 공모하여 유성기업지회를 탄압하며 한광호 열사는 그렇게 떠났다. 그를 눈물로 보내고 남겨진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서울광장과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차가운 바람과 불볕더위, 장맛비, 눈보라, 그리고 경찰의 탄압을 이겨내며 그렇게 300일을 보냈다. 기나 긴 고통의 시간이다. 김성민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이 1월18일 박근혜-최순실 특검 앞에서 연 금속노조 2017년 신년투쟁 선포식 정리집회에서 투쟁발언을 하고 있다. 신동준

입사 시 뿐 아니라 이후에 현대기아차가 정한 온라인, 오프라인 교육을 받아야 했다. 복장부터 고객과 대화 내용까지 깐깐하게 지시를 받았다. 매월 사용자가 정한 판매목표량을 달성하도록 감독을 받았다. 저성과자에 대해 별도의 집체교육을 실시해왔다. 판매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이든 노조법이든 법률상 ‘근로자’로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고정 수입이 없어 한 달 팔아 한 달 살아야 하는 불안정한 생활을 고려하면 단체교섭을 통해 최소한의 생활 보장을 받아야 할 절실한 필요가 있다. 그런데 노동자가 아니라 대화조차 하지 않겠다고 한다. 1백여 명의 대리점 판매노동자들은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쉽게 해고를 당했다. 어떤 대리점은 아예 대리점을 폐쇄하여 판매노동자들을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았다. 몹시 추운 겨울의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가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특검은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국정농단과 정경유착, 뇌물죄의 피의자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에 대해 박근혜의 강압에 의해 금전을 갈취당한 피해자로 마무리하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한다. 박근혜-최순실 정권과 이재용, 정몽구 사이의 관계는 다르지 않다. 마찬가지로 엄격히 수사하여 정경유착과 이를 통해 현대차 그룹이 불법파견을 일삼고, 부품사의 노동조합 탄압, 대리점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 폐업 등 탄압을 주도하였음에도 처벌은커녕 기소도 하지 않았던 ‘불법적 사법이익’을 해소하여야 한다.

이제 노조 할 권리 확보를 위한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 이미 금속노조에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직되어 있다. 대리점 판매노동자들, 사내하청 비정규직과 같이 비용 절감과 사용자로서 책임 회피만을 위한 간접고용 남용의 문제, ‘갑’의 지위에 있는 재벌이 유성기업과 같은 하청기업의 노사관계에 개입하는 부당노동행위의 문제는 진행형이다.

노조법을 헌법 33조가 규정한 노동자의 뭉칠 권리(단결권), 교섭할 권리, 파업할 권리, 즉 노동 3권이 온전히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전면 개정하여야 한다. 노동자는 단결권이 있다. 해고자든 영업사원이든 그 이름이 무엇이든 노동력을 팔지 않고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은 누구나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가입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대화의 장’은 넓게 열어놓아야 한다.

노동조합과 교섭은 의무고, 탄압은 범죄다. 노동조합과 교섭을 거부하거나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법정형을 높이고 입증책임을 완화해 사용자가 감히 노동조합 탄압을 감추거나 노동조합을 억압하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검찰, 노동법원 같은 전문 사법기관을 설치하여 사용자의 위법을 빠르게 시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쟁의행위는 헌법상 기본권답게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 임금체불 등 결정된 근로조건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파업, 부당노동행위 등 사용자의 불법행위의 시정을 위한 목적의 파업은 정당화되어야 한다. 정리해고와 같이 노동자의 목숨이 달린 사안에 관한 파업이 소위 ‘경영권’ 침해라는 미명하에 불법시되어서도 안 된다. 쟁의행위의 찬반투표, 조정전치주의 등 의무 절차규정을 삭제하여 노동조합이 나름의 민주 절차에 따라 정한 전술에 따라 효과적으로 사용자와 ‘밀당’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박근혜에 대한 탄핵 심판이 속도를 내고 대선 정국에 들어서면서 마치 춘추전국시대처럼 온갖 정치세력이 난립하고 있다. 이 시기 서민의 삶에 가장 가까운 주제인 노동권에 대한 목소리가 더 높아져야 한다. 탄핵안이 가결된 이유, 청와대로 가는 행진길이 열린 이유는 국회의원들이나 법관들의 양심적 판단에 있지 않다. 민중의 투쟁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다. 봄은 시간이 지나면 온다. 양재동에 노동자의 봄은 노동자의 투쟁만이 부를 수 있다.

정준영 금속법률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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