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으로 200일 넘는 파업을 이끌었고, 회사를 운영하는 지금 직원들에게 “절대 노조를 깨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경영자(<프레시안> 2012년 4월17일자), 800억대였던 회사 매출을 9년 만에 2,200억 원으로 끌어올린 유능한 경영자(<한겨레> 2016년 12월7일자), 상하이임시정부 고문을 지낸 증조부(김가진)와 ‘조선의 잔 다르크’라 불린 할머니(정정화),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사업회장인 아버지(김자동)를 둔 독립운동가 가문의 후손(<머니투데이> 2015년 8월14일자)…

언론 속 김선현 오토인더스트리 대표이사는 한국사회에서 좀처럼 찾기 힘든 경력의 경영자다. 지난해 12월 ‘여성기업 유공자’로 꼽혀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오토인더스트리에서 일하는 노조 경주지부 오토지회(지회장 변창훈, 아래 지회) 조합원들은 “김선현 대표이사의 실제 모습은 노조파괴를 저지르는 악덕 사용자”라고 말한다. 변창훈 지회장은 지난해 12월13일부터 노조파괴 중단을 촉구하며 서울 중구 본사 앞에서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다. 변 지회장은 “독립운동가 집안이고, 노조 위원장 출신이라는데 실제 하는 짓은 대한민국 최고 노조파괴”라는 말부터 꺼냈다.

▲ 김재홍 경주지부 수석부지부장과 변창훈 경주지부 오토지회장이 1월6일 서울 중구 오토인더스트리 본사 앞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다. 김경훈

지회는 12월6일 상경투쟁을 벌이다 ‘면담을 통해 풀자’는 김선현 대표이사의 약속을 받고 상경투쟁을 정리했다. 김선현 대표이사는 12월12일 면담에서 ‘사원주주형 사내협력사로 넘어오라’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변창훈 지회장은 “김선현 대표이사가 12월 7일 ‘여성경제인의 날’ 행사에서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로 돼 있었다. 그날 본사 앞에서 지회가 선전전을 하고 있으면 이미지 타격이 있을까 봐 선수를 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내주주형 사내협력사, 새로운 비정규직 제도

노조파괴 중심에 ‘사내주주형 사내협력사 제도’가 있다. 오토는 2015년 4월 오토지회 설립 이후 교섭 해태와 물량 이원화 등 탄압으로 일관했다. 지난해 2월 사내협력사 사원 모집을 시작하면서 노조파괴가 한층 심해졌다. 사내주주형 사내협력사 제도는 생산직 직원이 독립해 사내 협력사를 세우고, 본사로부터 물량을 수주해 납품하는 제도로 현재 오토인더스트리에 파이브 엠테크, CS테크, 오토HDC, 오토물류, 명도 등 다섯 개 사내협력사가 있다.

김 대표이사는 이 제도에 대해 “구성원들이 함께 대화하고 고민하면서 업무 효율성을 끌어올렸다”, “회사에 대한 애정이 생겨 이직률이 1% 수준으로 낮아진 것도 큰 성과”(<한국경제> 2016년 12월23일자)고 주장하지만, 변창훈 지회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말로는 사원이 주주가 되고, 모두가 주인이라고 하는데 실제는 정규직이 3년 계약직으로 되는 겁니다. 본사와 사내협력사가 3년 계약을 맺었는데 본사가 경영상 이유란 핑계로 계약 해지하면 얼마든지 쉽게 자를 수 있어요. 계열사인 네오오토는 사원주주형 사내협력사 제도를 도입한 후 직원이 해고되고 다른 업체로 들어가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이것만 봐도 노동조건이 나빠질 수밖에 없어요. 기존 사원이 계약직인데 그보다 나쁜 조건으로 신규채용을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비정규직 제도라고 봐야죠.”

지회 조합원들이 사내협력사로 옮기기를 거부하자 오토는 탄압에 나섰다. 변창훈 지회장은 오토의 노조파괴 공작을 경주의 대표적인 노조파괴 사업장인 발레오만도와 비교했다. “발레오만도가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풀 뽑기, 페인트칠, 화장실 청소 등을 시켰죠. 우리도 비슷해요. ‘일이 없다’면서 온종일 풀 베고, 상자 닦고, 청소하게 하고 관리자들이 감시합니다. 경고장을 들고 다니면서 1분만 늦어도 바로 경고장을 발부하고, 경고장에 사인 안 하면 지시 불이행이라고 하면서 징계 사유를 쌓죠.”

▲ 변창훈 경주지부 오토지회장과 김재홍 경주지부 수석부지부장이 1월6일 서울 중구 오토인더스트리 본사 앞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다. 김경훈

경북지방노동위원회가 지난해 8월 오토의 이런 행태에 대해 부당인사 판정을 내렸지만, 오토는 업무를 사내협력사에 넘겨 기존 부서를 없애고 조합원에게 허드렛일을 시키거나 일이 없는 라인에 배치하고 있다. 지회 조합원은 잔업, 특근에서 배제하고 성과급, 여름 휴가비를 지급하지 않는 등 노골적인 차별을 일삼고 있다.

 

노조파괴 포기할 때까지 상경투쟁

오토인더스트리의 노조파괴 행태는 2016년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변창훈 지회장은 “오토는 이윤을 내고 있는데 임금동결 안을 내고, 노동조합 활동시간을 100시간 제시했다. 사실상 노동조합하지 말라는 소리”라며 “기본 수준을 요구했는데 모두 거부했다. 오토는 노동조합을 인정할 생각이 없다”고 비판했다. 지회는 교섭 결렬 후 지난해 11월 쟁의권을 확보하고 12월부터 상경투쟁을 시작했다.

현재 지회 조합원은 열 명. 오토인더스트리의 끊임없는 노조파괴 책동에 지회 설립 당시 98명이던 조합원은 1/10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 투쟁을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크다. 변창훈 지회장은 “처음 회사와 갈등을 빚었을 때 회사가 앞에서 ‘교섭 잘하자’고 하면서 뒤로 외주화, 이원화를 준비했다”며 “속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란 후회가 있다. 오토의 거짓말에 당한 셈”이라고 털어놨다.

투쟁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변창훈 지회장은 “오토가 노조파괴를 중단할 때까지 매주 상경투쟁을 벌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변창훈 지회장은 매일 오전 7시 김선현 대표이사 자택에서 출근 선전전을 벌인 후 오전 8시부터 본사 앞에서 선전전을 연다. 손종정 부지회장과 경주지부 임원, 간부가 함께 1주씩 교대로 상경투쟁을 한다. 지회 조합원들은 현장에서 지부 간부들과 함께 매일 출근 선전전을 벌이며 노조파괴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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